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후반전>
성인아이들의 특징
인생의 발달단계에서 못다 한 숙제는 성인아이를 만들고, 성인아이는 파워를 좇는다. 돈을 벌고 권력을 쥐고 명예를 얻으면 초라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내가 덮어지거나 없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의 문제는 이렇게는 풀리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과 초라함, 형편없음을 직면하고, 살면서 배우고 획득했어야 할 마음의 자산을 회복할 때 마음의 문제가 해결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과 싸울 수 있는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에 맞춰 산다.
성인아이였지만 자신을 찾음으로써 진정한 어른이 된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상담을 함으로써 자신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왜 그렇게 갈등이 많았는지 차츰 이해하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가 간절히 원했으나 갖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어른으로 성장했다.
1.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에 맞춰 산다.
성인아이는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산다. 주변인이란 자신의 소신이나 확신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동, 생각,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남의 생각에 맞춰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정체성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불신하고 스스로를 창피해하며 죄의식과 열등감 속에 산다.
2. 누구도 신뢰하지 못한다.
성인아이들은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 감정이나 느낌,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신뢰하기 어렵다. 에릭슨의 발달단계 중에서 주도성이나 근면성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여 열등감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는다. 예를 들어 길을 찾을 때도 오른쪽으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내 느낌이 맞은 적은 별로 없어!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가면서도 ‘이 길이 맞을까, 틀릴까?’를 계속 생각한다. 신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내용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며 확인하고 싶어 한다. 물론 이런 확인이 자신 안에 있는 신념이나 느낌을 확인하는 경우라면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도, 다른 사람도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하기 때문에 자꾸 확인을 한다.
3.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성인아이들은 자신에 대해서 부끄러워한다. ‘나 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인정이나 사랑에 목마르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인정해주는 사람, 좋아해 주는 사람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그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고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아주 불쌍하게 보여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거나 잘 울어서 도와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4. 지나치게 염려한다.
성인아이들은 불안이나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어떤 일이 잘되지 않을까 봐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할 정도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러한 과도한 두려움, 걱정, 염려로 인한 신체화 증상(여기저기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는 병들이 여기에 해당한다.)을 겪기도 한다.
대기업 임원인 민 씨.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회사에서도 상사들의 눈치를 잘 본 덕에 임원까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불안하고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언제부턴가 틱 장애를 갖게 되었다. 회의 분위기가 무거워지거나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제가 나오면 긴장을 하는데, 이를 들키지 않으려다가 눈을 계속 깜박거리게 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틱 장애를 알게 될까 봐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괴롭고 힘들다. 나중에는 회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회사생활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5. 주변 사람들의 근황을 알고 싶어 한다.
성인아이들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영역에서는 열등감을 갖는다. 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며 산다. 본인보다 우월해 보이거나 인기가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처럼 되려고 무척 노력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의 근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알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의 근황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잘 못한다.
직장인 박 씨는 회사에 출근하면 늘 상사의 근황을 파악하려고 한다. 동료들에게 상사가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물어본다. 특히 상사가 저녁에 술자리를 한다고 하면 집에 중요한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잘 못하기 때문에 상사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다른 동료들이 상사의 인정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고 심지어 절망감도 느낀다. 이런 감정을 숨기느라 애를 쓰면서 살기 때문에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 집에 들어가면 화를 내기 일쑤라 아이들에겐 무서운 아버지가 된다.
6. 불평을 달고 산다.
성인아이들은 불평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에 따라 살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인 이 씨는 회사에서 불평쟁이로 통한다. 일이 잘못되면 늘 다른 사람 탓을 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그를 싫어한다. 무엇인가를 도와주면 고마워하지도 않을뿐더러 왜 더 잘 도와주지 않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지적한다. 이 씨는 혼자 점심을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왕따가 된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삶은 고단하다. 내면에 기쁨도 없다. 자기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에게 상처를 준다. 시회생활도 힘들다. 중년 남성들이 겪는 파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내면의 아이를 성장시켜 어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