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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8. 2018

01. 원칙을 지킴에 물러섬이 없다.

<리더십, 난중일기에 묻다>




관행과 타협하지
않는 올곧음
  
어느 공동체나 원칙이 있다. 원칙은 공동체를 움직이는 기준이자, 공동체의 공의(公義)와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원칙이 잘 지켜지는 공동체는 공의가 살아 숨 쉬고 구성원 개개인도 공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반대로 원칙이 흔들리면 공동체가 휘청거린다. 원칙을 잘 지키면 고지식하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이다.
  
공동체의 원칙이 잘 지켜지려면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리더, 즉 공동체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리더가 원칙을 지킬 때 구성원들도 그러한 모습을 존경하면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순신 장군의 삶을 살펴보면 그는 공동체의 원칙과 자신의 삶에 대한 원칙을 모두 잘 지켰다. 공동체의 질서와 공의를 존중해 관행이나 편법과 타협하지 않았고, 혼란스러운 전장에서도 엄격히 군율을 지켰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 부끄러운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애썼으며, 늘 정직하고 청렴했다. 부하로서 상사를 대할 때나 상사로서 부하를 대할 때나 변함이 없었다.


이순신의 조카 이분(李芬)이 저술한 <충무공행록>을 보면 장군은 관행과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성품이라는 사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병조판서였던 김귀영은 이순신의 강직하고 정직한 성품이 맘에 들어 자신의 서녀를 이순신에게 첩으로 주려고 했다. 하지만 중신아비(혼인을 중매하는 남자를 일컫는 말)에게 장군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벼슬길에 오른 내가 어찌 권세의 집과 연을 맺어 이익을 바라겠는가.”
  
자신을 좋게 본 고위공직자의 호의를 한마디로 거절한 것이다. 힘 있는 가문과 인연을 맺음으로써 자신의 관직 생활에 큰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맥도 구축할 기회였다. 하지만 장군에게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더 큰 가치였다. 권문세가의 힘을 등에 업고 출세한다는 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자칫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었지만, 장군은 개의치 않았다.
  
충청도 해미에서 충청도 병마절도사의 군관으로 근무할 적에는 허례허식이 없는 청렴함으로 주위의 모범이 됐으며, 출장 후에는 받아 사용하고 남은 양식마저 모두 반납하는 그의 정직성 때문에 절도사의 신임을 받았다고 한다.
  
원칙을 지키는 삶을 살았기에 같은 문중이던 율곡 이이가 만나자고 제안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율곡이 이조판서(吏曹判書)로 재직 중일 때 이순신이 나라에 필요한 재목임을 듣고 서애(西厓) 류성룡에게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류성룡은 이순신과 한동네에 살았을 뿐 아니라 이순신의 둘째 형인 요신의 친구였으므로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류성룡은 장군에게 율곡을 한번 만나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장군은 한마디로 거절했다.
  
“율곡은 나와 같은 문중의 어른이라 뵙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조판서의 자리에 계시니 지금 만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오.”
  
율곡과 이순신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장군은 자기 힘으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남의 힘, 남의 도움을 빌릴 생각은 털끝만큼도 갖지 않았다.
  
<충무공행록>에는 공이 부정한 청탁을 거절해 파직된 일이 기록되어 있다. 1579년 2월 충무공이 35세의 나이로 훈련원에서 인사업무를 관장하는 봉사(종8품)에 재직했을 때의 일이다. 병조정랑(정5품) 서익이 편법으로 자신의 친척 한 명을 훈련원 참군(정7품)으로 승진시키려고 인사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상관의 인사 청탁을 법의 규정을 들어 바로 거절했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등급을 뛰어넘어 승진시키면,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하지 못하니 이는 공정하지 못한 일입니다.”
  
