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Feb 23. 2018

01. 정리는 예상하는 작업이다.

<모두 제자리>



“정리를 하면 앞으로 물건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단다.”
- 일본인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가르쳐주는 말


어떤 물건이든 다음에 필요할 때 눈 감고도 바로 찾을 수 있게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이 정리가 추구하는 첫 번째 목표다. 열쇠를 늘 두던 곳에 놓으면 다음 날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리는 물건을 찾느라 낑낑대거나 물건을 찾지 못해 엉뚱한 곳을 헤매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미리 도와주는 작업이다. 평생 매순간 자잘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 주는 작업이다. 정리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시간 낭비를 막아주는 작업이다.



    
정리와 눈앞에 안 보이게 치우는 것은 다른 일

한 손으로 냄비들을 치우고 다른 한 손으로 필요한 냄비 하나를 꺼냈는가? 그렇다면 찬장은 ‘정리된 것’이 아니다. 아무리 냄비들이 보기에도 깔끔하게 차곡차곡 쌓여 있다고 해도 말이다. 완벽한 정리란 물건을 제대로 분류해 상자에 넣거나 선반에 나누어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다. 물론 상자에 냄비를 담아 차곡차곡 정리된 옷 뒤에 놓아두면 쉽다. 그러나 눈에 잘 안 띄는 구석 자리를 차지하며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그 상자는 옷장을 열 때만 그 존재를 확인받는다.
  
책 한 권을 빼내는 순간(빼낸 책을 다른 책더미 위에 올려놓기 위해) 도미노처럼 책 더미가 우르르 무너지면 정리가 된 것이 아니다. 다림질한 세탁물을 예쁘게 정리해 쌓아두고 그 앞에서 뿌듯해하는 것(3개월마다!)도, 초대 손님이 도자기 찻잔을 꺼내 감상한 후 진열장 안 자리에 다시 놓는 것도 진정한 정리는 아니다. 정리는 어질러진 것을 다른 방식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다. 찬장 구석에 있는 것을 포함해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찾기 쉽게 배치해 불필요한 노력이나 움직임을 가능한 없애는 것이 정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05. 불행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