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간단치 않다. 얼추 생각하면 그냥 놀고먹는 것이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할 듯하다. 하지만 막상 그런 환경에 한동안 놓이게 되면 지겨워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하늘의 별과 같이 높은 이상을 좇으면서 행복해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현실의 명리(名利)에 눈을 떼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복가치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그것은 바로 세 가지를 통해서다. 경험, 사람 그리고 자신이다.
1. 상황과의 만남, 즉 경험을 통해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이들을 보면 적지 않은 경우 그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어떤 상황과의 우연한 만남이다. 골프 선수 최경주는 고등학교 때 줄을 잘 서서(?) 우연히 골프에 입문하게 되었다.
경험에는 간접적 경험과 직접적 경험이 있다. 간접적 경험은 책 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직업 그리고 환경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보는 것이다. 직접적 경험은 여행이나 방문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직업 그리고 환경을 직접적으로 만나보는 것이다. 간접적 경험은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다양한 만남을 가질 수 있으나 느낌과 영향력이 강하지 않고, 직접적 경험은 느낌과 영향력은 강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최경주 선수가 만약 고등학생 때 골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다른 기회에 골프를 만나 지금처럼 세계적 골프 선수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볼 때 그렇게 되기보다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면 그것은 바로 다양한 만남의 기회 제공이다. 책을 통해서든지 여행을 통해서든지 만나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곧 자녀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힘과 재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만나고 경험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복가치를 자연스럽게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직간접의 다양한 만남은 어린 자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20대, 40대는 당연하고 60대라 할지라도 아직 자신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다양한 직간접의 만남에 탐닉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고 풍요하게 해줄 새로운 것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2. 자신의 생각과 주변의 조언을 통해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직들을 보면 적지 않은 이들이 부모 중 어느 한쪽이 같은 분야의 전문직이다. 자녀의 직업 결정에 부모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어렸을 때 선생님의 지나가는 칭찬 한마디가 지금 자신의 직업을 결정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선생님의 우연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결정한 것이다.
경험 못지않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직업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자신의 행복가치, 즉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할 것인가?’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먼저 내 생각이다. 그것은 어려서나 성인이 되어서나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성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생각이 정립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미성년이나 성인이나 앞에서 말한 여러 간접적·직접적 경험들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때 미성년의 경우 더불어 필요한 것이 부모와 선생님 등 가까운 성인들의 아이에 대한 주의 깊은 객관적 관찰과 긍정적 조언이다. 부모의 태도,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 특별한 사례가 못 된다. 그런 사례가 너무 많아 차라리 일반적이다. 따라서 부모나 선생님의 아이에 대한 태도나 조언은 ‘주의 깊은’ ‘객관적’ 관찰에 바탕한 ‘긍정적’인 것이어야 한다. ‘무관심’하거나 ‘매우 주관적’인 잘못된 관찰에 바탕한 태도나 말은 아이의 인생을 덜 적절한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고, ‘긍정적’이지 못한 태도나 말은 아이에게 관심과 노력 대신 좌절이나 죄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성인의 경우 역시 자신의 행복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민하는 동시에 주위의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 스스로 고민을 할 때는 특히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주의 깊게 반추해보아야 한다.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할 진정한 행복가치가 희미한 기억 속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고 있을 수 있다. 결혼한 이라면 주위의 조언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배우자로부터의 조언이다. 자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이고 같은 입장이면서도 상대적 관계로, 그를 잘 알면서도 자신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자신의 적성과 의지를 통해
사람들은 흔히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적성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 능력, 또는 그와 같은 소질이나 성격’이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다른 이들보다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경쟁력이 있으므로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는 경우보다 더 행복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 능력, 또는 그와 같은 소질이나 성격’은 어떤 일에 대한 ‘현재’의 ‘더 높은 생산 가능성’을 말할 뿐이지 그것이 곧 행복과 동의어는 아니다. 또 적성 자체도 집중적인 학습과 훈련 그리고 본인의 관심과 집중도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것으로 고정적이지 않다. 사람의 미래에 대한 꿈이나 희망은 기본적으로 적성이나 현실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성이 있고 상상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적성이나 현재의 주어진 상황과 관계없이 사람들은 자유롭게 꿈을 꾸고 희망을 갖는다. 물론 그런 꿈, 희망이 시간이 지나 모두 다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꿈꾸는 자만이 조금이라도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이 있고, 그 꿈은 적성이나 현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가치, 즉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적성과 미래를 향한 자신의 의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자신의 의지에만 오로지 무게를 두면 ‘조각상’을 만들겠다는 의욕만 앞서고 재료인 대리석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아 작업 도중 균열로 조각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신의 행복 실현이 좌절될 수 있다. 또 현재의 적성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용도와 설계도를 정하지 않은 채 조각 작업에 들어가 나중에 자신의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 엉뚱한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야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고 후회할 수 있다.
자신의 행복을 찾는 데 적성과 의지 중 조금이라도 더 중요한 것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의지다. 인간은 자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결정론적 입장으로, 인과관계적 자연이 아닌 의지적 존재인 인간의 속성에 반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한 인간의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미리부터 원천 봉쇄하는 것이 되고 만다.
‘적성’은 생산성과 연결되어 있는 만큼 ‘직업 선택’과 관련된다면, 미래를 향하는 ‘의지’는 한 인간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가치’와 관련이 깊다. ‘의지’가 ‘적성’보다 당연히 상위 차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가장 ‘적성’에 충실한 존재가 일반 동물이라면, 인간은 운명적으로 ‘의지’적이다. 인간에게만 부여된 이성은 사실 ‘의지’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행복가치를 확정할 때 감성 행복론과 같이 육체적 특성과 관계가 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성은 주요 참고 사항으로, 거기에 지나치게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 지향적·목적 지향적 고민과 함께 꾸준히 자문자답을 해야 한다.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할 것인가?’ 하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설 때까지 끊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