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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31. 2018

05.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을 찾자.

<창업가의 브랜딩>



창업가가 아무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다양한 형태로 교육하고 조직문화를 만들더라도,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일지는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채용해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최소 20년 이상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살아온 사람들을 공통된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간혹 급한 대로 적당해 보이는 사람을 뽑아놓고 ‘앞으로 차근차근 가르치면 되지’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창업자들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는 별로 없다. 더러는 인성이 좋은 사람과 역량이 뛰어난 사람 중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면 무엇보다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삶의 방향이 같은, 흔히 말하는 ‘핏(fit)’이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핏이 맞는 사람을 찾는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그래야 자원의 누수 없이 한 방향으로 속도를 맞춰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핏이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채용 인터뷰는 직무적합성이나 전문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그러나 한두 시간 안에 상대방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해온 업무나 역량을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할 구성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원 면접, 심층 면접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기도 하는데, 그중 프릳츠의 독특한 채용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핏이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릳츠는 창업 초기부터 채용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출서류 양식도 따로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프릳츠만의 특별한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설탕 vs 소금’, ‘앞자리 vs 뒷자리’, ‘청바지 vs 면바지’, ‘콜라 vs 사이다’, ‘흰색 vs 검정색’ 등의 문항을 40~50개 정도 주고 그중 선호하는 것을 고르라는 형식이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묻자 “지원자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보기보다 프릳츠에 적합한 사람인지만 궁금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 질문에 당연히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택하는 맥락을 보며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할 뿐. 그 후 지원자가 왜 그 답을 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뒷자리를 골랐는데, 어떤 것의 뒷자리를 떠올렸는가?’라고 물으면 저마다 대답이 다르다고 한다. 교실의 뒷자리나 버스의 뒷자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수점 뒷자리로 인식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밖에 프릳츠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밖에서 바라본 프릳츠는 어떠한지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 다음 매장에서 한두 시간 정도 실제로 일을 해보게 하고, 마지막으로 식사면접을 진행한다. 같이 저녁을 먹고 싶은 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지원자들이 있어 채용의 결과가 막판에 바뀌기도 한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경험과 직무의 숙련도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프릳츠와 핏이 맞는지를 가장 우선으로 본 것이다. 그 결과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바리스타로 채용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을 텐데 저희마저 처음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인생에 시작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빵에 대한 숙련도보다는 우리와 적합한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김병기 대표의 말에서 채용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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