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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3. 2018

01. 자녀의 대학자금을 준비하라.

<가정경제 재구성>



국가는 저출산 문제로 걱정이 많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자녀 한 명 키우는 데 들어가는 교육비로 고민이 많습니다. 자녀 한 명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드는 양육비 및 교육비가 3억 원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준다는 반론이 제기된 이 통계에는 또 다른 허점이 있습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총액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연령대별 교육비의 단순 합계를 평균 냈다는 것입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더 큰 금액이 들어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실제로 대학에 입학할 즈음엔 어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갈까요? 일단 현재 상황을 살펴봅시다. 한 학기 등록금은 평균 450만 원으로 1년에 두 차례 납부해야 하고, 한 달 용돈을 25만 원이라 가정하면 연간 1천 2백만 원이 필요합니다. 4년이면 5천만 원 정도 들어가는 것이죠. 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연평균 5%에 육박했지만, 다행히 현재는 대학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게 제한되었습니다. 현재 자녀가 5세인 가정의 경우, 미래 대학자금 인상률을 3% 정도로 잡으면, 대학에 들어가는 15년 뒤에는 8천만 원이 됩니다.
  
그러나 다시 뒤집어 생각해볼 것은 대학자금 8천만 원은 15년 뒤의 미래 가치이지만 현재 가치로는 5천만 원이라는 것이죠. 과연 이 돈은 현재에 어떤 돈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월급 2백만 원씩 받으며 맞벌이하는 부부의 1년 연봉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의 연봉, 누군가에게는 자가용 한 대 값일 수도 있습니다.
  
몇 해 전에 만난 한 가정은 어린 두 자녀의 미래를 위한 저축은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였고, 매달 차량 할부금으로 80만 원이 빠져나간다고 했습니다. 남편의 설명대로 ‘연비가 좋아서 샀다’는 그 외제 차량의 가격은 5천만 원이었습니다. 자녀의 대학자금과 외제차 한 대를 맞바꾼 소비 행위라고 하면 과장일 수 있지만, 최소한의 소득에서 저축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습관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과소비하지 않아도 빠듯한 게 현실이죠. 전세금과 월세비 등도 만만찮지만, 가계 지출 중에서 가장 줄이기 어려운 것은 바로 교육비입니다. 한국인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하지 않습니까? 실제 지난 1년 동안 가처분 소득과 비교하면 사교육비 증가율이 6배가 높아졌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꿈을 먹고 자라야 할 자녀들이 돈을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나올 만한 상황입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교육을 시키며 돈을 쓰는데, 문제는 정작 ‘목표’인 대학자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때면 부모 세대는 50대 초・중반이고, 정년이 빨라지거나 임금피크제로 소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빠듯해서 힘들고(苦), 아이들은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중고(苦)가 찾아옵니다.
  
가정경제 상담에서 강조하는 한 가지 원칙은 ‘빚을 내 학원을 보내지 않더라도 자녀의 대학자금은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요즘 맞벌이로 인해 돌봄의 한 방편으로 자녀를 여러 군데의 학원에 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 자녀들은 방과 후 수업이나 지역 사회의 돌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대안을 찾고, 중고생 자녀와는 현실적인 대화를 통해 인터넷 강의 등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키워 학원비를 적정선에서 관리해야 합니다.
  
여윳돈이 있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정기예금이나 일시납 저축성보험에 가입해 복리 이자로 굴리면 좋겠지만, 퍽퍽한 살림에 여윳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5년 이상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월 25만 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물가 상승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4% 수익을 목표로 탄력적으로 관리하면 15년 뒤 예상하는 준비 자금은 6,127만 원입니다(원금 4천 5백만 원). 대학자금 전부는 아니어도 77% 정도는 준비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워낙 금리가 낮아 적금이나 공시이율의 저축성보험으로는 대학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모인 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정기적금이나 저축성보험은 매달 붓는 돈에 대해 순차적으로 기간을 고려해 이자가 계산되기 때문에 가령 적금금리가 3%라 하더라도 실질 수익은 절반 정도인 1.5%밖에 안 됩니다.


   



자녀가 3년이나 5년 안에 대학에 들어가는 경우라면 안정성을 우선으로 생각해 당연히 적금을 들어야 하지만, 15세 미만의 어린 자녀라면 장기적인 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의 하락을 대비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만기를 길게 잡되 무조건 장기로 묵히면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적정 수익이 나면 이익금을 환매하여 정기예금으로 예치하거나 다시 분산투자하는 등 수익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펀드를 고를 때는 변동성이 심한 성장주보다 정기적으로 높은 배당을 받는 회사에 투자하는 배당주(국내)펀드나 글로벌(해외)배당주펀드가 좋습니다. 2017년 말에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비과세혜택이 종료되었는데, 미리 해외주식 비과세계좌를 만들지 못했다면, 일반과세(15.4%) 적용으로 수익금에 대한 세금을 낸다 하더라도 최소 5년 이상 멀리 보고 성장의 잠재력이 있는 큰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월 소득에서 적립식펀드계좌를 만들어놓으면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성장성이 높은 국가와 이익률이 좋은 기업의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평균 매입 단가 하락의 효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첫째는 아빠가, 둘째는 엄마가’ 대학자금을 준비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한 명씩 맡아 목표와 명분을 갖고 즐겁게 버는 소득에서 저축하는 전략이죠. 현재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외벌이 상태라면 남편/아내의 소득에서 작게라도 적립식펀드 통장을 만들고, 향후 맞벌이를 하게 될 때부터 금액을 추가로 증액하여 적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출이 있어도 소득 중 일부는 반드시 저축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빚을 갚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불필요한 보험료 등 가계 지출 조정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대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을 시작하고, 자녀와 대화하면서 부모로서 적극적인 의지와 계획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반드시 작게라도 저축을 시작하고 향후 맞벌이가 가능해지거나 대출금 부담이 줄어들면 금액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무리한 학원비 때문에 빚을 내어 생활비를 감당하거나 대학자금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부모의 재정적인 현실 속에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내딛는 청년들의 첫걸음이 학자금 대출로 무거운 현실입니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자녀들이 세상에 나갈 때 빚으로 시작하지 않도록 대학자금은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알뜰하게 돈을 모은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세이브(Save)’는 ‘구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준비된 미래’로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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