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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2. 2018

02. 사업 시작 전에 정체성을 만들 수 있을까?

<창업가의 브랜딩>



스타트업이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셀 수 없이 많다.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매출과 현금흐름, 조직 및 인원 관리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다. 브랜드 관련 이슈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우리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지’, ‘우리 브랜드의 컬러나 톤앤매너(Tone & Manner)는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 실질적인 고민거리가 계속 발생한다.

특히 제품을 론칭하고 고객 대상 커뮤니케이션이 본격화되면 브랜드 컨셉과 관련된 이슈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발히 활용하는데, 관련 콘텐츠를 올릴 때 어떤 이미지를 사용해야 우리 브랜드와 어울릴지, 고객의 댓글에 어떤 말투로 응대할지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게 된다. 특히 이미지나 컬러, 슬로건이나 스토리 라인 등 저마다 의견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뚜렷한 가이드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권자나 담당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곤 하는데, 그 판단이 정말 옳은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비단 스타트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에 대해 많은 브랜드 관련 강의나 책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 아이덴티티 또는 자기다움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맞는 이야기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창업단계는 물론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일반적으로 사업 기획 및 중장기 계획 수립과 함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한다. 또한 일정 기간 이상 사업을 해왔고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기업들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의 시작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시 정의하곤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력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최소요건의 제품 또는 서비스MVP를 만들어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반응을 측정하고, 측정된 결과로부터 학습해 또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해간다. 흔히 말하는 린(Lean) 스타트업 과정인데, 브랜드 아이덴티티 역시 이 과정을 통해 개발된다. 즉 스타트업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만들고(build), 측정하고(measure), 학습하는(learn)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사업은 물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다.



이상적인 브랜딩이라면 MVP 단계 이전에 브랜드 정체성이 어느 정도 잡혀야 하는데, 현실적인 프로세스는 그 반대인 셈이다. 설령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머릿속에 그렸던 회사나 브랜드 정체성이 있다 해도 실제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흔들릴 위험은 언제나 있다. 더욱이 최소요건의 제품을 출시해서 시장 반응을 보며 시장성이 있는 곳을 좇는 것만으로 사업과 브랜드 정체성이 저절로 쌓이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스타트업일수록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자기만의 원칙을 고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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