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
분노가 끓어오르는 충동적인 상황에서 의지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일단 멈춤’이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기분대로 행동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평소 감정적인 언행으로 실수가 잦다면 유용한 방법이다.감정폭발은 대부분 대화 도중에 일어난다. 원만히 대화가 풀리지 않으면 말다툼을 시작하는데 바로 그 순간 잘 대처해야 한다. 분노 상황이 되면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쏟아져 나온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사람을 열 받게 만든다. 인체의 이 자동시스템이 정신과 육체에 유익할 것이 없지만 우리 몸은 무의적이고 자동적으로 변해간다.
이때 ‘일단 멈춤’을 기억하자. 이것은 눈에 뵈는 게 없는 ‘무분별’한 상황에서 분별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무의식적 단계를 의식 단계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행해지던 행동을 의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특정 상황이 당신을 분노시킨다면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말을 쏟아내거나 행동하지 말고 일단 멈추고 그 순간을 벗어나보자. 산책을 해도 좋고 심호흡을 해도 좋다. 그럼 5분 후에 후회할 일을 막을 수 있다.
일단 멈추고 질문해보자. 진정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고 원하는 것을 위해 비굴해지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가라는 것이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결말이 좋을 리 없다.
얼마 전 건물임대업자인 팔자 좋은 친구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임차인이 거의 1년 가까이 임대료를 내지 않아 대판 싸우고 왔다는 것이다. 친구로부터 들은 내용을 재구성해보았다.
임대인: (약간 화난 목소리로) 김 사장님, 임대료가 벌써 1년이나 밀려 보증금도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해결해 주셔야죠.
임차인: 그런 이야기를 가게 문 열자마자 와서 하십니까(말을 흘리듯) 재수 없게…
임대인: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재수 없다니요? 전화할 때마다 곧바로 넣어준다고 하고 지키지도 않았고 최근 몇 번이나 전화했지만 받지도 않았잖아요! 말만 하면 거짓말이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 사기꾼처럼 말이야!
임차인: 뭐요? 사기꾼
임대인: (큰 목소리로) 긴 말 필요 없고 밀린 임대료를 정산하든지 가게를 비워주든지 이달 말까지 결정해주세요.
임차인: 돈 없으니 마음대로 하세요.
두 사람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둘 다 감정조절에 실패했다.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가게 문을 열자마자 찾아와 화를 냈고 임차인은 화난 상태에서 ‘재수 없게’라고 막말을 했다. 막말은 막말을 낳는다. 서로 막말을 주고받으며 감정은 더 격해졌고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질 뻔했지만 주위 만류로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분노를 느낄 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알 수 있으면 큰일을 막을 수 있다. ‘내가 지금 화나 있구나.’, ‘내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구나.’를 알 수 있다면 이판사판의 상황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아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안다면 상대방을 자극해 불필요한 다툼을 막을 수 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제하는 좋은 방법은 지금 내가 대화하는 이유를 상기하는 것이다. ‘지금 이 대화로 내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가’2 라고 질문하면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다. 위의 대화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을 찾아와 대화하려던 원래 목적은 무엇인가? 당연히 밀린 임대료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임차인을 망신주거나 제압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화를 내고 욕을 하면 제대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까? 돈이 있어도 안 주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단 멈추고 대화의 목적을 떠올리며 숨고르기를 하면 분노를 억제할 수 있다.
결심하고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다면 ‘선제적 예방조치’를 만들어보자. 매년 1월 초가 되면 헬스장이 초만원이라고 한다. 새해를 맞아 새로 결심하고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런데 보름만 지나면 다시 평소처럼 되돌아간다고 한다. 유혹을 이기는 자기절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다이어트, 금연, 금주 노력이 얼마 못가는 것은 그만큼 유혹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고향에 가기로 했다. 그의 고향은 이오니아 해의 이타케 섬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장애물과 유혹들이 많았다. 특히 사이렌 유혹은 견디기 힘들었다. 사이렌은 몸은 새이지만 여자 머리와 목소리를 가진 바다괴물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사람들을 유혹해 배가 바위절벽에 부딪쳐 죽게 만들었다. 사이렌이 사는 섬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배는 거의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알고 있었다. 자신도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유혹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오디세우는 사이렌이 사는 섬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미리 방책을 세웠다. 부하들의 귀를 모두 틀어막고 자신은 돛대에 묶인 채 그 섬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완전히 통과하기 전까지 아무도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말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자신을 미리 결박하는 선제적 예방조치로 유혹을 이기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다.
선제적 예방조치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공개 선언도 선제적 예방조치다. 금연이나 체중감량을 위한 운동 선언 결심을 주위에 알리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낭비 습관이 있다면 미리 적금을 드는 것도 같다. 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으면 그만두고 싶은 유혹을 견딜 수 있다. 인간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심을 공개하지 않고 자신만 알고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슬쩍 넘어가게 되어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대안 없애기’도 훌륭한 선제적 예방조치다. 글을 쓰다보면 1~2시간이 지나도 첫 한 줄조차 못 쓸 때가 있다. 하루 종일 끙끙대도 한 장도 못 채울 때도 있다. 이렇게 진도를 못 나가면 대부분 시간만 낭비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다른 일을 하게 된다. 참고할 책을 찾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 폰으로 드라마를 다시 시청한다. 사실 1~2시간 동안 끙끙대며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당연히 글을 쓰겠다는 의지력은 고갈되어 집중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다른 일에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때는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이 시간에는 글쓰기 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말자. 멍하니 있거나 커피는 마셔도 되지만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청소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하거나 인터넷 서핑은 안 된다. 4시간을 온전히 비워두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글쓰기 외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다. 그럼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아이디어가 다시 나오고 글이 써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런 효과를 활용한 글쓰기 훈련 방법도 있다. 글을 쓰려는데 한 줄 쓰기도 버거운 사람이 있다. 그들을 위해 30년 동안 글쓰기 교육에 힘써 온 바버라 베이그(Barbara Baig)는 자유쓰기(Free Writing)를 권한다. 자유쓰기 원칙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소 10분 동안 펜을 계속 놀려야 한다. 절대로 시계를 보면 안되고 그 대신 자명종이나 스톱워치를 활용한다.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이 욕구에 따르면 안 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생각날 때까지 똑같은 것을 반복하더라도 멈추지 말고 끝까지 펜을 놀려야 하고 쓰는 도중 다른 표현이 생각나더라도 먼저 쓴 것에 줄을 긋거나 편집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대안을 남기지 않는 방법은 유혹을 이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독서는 지루할 때가 많다.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면 30분 동안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들다. 이럴 때도 대안 없애기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를 독서시간으로 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오래 앉아 있을 때 답답함을 느끼거나 읽는 책이 지루해 집중할 수 없더라도 정해진 시간 동안 책상에서 떠나지 않는 방법이다. 졸음이 오더라도 책상에 엎드려 잠시 자는 것으로 해결하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욕구도 참고 커피 마시고 싶은 욕구도 참으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책상 앞에 앉아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다보면 독서는 습관이 된다. 대안 없애기는 실생활에서 유혹을 이기는 방법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갑에 든 현금만큼만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정해두면 충동구매를 억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