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후반전>
중년에는 신체적으로, 성적으로, 직장에서, 가정에서 파워를 상실해간다. 남성들은 파워를 추구하는 존재인데 전방위적으로 파워를 잃으니 중년기가 힘들다. 남성은 왜 그렇게 파워를 추구할까? 이는 남성의 성적 정체성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이유와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성적 정체성 면에서 보면 남성은 일하는 존재다. 대다수의 남성이 사회에서 일을 하는데, 일을 하려면 파워가 필요하고 파워를 통해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일을 통해서 파워를 얻기도 한다. 즉, 파워와 일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런 면에서 남성들은 자연스럽게 힘 지향적, 일 지향적이 된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듯 남성이 파워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남성들이 파워를 추구하는 사회적인 이유는 사회 전체가 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를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 정보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인기를 많이 누리는 사람들은 엄청난 부와 혜택을 누리면서 산다. 법과 상식을 넘어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산다.
남성들이 파워를 추구하는 심리적 이유는 ‘주변인 증상’ 때문이다. 사회엔 언제나 주인공들이 있다. 정치인, 성공한 CEO, 스포츠 스타, 인기 연예인, 드라마의 주인공 등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들이다. 주인공들은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정치적 인기는 곧 권력을 가져다주고 돈을 통한 힘은 금권을 가져다주며 대중적 인기는 연예인, 가수, 스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주인공중심의 현대 사회는 내면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은 물론 심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거나 열등하다는 인식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주변인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서 모두 주인공이 되려는 대열에 참여하게 된다. 주인공 중심의 사회는 곧 힘 중심의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힘을 추구하는 삶인 일 지향적 성향이 환영을 받는다. 사회는 일 잘하는 사람들을 대우하고 인정하며 경제적 또는 사회적으로 많은 보상을 한다. 많은 남성들이 이런 보상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며 일 중심의 삶을 살아간다. 때로 일 중독적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져 쓸모없는 느낌이 들어서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를 점해야만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 가치 있는 사람, 괜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나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다.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우월감을 느끼려고 한다.
이러한 경쟁에서 일찍 탈락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실패-실패의 인생을 산다고 느낄 수 있고, 우위를 점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성공-실패의 인생을 산다고 느낄 수 있다. 중년에 위기를 경험하는 이유는 중년의 때가 자신의 성공 이유였던 사회적 보호 장치로부터 떠나거나 경제적 또는 신체적 능력이 상실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면적 성공에 가려져 마음속에 잠복되어 있던 열등감, 의심, 창피, 불신이 한꺼번에 전면에 부상을 하게 되면서 파워리스(powerless)를 체험하는 위기를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