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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25. 2018

03. '우리는 디자이너가 없는데?'

<창업가의 브랜딩>



시선이 한 번 더 머물게 하는 명확한 비주얼 체계(이미지와 사진이 보여지는 형태)와 차별화된 디자인은 경쟁사 대비 우리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스타트업이라면 대기업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물량공세하는 마케팅을 펼칠 수도 없으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더부스가 그러한 예다. 최근 수제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크래프트 비어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주류업에 발을 들인 경험도 없는 외신 기자와 금융맨, 한의사 출신이 모여 창업한 것으로 화제가 된 더부스도 그중 하나다. 성장세가 가파른 시장일수록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한 일. 더부스는 맥주 자체의 맛이나 다양한 포트폴리오 등에서도 강점이 있지만, 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자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Follow your FUN’을 나타내는 맥주병 라벨 및 패키지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시선을 끄는 디자인과 맥주별로 다른 컨셉을 구현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국립극장의 〈제인 에어〉 공연을 기념으로 콜라보한 더부스의 ‘제인에어엠버에일’과 민음사와 콜라보한 《제인 에어》 책표지 (사진 : 더부스 제공)

이를 위해 더부스는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소냐 리(Sona Lee)라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콜라보레이션하여 대부분의 비주얼 및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부스의 매력적인 라벨 디자인이나 매장 포스터는 크래프트 맥주를 잘 모르거나 접해보지 않은 20~30대 젊은 여성층에게 크게 어필하여 더부스를 다른 맥주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데 공헌했다.
  
또한 더부스와 잘 어울리는 브랜드, 콘텐츠, 연예인 등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72초〉, 〈오구실〉, 〈두 여자〉, 〈바나나 액츄얼리〉 등 짧은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72초TV’와 콜라보레이션하여 신규 맥주를 출시하고 새로운 라벨 디자인 및 관련 굿즈(Goods), 팝업 스토어 등을 선보였다. 방송인 노홍철과는 ‘긍정신 Red Ale’ 맥주를 출시해 브랜드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이처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과 이를 반영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더부스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들을 다양하게 풀어내는 또 다른 장치가 되고 있다.
 

콘텐츠 회사 72초TV와 콜라보레이션하여 만든 ‘Rye IPA’와 방송인 노홍철과 함께 만든 맥주, ‘긍정신 Red Ale’ (사진 : 더부스 제공)

경영과 디자인이 접목되는 사례가 늘고 디자인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최근에는 디자이너가 직접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만든 김봉진 대표가 대표적인 예다. 아니면 프릳츠처럼 디자이너를 초기부터 직원으로 채용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더부스처럼 외부에 전략적 파트너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만큼 비주얼 전략에 비중을 두고 투자한다는 뜻일 터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해놓고는 그제야 부랴부랴 도와줄 디자이너를 찾곤 한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자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봐줄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보려고 동영상 강의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회사의 비주얼 전략을 그렇게 임기응변식으로 추진해도 될까? 점점 이미지가 중요해진다고 하고 우리도 남들처럼 멋진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은데, 축적된 노하우나 자원이 없는 스타트업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당신이 이런 상황이라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비주얼이 중요하다고 하면 매력적인 제품 사진을 찍거나 이미지 만드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를 넘어서서 회사의 전체적인 비주얼과 관련해서도 일관된 전략을 취해야 한다. 내부에 디자이너가 있거나 창업자가 디자이너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다음 사항만이라도 먼저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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