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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6. 2018

03. 눈물은 왜 흐르는가?

<진정일 교수, 소설에게 과학을 묻다>






눈물의 주요 생리적 기능은 다음과 같다.
  
・ 눈꺼풀의 열고 닫기를 원활히 해주는 윤활유 역할
・ 결막과 각막을 적셔 각막이 렌즈 기능을 잘하게 함
・ 각막의 대사물질을 체외로 내보내는 세척 기능
・ 대기 중 산소를 흡수해 산소를 공급함
・ 각막에 글루코스(포도당) 영양분 공급
・ 눈물 속에 들어 있는 면역 기능 성분과 멸균성분 기능
・ 비강에 습기 제공
  
그렇다면 눈물은 언제 분비될까? 눈물은 물리적 자극을 받았을 때 눈을 보호할 목적으로 나온다. 가령 이물질이 눈에 들어오면 이를 외부로 내보내기 위해 눈물이 나며, 강한 빛이 눈을 자극해도 보호 차원에서 눈물이 난다. 정신적 보호를 위해서도 눈물이 나는데 기쁘거나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이 대표적 예다.
  
또한 큰 웃음, 하품, 기침, 구토 시에도 눈물이 분비된다. 눈물의 양이 많을 때는 눈물이 눈꺼풀 밖으로 흘러나오며 나머지는 눈물점, 눈물주머니, 비루관을 거쳐 비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비강을 통해 코로 눈물이 흘러나오면 소위 코눈물 또는 콧물이 된다.
  
각막을 보호하는 눈물층은 지질층, 수분층, 점액층으로 되어 있다. 가장 바깥의 지질층은 각막과 눈꺼풀 사이의 마찰을 막고 눈물의 표면을 고르게 함과 동시에 눈물의 증발을 막는다. 세 층 중 가장 두껍고 중간에 위치한 수분층은 각막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배수작용을 한다. 가장 안쪽에 있는 점액층은 불규칙한 각막상피를 매끄럽게 하며 눈물을 각막에 분산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눈물에는 어떤 화합물들이 들어 있을까? 눈물이 나는 경우마다 그 조성이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눈물의 생리학과 심리학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의 눈물은 약 98%가 물이며, 단백질 0.4%를 함유하고 있다. 알부민 단백질이 절반 이상이며 글로불린과 라이소자임이 비슷하게 들어 있다. 눈물 속에 들어 있는 감마 글로불린은 IgA, IgG, IgE이다. 눈물에는 베타리신이 들어 있으며, 그 밖에 염화나트륨, 탄산나트륨, 인산염 및 지방 등도 들어 있다. 눈물은 등장액(pH 7.4)이다. 감마글로불린은 면역 기능이 있으며, 리소자임과 베타리신은 강한 향균 작용을 지녀 멸균을 한다. 눈물에는 글루코스와 요소도 발견된다. 글루코스는 대략 5mg/dL 정도 들어 있다. 또한 칼륨, 칼슘, 망간 및 비타민C도 눈물에 포함되어 있다.
  
젖먹이동물 중 인간만이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예컨대 슬플 때 눈물을 흘린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정서적 환경에 영향을 받아 눈물을 흘릴 뿐만 아니라, 각 눈물 속에 들어 있는 성분에 차이가 난다. 다만 양파껍질을 벗길 때나 다질 때 자극을 받아 흘리는 눈물의 조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
  
미국의 세인트폴 램지 의료센터 정신과 연구실에 소속된 프레이 박사는 1980년대 초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나는 눈물의 생리학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울음은 외분비 과정 중 한 가지로 호흡, 소변, 배변, 땀 흘리기처럼 체내에 축적된 독성물질을 체외로 배설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슬플 때 흘리는 눈물에는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 다량 함유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 화합물은 부신수(속)질 호르몬과 신경전달 물질로서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되면 면역성이 감소하고 고혈압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프레이에 따르면 인간의 눈물은 카테콜아민을 자연스럽게 체외로 배출시켜주는 자기방어수단에 불과하다.
  
또 우리는 종종 “실컷 울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까? 프레이 박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눈물에는 혈액보다 망간이 30배나 더 들어 있다고 한다. 망간화합물은 기분을 바꾸는 작용을 한다. 즉, 우리가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눈물을 흘리면 망간이 배출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행복감이 솟아난다.
  
프레이 박사가 했던 여러 가지 연구 중 흥미 있는 결과는 여자가 남자보다 5배 정도 자주 눈물을 흘리며, 우는 행동은 유전과 무관하며 우는 빈도는 환경의 지배를 받고, 우는 행동의 약 50%는 슬픔이 유도하며, 약 20%는 행복을 느낄 때, 10%는 화가 날 때, 약 7%는 동정심에 의해, 5%는 걱정과 근심, 약 3%는 두려움에 의해서다. 또 여성의 85%, 남성의 73%가 울고 난 후 기분이 더 좋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눈물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왜 그럴까? 진화심리학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보자. 눈물은 확실히 사랑과 우정을 강화시키며, 또 유대감과 친밀감을 높여준다. 그 까닭은 눈물이 자신과 관계하는 상대방에 대한 동정, 연민, 지지 등을 나타내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진화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단,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나치게 자주 우는 경우는 건강학적으로 루게릭병이나 다중 뇌졸중 등 두뇌 손상의 징후일 수 있다.
  
앞에서 말한 프레이 박사는 『울음-눈물의 신비』(Crying-The Mystery of Tears)라는 책을 1985년에 발간하였으며, 평생 눈물의 생화학과 생리학을 연구한 학자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치료학자였던 코틀러(Jeffrey A. Kottler)는 개인적 관심을 인간관계가 주는 치료 효과에 깊게 두었으며, 특히 ‘눈물의 학생’이었음을 자처하였다. 그는 『눈물의 언어』(The Language of Tears, 1996)에서 눈물이 앞에서 설명한 생리적 기능 이외에 개인적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주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즉 눈물이 사회적 언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루츠(Tom Lutz)는 『울음—눈물의 자연사 및 사회적 역사』(Crying—The Natural & Cultural History of Tears)에서 눈물의 심리학적・문화적 고찰, 남녀 및 아이들의 울음 비교, 속임수로서의 눈물 등을 깊게 고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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