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위한 엔딩노트>
흔히 인생을 배움의 장이라고 일컫습니다. 가정은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학교’이며, 부모는 처음 만나는 대화 상대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모방하는 법입니다. 예전부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듯이, 아이를 보면 그 부모의 성품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따끔하게 혼내면서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는 도중에 도가 지나치면 자식에게 미안한 짓을 해버리기도 합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심한 욕을 내뱉고 말았는데, 그러지 말걸…….’, ‘우리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뒤떨어지는 게 창피했어. 결국 내 이기심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를 들들 볶은 거야…….’
주변에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지금껏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말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이처럼 가족에 대한 꺼림칙한 심정을 그대로 안고 세상을 떠난다면 매우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 후회를 훌훌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나고 싶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당사자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해야 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자신의 인생사를 적는 엔딩 노트입니다. 부모가 눈을 감은 뒤 자식이 뒤늦게 부모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아쉬운 일이지만, 세월이 흐른 후 돌이켜보면 오히려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복받칠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교류형 소셜 사이트나 블로그를 잘 이용해서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적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60~70대 어르신도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을 손쉽게 사용합니다. 그런 분들은 인터넷상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소원해진 예전의 친구와 다시 교류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에피소드를 서서히 기억해냅니다. 가족, 친척, 친구끼리만 모이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속속 등장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사생활을 침해당하지 않고도 원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에피소드를 늘려나갈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남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며 ‘유대감’을 확인하기 원하는 동물입니다. 남들과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우리 인간이 현세에 태어난 가장 큰 목적인 동시에 현세에서 얻고 가야 할 ‘배움’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노트르담성신학원의 이사장 와타나베 가즈코(渡辺和子) 선생은 예전에 NHK 교육 텔레비전의 일요일 아침 방송 <마음의 시대>에 출연했을 때, ‘사랑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과연 명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상대방과 이어져 있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런 느낌은 인생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에피소드를 떠올리는 과정은 자신과 주변과의 관계 및 유대감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