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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2. 2018

05. 따뜻한 한마디, 그거면 충분하다.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만약 소중한 사람을 간병하고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
부드럽고 따뜻한 당신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질 테니까.


저는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온 환자분을 돌보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꼭 이렇게 당부합니다.
“환자분께 자주 말을 걸어주세요. 의식이 없어도 반응하지 않아도 사실을 다 듣고 계시거든요.”

그때 이를테면 환자분이 고령의 남성일 경우에는 가족에게 ‘할아버님이 말씀하실 수 있다면 지금 아드님이나 따님, 손자분에게 어떤 말을 할 거 같나요?’ 하고 묻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잘 부탁한다’, ‘형제간에 사이좋게 지내라’ 하고 말할 것 같아요.”
만약 이런 대답이 돌아오면 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럼 ‘할머니는 걱정하지 마세요’,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낼게요’ 하고 할아버지에게 말해주세요. 그 내용이 맞는다면 분명 할아버님은 ‘그래그래’, ‘옳지 옳지’ 하고 수긍하실 거예요.”
말을 걸어주라고 부탁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돌아가신 분과 남는 분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런 훈련을 해두면 환자분이 돌아가신 후에도 남은 분들은 저마다 마음속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앞의 경우로 말하자면, 가족은 ‘할아버지는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며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까?’, ‘할머니를 보살펴드리고 형제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실까?’ 하고 이따금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돌아가신 분과 강하게 연결되면 남은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자신이 괴로울 때, 고민하고 있을 때도 그 유대가 반드시 버팀목이 되어줄 테니까요.

두 번째는 환자분이 평온한 마음으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머지않아 생을 마치려는 사람이 무엇을 바라고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할까요?
배우자나 자녀, 손자를 남겨두고 가는 환자분이라면 ‘가족은 걱정하지 마라’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이별이 가까운 것을 그저 한없이 슬퍼할 게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큰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요?
설령 의식이 없더라도 환자분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생각이 반드시 닿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_조병화, <늘, 혹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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