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초원의 바람을 느껴보셨나요?

<여행의 이유>

by 더굿북


1.jpg?type=w1200 ⓒ김경우 몽골


바양고비에서 슬픈 낙타를 만나다

초원체험을 위해 2박 3일간 머물 엘승타슬하는 모래가 갈라진 곳이란 뜻의 지명이다. 이곳에선 초원에서의 말 타기뿐 아니라 사막체험도 할 수 있다. 사막체험을 위해 작은 고비라 부르는 바양고비로 간다. 고비사막의 초입이라서인지 사막이 아니라 아담한 모래언덕 같다. 여기서 시작된 바람이 황하를 건너 봄마다 황사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지? 하지만 지금은 고요하기만 하다.

야트막한 모래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데 보기완 다르게 위협적이다. 어렸을 적 뒷산에서 비료포대를 탔을 때 생각이 난다. 점점 속도가 붙는데 제동은 안 되고, 곧 추락할 거라는 공포에 눈썹이 하얗게 샜었다(사실, 눈 더미에 박혀서 눈이 눈썹을 하얗게 만들었다). 잠시 그 공포가 지나간다.

바양고비에서는 낙타를 타고 사막투어도 할 수 있다. 늘씬하고 외봉인 여타 지역의 낙타와는 달리 몽골의 낙타는 다리가 짧고 쌍봉이다. 비록 다리는 짧지만 힘이 세고 쉬 지치지 않아 이동이 많은 유목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재산목록이다. 몽골을 비롯한 북동아시아에서 주로 서식해 몽골낙타라고도 한다. 낙타를 보니 울란바토르의 자연사박물관에서 본 낙타 그림이 떠오른다.

어미 낙타는 출산 후 우울증을 겪는다. 새끼가 굶어 죽든 말든 어미는 젖을 물릴 마음이 없다. 안타까운 낙타 주인은 어미 옆에서 조용히 마두금(해금과 같은 2현의 몽골 민속악기로 주법과 소리는 첼로와 비슷함. 몸통 위에 말머리 장식이 있어 마두금이라 이름 붙여짐) 연주를 들려주고, 어미 낙타는 마두금 연주에 감동받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새끼에게 젖을 물린다.

이렇게 섬세한 감정이 낙타에게도 있었나 싶으니 그 눈이 더 그윽하게 보인다. 어미 낙타의 모성은 공광규 시인의 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어딘지 모르는 초원에서 죽은 사람을 묻을 때
어미낙타가 보는 앞에서 새끼낙타를 죽여 묻어두면
어김없이 무덤을 찾아낸다는 슬픈 몸뚱이의 역사
공광규, 낙타의 일생 중



낙타는 풀떼기를 먹으며 평생 일만 한다. 그러다 죽을 때면 노역을 시킨 인간들에게 털과 가죽을 주고 간다. 거기에 더해 새끼가 길잡이로 죽임을 당하는 걸 눈앞에서 봐야 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슬픈 몸뚱이의 역사다. 낙타를 타고 사막투어도 하고 싶지만 쌍봉인 등을 쓰다듬으며 M자를 그려보는 걸로 만족한다. 낙타야 잠시지만 쉬렴.

2.jpg?type=w1200 ⓒ김경우 몽골 노마디크



몽골 최대의 축제, 나담

나담(Naadam: 놀이, 경기, 축제를 뜻함)은 몽골의 대표적인 축제로 유목민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인 말 타기, 활쏘기, 씨름경기를 중심으로 열린다. 운동경기를 중심으로 개최되는 거라 축제지만 공식행사장에서의 영어 표기는 ‘Sports Naadam’이다. 몽골 독립기념일인 7월 11일 시작해 사흘 동안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몽골의 영토는 한반도의 7.4배에 달하는 데 반해 인구는 2015년 겨우 300만을 넘겼다. 그 넓은 땅을 아무리 달려봐도 사람의 모습은 볼 수 없는데 이날만은 예외다. 사람으로 산과 바다를 이루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머문 캠프에선 방문객과 동네주민들을 위한 미니 나담축제가 열렸다.

<몽골 씨름 부흐>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 중앙으로 나와 독수리 춤을 추며 기선제압을 하는 것으로 경기가 시작된다. 칭기즈칸 시대부터 이어져온 부흐는 축제뿐 아니라 국가의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열리는 인기 스포츠다. 우리의 씨름처럼 기본적으로 힘을 겨루지만 순발력과 기술도 필요로 한다. 씨름과 다른 점은 시간제한과 체중 구분이 없고 단판 승부로 끝난다는 것이다. 말 타기, 활쏘기와 달리 부흐는 남자들만 참가할 수 있어 우승자는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은 정도전에게 “제잔트가르는 당신이었습니다”라고 속마음을 표현한다. 그 대사를 들으며 왠지 내 심장이 뛰었다. 우승자는 그야말로 ‘잔트가르(최고의 사내를 뜻하는 몽골어)’인 것이다.

<말 타기>
6~8세의 어린이가 기수로 나와 말의 나이에 따라 15~30킬로미터의 초원을 달리는 경기다. 몽골에선 말 위에서 태어나 말 위에서 자라고 연애도 결혼도 말 위에서 하고 그러다 말 위에서 죽는다는 속설이 있다. 몽골제국이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자연스런 기마술로 인한 기동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전성기 때의 몽골은 서쪽으로 헝가리, 남쪽으로 베트남과 바그다드, 북쪽으로 모스크바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부분을 지배했다. 로마가 최전성기 때 차지했던 땅의 두 배가 넘는 면적이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 서보라! 누구라도 달리고 싶어질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4. 스트레스는 어떻게 몸을 망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