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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1. 2018

01.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

<창업가의 브랜딩>



브랜드가 중요한 세상이다. 일반 기업이나 스타트업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나 개인들도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브랜드에 대한 우선순위나 생각이 명확하지 않아서일까,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헷갈려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요, 아니면 브랜드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려면 무얼 먼저 해야 하나요?”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다. “소비자들이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써본 후 어떤 느낌으로 기억하길 바라나요?” “여러분의 제품이나 회사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길 원하나요?”

이를테면 사업의 목적이나 방향성을 묻는 질문인데, 의외로 선뜻 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혹은 “글쎄요. 써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까지는 모르겠고, 저희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요”라고 답하는 정도다.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오는 감성적인 느낌(emotional benefit)보다는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적 가치(functional benefit)를 중점에 둔 대답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든 개인이든 제품과 서비스의 장점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성공적인 사업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지, 성과를 안겨줄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다.

‘Why me?’라는 말이 있다. 실제 외부에서 투자유치를 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은 점은 알겠는데, 그것을 왜 당신이나 당신의 회사가 해야 하는지 설명하라는 요구다. 다시 말해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는 누구나 언젠가 만들 수 있으므로(물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우리가 이 사업을 시작한 목적은 이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다르고, 고객들에게 이러저러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는 제품의 기능적인 혜택을 넘어 감성적인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브랜드적 관점과도 연결된다.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 제공과 감성적 혜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사업은 물론 브랜드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없다.

결국 앞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업과 브랜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규모가 큰 기업이라면 사업전략과 브랜드 전략을 별개로 분리해 진행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실무적 차원의 역할분담일 뿐 본질은 분리될 수 없다. 더욱이 인력을 비롯해 모든 자원이 부족한 창업가들은 사업과 브랜드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챙겨야 한다. ‘우리 회사가 왜 이 사업을 하는가?’라는 명제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다 보면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마포구 도화동에 가면 한옥 모양의 이층집을 개조한 독특한 카페가 눈에 띈다. 언제나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직접 생두를 고르고 구입하며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견인해온 프릳츠커피컴퍼니(Fritz Coffee Company)의 첫 번째 매장이다. 프릳츠는 서울에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세 곳 모두 여느 프랜차이즈나 대형 카페처럼 입지가 좋지는 않다. 소위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동네에 있는 것도 아니다. 불리한 입지조건에도 이들이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페 중 하나가 된 데에는 브랜드의 힘이 크다. 많은 이들이 ‘프릳츠’ 하면 독특한 폰트와 물개 로고를 떠올린다. 그 밖에 커피잔과 원두 패키지, 노트까지 어느 것 하나 프릳츠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정작 김병기 대표는 브랜딩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성실하게 일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 커피 한 잔이라는 결과물을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프릳츠가 존재하는 이유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강조한다.

“커피에는 헤게모니가 존재하고, 서열화가 가능합니다. 스코어링 시스템이에요. 커피를 마셔보면 이건 몇 점짜리 커피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필자들이) 방금 드신 커피는 88~89점짜리 커피예요. 작황에 따라 90점도 넘을 수 있어요. 서열화가 가능합니다. 저희는 전 세계에서 골라올 수 있는 최선의 원두를 사용합니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친구들과 경쟁해서 최고의 식재료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그건 직업윤리의 영역에 한하는 것이지,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최고의 식재료가 없으면 저희가 추구하는 걸 구현하기 어렵겠죠.”

프릳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브랜드가 아닌 사업에 초점을 맞춰도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렇다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야 어떻게 알리고 팔지를 고민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상품기획 초기부터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나 가치를 제공할지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사업전략의 시작이자 브랜딩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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