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P&G는 왜 스타벅스가 되지 못했나?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by 더굿북

여기, 같은 분야의 두 가지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 A 제품은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B 제품은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소수의 구매자가 엄청 좋아한다. 진심으로 즐기면서 제품을 산다. B 제품은 구매자들의 일상에서 중심을 차지하며, 한 번 사용한 사람은 기꺼이 다시 찾는다.


이 기업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계속 두 제품을 생산하는 것. 두 제품 모두 이익을 내고 있으므로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둘째는 B 제품에 집중하는 것.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만큼 일정 시점이 되면 시장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B 제품을 포기하고 현재 매출이 높은 A 제품에 주력하는 길이 있다. 그런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제품에 미래를 걸 기업이 있을까? 제품의 품질을 높일 방법을 알고 있고, 그런 제품인 B 제품을 이미 생산하고 있는 마당에?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의 최고경영자인 존 페퍼는 1992년 커피 시장을 평가하면서 A 제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시 P&G에는 두 개의 커피 사업부가 있었다. 한 사업부는 ‘폴저스’라는 인스턴트커피를 캔에 넣은 후 진공 포장해 미국 시장에 판매했고, 다른 사업부는 고급 아라비카 커피콩을 로스팅해 이탈리아 시장에 판매했다. 페퍼는 두 사업부를 검토한 뒤 이탈리아 시장을 겨냥한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 한정된 고급 원두커피 사업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세상에 대한 그의 인식과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사업부였다. 페퍼에게 이탈리아란, 그가 매각을 발표하면서 오만하게 표현했듯, “현격히 다른” 커피 시장이었다.

그의 말은 옳았다. 다르긴 분명히 달랐다. 오하이오 주의 신시내티에서 생활했던 페퍼와 그의 팀원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커피를 중요한 화제로 삼고, 한 잔의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커피를 중심으로 새로운 종류의 사회적 공간이 형성되는 커피 문화도 보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건 집에서 연한 커피 한 잔을 후루룩 들이켜고는 출근하러 문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었다. 사무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었다. 설사 밖에서 커피를 마신다 해도 간이식당에서 값싸고 맛없는 커피를 홀짝 마신 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전부였다. 그들에게는 커피가 일상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다. 커피를 찬미하지 않았고 숭배하거나 신화화하지도 않았다. 커피는 그저 꿀꺽 삼키고는 잊어버리는 대상이었다.

P&G가 이탈리아에서 판매했던 커피는 진하고 풍부했다. 미국인들은 알지 못하는 맛이었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매출의 상당 부분이 카페에서 발생했는데, 카페란 방종한 이탈리아인들이 오직 커피를 마시려는 목적으로 찾는 곳일 뿐이었다. 페퍼가 경영하는 기업의 주력 생산품은 비누와 세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이었다. 그러므로 페퍼는 두 커피 사업부를 비교하면서 이탈리아 사업부를 일종의 사치로 여겼고, 필수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서는 일종의 ‘일탈’이라고 보았다. 사치품은 P&G에 어울리지 않았고, 다른 제품군과 어울리지 않는 제품 판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페퍼는 고급 커피 사업부를 팔아치웠다.

경영학자 바턴 웨이츠는 당시 페퍼가 내린 결정을 ‘다른 것’을 자산이 아니라고 인식한 고전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페퍼에게 이탈리아 사업부란 ‘뭔가 이상한’ 분야였다. 낯선 제품과 친숙하지 않은 시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건 여타 제품군과 구색이 맞지 않을뿐더러 회사 전체에 해를 끼칠 만한 ‘문제’였다. 페퍼는 친숙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불리한 점만을 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미래는 손톱만큼도 보질 못했다. 매각을 발표하면서 페퍼는 이탈리아 사업부가 미국 사업부와 전혀 연관이 없고 쓸모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웨이츠는 놀라울 정도로 가난한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는 인공 동결 인스턴트커피인 폴저스를 팔고, 저기서는 신선하고 이국적인 원두를 팔았으니 현격히 다른 시장이라는 건 분명했죠.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팔면 사람들이 말 그대로 줄을 서서 산다는 걸 알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지요? 두 시장이 똑같아 보이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렸습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페퍼가 사람들이 자사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무시한 바로 그 무렵,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커피 제국의 기반을 닦고 있었다. 슐츠가 영감을 얻은 것은 하필이면 이탈리아 커피 사업이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바와 카페에서는 맛있는 커피뿐 아니라, 커피와 관련된 설렘까지 제공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했고, 한 잔을 더 마시기 위해 또 카페에 들렀고, 날마다 카페에 갔다. 그러면서 카페에는 독특한 무언가가 생겨났다.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어떤 것, 강렬하면서도 편안한 감정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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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는 하워드 슐츠가 이탈리아에 발을 들여놓기 10년 전부터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팔았다. 전문기술과 자원을 갖췄고 자체 원두까지 갖고 있었다. 커피의 미래를 개막할 모든 것이 그들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알게 된 것을 취해 미국과 전 세계로 파급시키기는커녕 시야를 미국에만 한정시키고 그 밖의 모든 것은 문제가 되는 일탈로 간주했다. 이탈리아에서 특이한 사람들이 특이한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고는 왜 폴저스가 아닌 저런 걸 마시는지 이상하게 여겼다. P&G 제국은 사람들이 열망하는 커피와 감내하는 커피를 둘 다 갖고 있었으면서도 소비자들이 꾹 참고 마시는 커피를 택했다.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모델에 맞지 않았고 따라서 그건 문제였기 때문이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커피 쪽으로 움직였다. 한때는 폴저스의 하루 이익이 스타벅스의 연간 이익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스타벅스의 이익이 폴저스의 10배가 넘는다. 쉽사리 차지할 수 있었던 시장을 놓친 P&G는 폴저스 사업부마저 매각하고 결국엔 커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말았다.

P&G가 보여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웨이츠는 “독특한 것을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은 차이에 관해 혹독하게 배워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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