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투자자와의 교류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투자자를 찾고,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은 창업자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시킨다. 어떤 자세인지에 따라 값진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실망스러운 순간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자.

한꺼번에 만나라.
계획한 투자 유치 기간에 가급적 여러 투자자들을 동시에 만나는 것이 좋다. 긍정적인 대화가 오가거나 구체적 계약 내용이 논의되더라도 투자금이 입금될 때까지는 완료된 것이 아니다.

드라마처럼 투자가 전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드물고, 투자자와의 교류 기간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순차적으로 투자자를 만날 경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리드 투자자에게 집중하라.
능동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투자 과정을 주도하는 투자자를 리드 투자자(lead investor)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투자자가 리드 투자자의 역할과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고, 투자 건마다 다를 수도 있다.

창업자는 해당 투자 건을 이끌 수 있는 리드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투자자가 많더라도, 그들이 모두 수동적이고 투자를 이끄는 성향이 약하다면, 투자 유치 과정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로 투자자들의 의사 표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본인들도 모르는 것이 많고, 판단을 주저할 수 있으며, 본인의 직관과 경험을 설명하기 힘들 수도 있고, 투자사 내부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 수도 있다. 심하게 말하면,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전까지는 창업자의 일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남의 일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투자자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면 투자가 성사될 것이라고 창업자가 기대해서는 안 된다. 또한 투자자의 무응답 상태가 지속된다면 투자에 다소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으니 필요하면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명확히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비전은 소수에게만 보인다. 
필자는 투자란 투자자가 창업자의 비전을 웃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의 비전에 모든 투자자가 공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창업자는 다수의 투자자가 자신의 비전을 외면해도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소수의 투자자만 창업자의 비전과 성공을 믿는 경우에도 투자가 성사될 수 있다.

단, 다수의 우려나 부정적인 의견 등 투자자가 언급하는 합리적 의심을 경청하고 고민하는 자세는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창업자의 비전이 더욱 공고해지고 구체화된다.


투자자들에 맞추지 말자.  
창업자가 투자에 급급한 나머지 투자자에 맞추려 하는 것은 금물이다. 투자자들도 수없이 실패한다. 사업에 대한 고민은 투자자보다 창업자가 깊어야 하므로 창업자가 투자자에 맞추는 것은 본말전도다. 사업에서 절대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유일한 대상은 해당 사업의 고객일 뿐 투자자는 아니다.

창업자의 모습과 믿음을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한 포장은 필요하겠지만, 분식은 곤란하다.


투자자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말자.
하루하루가 치열한 창업자에게는 투자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부담스럽겠지만,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투자 유치 이외에도 취할 수 있는 것들을 취하는 것이 좋다. 

투자자들이 던지는 질문들에 답하려고 노력하면서 창업자들은 많이 배운다. 투자자들의 경험과 업계 네트워크를 창업자들 스스로 쌓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스타트업 투자 업계는 연결되어 있기에 창업자 평판은 투자자 커뮤니티에 쉽게 퍼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