서익은 자신이 상급기관의 상급자인데도 법 규정을 이유로 인사청탁을 거부한 이순신의 행동에 무척 분개했다. 당시 훈련원에서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이 서익에 대항한 일을 보고 반드시 탈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결국, 장군은 8개월 만에 충청도 절도사의 군관으로 좌천됐다. 서익과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선조 15년인 1582년 1월 서익이 군기경차관(임금의 특명으로 지방에 파견돼 무기를 점검하는 벼슬)으로 발포(전남 고흥에서 남으로 40리 떨어진 곳)에 왔다. 이때 장군은 승진해서 발포의 수군만호(水軍萬戶, 고려와 조선 때 있었던 군사조직 ‘만호부’의 종4품 관리. 만호부는 외부의 침략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로 근무하고 있었다. 발포 포구의 무기와 병장기는 흠잡을 데 없이 잘 정비돼 있었다. 하지만 서익은 발포의 무기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고 조정에 장계를 올렸다. 그 결과 발포만호 이순신은 파직됐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이순신이 무기를 잘 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이익을 당한 이유가 그 전에 훈련원에서 일할 때 상관의 청탁을 거부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앙갚음을 당하면서 장군의 태도가 바뀌었을까? 모두가 다 알다시피 그렇지 않다. 어떠한 불이익도 장군의 원칙을 꺾지 못했다. 장군은 불의와 타협을 허락하지 않았고 원칙 앞에 물러섬이 없으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직한 공직자이며 리더였다. 이러한 장군의 태도는 혼란스럽고 암울한 전쟁터에서 백성과 군대의 기강을 잡는 데 빛을 발했다.
     
     
원칙이 만든
100년의 성공신화
  
앰앤엠즈(M&M’s), 스니커즈(SNICKERS)로 국내시장에 잘 알려진 기업 마즈(Mars)는 1911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100년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연간 40조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소통문화로도 호평을 받고 있어,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으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한국에서도 GWP 코리아(Great Workplace Korea)가 주관하는 ‘2016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7년간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엇이 이 회사를 명문기업으로 만든 것일까?
  
기업은 본질적으로 다른 누구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마즈는 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소비자, 판매대행사, 경쟁사, 협력사, 정부기관, 직원, 주주의 상호이익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의 원칙(The Five Principles)을 세우고, 전 직원들에게 천명했다. 이것이 마즈를 100년 넘게 꾸준히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한다.
  
첫째는 우수성(Quality)이다. 
소비자는 우리의 보스이므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우수한 품질은 소비자에게 회사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다.
  
둘째는 책임(Responsibility)이다. 
개인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며, 개인의 책임뿐 아니라 동료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한다. 공동의 책임 분야에서도 높은 책임의식으로 솔선수범하며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한다.
  
셋째는 상호성(Mutuality)이다. 
가치와 이익이 창출되면 서로 나누고 공유한다. 이익의 공유만이 영속성을 갖고 서로 상생할 수 있다. 서로에게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넷째는 효율성(Efficiency)이다.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한다. 원칙을 유지하면서 가격 대비 탁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저의 원가와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해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효율성에 있다.
  
다섯째는 자유(Freedom)이다. 
미래를 설계하려면 자유가 있어야 하고, 수익이 있어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유를 희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도 재정적인 자유가 있어야 한다([<마즈 웨이(MARS WAY)>, 김광호, 김종복 공저, 이와우]에 소개된 마즈의 원칙을 참고해 정리했다).

마즈의 이러한 원칙이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원칙을 공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철저히 실천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원칙을 지킨 사례들을 모아 매년 ‘실천하는 원칙’이라는 사내 책자를 발행하고 있다. 마즈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흔들림 없이 원칙 중심의 기업운영을 가능케 했으며, 100년 동안이나 꾸준히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원칙은 일관성을 유지해주고 예측 가능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장치이다. 복잡한 상황에서도 단순한 해결책을 찾아서 의외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은 합리적이며, 사후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이기심 때문이다. 자신만의 이익에 기준을 두는 자기합리화가 원칙을 흐트러뜨리게 한다. 

원칙은 외골수가 아닌 현명한 사람이 갖는 무기이다. 원칙이 더 강하고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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