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r 27. 2018

04. 가면 우울증의 실체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다>



삶의 과정 중에 겪을 수 있는 아픔과 외로움, 고통들이 어찌 내 잘못일까. 그것은 인간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 중 하나일 뿐이다. 내 잘못이 아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인간은 본래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면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하거나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2. 체면 때문에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3.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많이 의식한다.
4. 연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사람들이 알아차리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그래서 더 똑똑하고 강한 이미지를 보여 줌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생활을 보면서 자신의 삶이 실패했다고 자책한다. 항상 앞날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걱정하며 비관한다. 일상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삶의 무가치함을 탄식한다. 이렇다 보니 갑작스럽게 화를 잘 낸다. 쉽게 피곤해하며 식욕도 짧고, 건강염려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런 실망스러운 자신의 모습이 남들의 눈에 비칠까 염려하며 강함과 완벽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당신도 예외일 순 없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당신에게도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1. 평소에 이유 없이 삶을 비관한다.
2. 삶이 실패했다고 느껴진다.
3. 막연하게 앞날이 불안하고 두렵다.
4. 일상이 무료하거나 만족스럽지 않다.
5‘. 왜 나만 이럴까’라는 무력감에 빠진다.
6.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낀다.
7. 자살과 비슷한 마음을 먹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8.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나 특별히 심각한 병증은 없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나타날 수 있는 질환으로서 우울증 환자 중 가면우울증이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 주변의 누구에게라도 있을 수 있는 질병이라는 뜻이다. 살다 보면 때에 따라 가면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감추고 타인의 삶에 맞춰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동등한 인격체다. 동등하게 삶이 주어졌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도록 부름받은 존재들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시선을 나에게만 고정시키고 살아갈 순 없지만 타인의 삶에 맞출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욕심을 채워 주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핀잔이 두려워서 그들의 시선에 내 행동을 맞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게 맞는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잘 맞는 옷을 입어야 제대로 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고행길로 접어든들 그것이 진정한 나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겠는가? 나는 나다. 굳이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잣대에 나를 끼워 넣을 필요는 없다.

만일 당신이 믿고 있는 삶의 주인이 과연 진실된 자신의 모습이라고 확신한다면 그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을 순 있겠지만 내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대부분의 내 모습이 착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렇게 남들을 부러워하면서 그들의 삶을 탐닉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들이 내세우고 자랑하는 모습 또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자신의 삶의 좋은 단면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일 게다. 그 이면의 모습을 가면 속에 철저히 감춰 놓은 채 보이고 싶은 모습만 보여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철저히 속고 있다. 보이는 면이 진실인 양 그들의 삶을 칭찬하면서 닮고자 애쓰며 살고 있다. 자신을 속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을 현혹시켜야만 감춰진 이면이 보람 있고 의미가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갖가지 요소들을 모으고 갖춰 완벽한 가면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진실된 자신의 모습인 양 세상 밖으로 공개한다.

그렇게 가면 속으로 밀어 넣은 자신이 불쑥불쑥 한숨을 토해 낼 때마다 사람들은 세상을 탓하고 현실을 부정하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 인생이 평탄치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존재를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일수록 가면의 이면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화려한 삶에 압도당하고 자신의 삶을 비하하면서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면 집중될수록 가면의 두께는 더욱 두꺼워지기 마련이다. 결국 질식될 만큼의 무게에 짓눌려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찬사에 승리의 독주를 마시며 축배를 든다. 죽어 가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가짜에 길들여지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가끔 묻지도 않은 아들의 수상력이나 딸아이의 오른 성적을 자랑한다. 남편이 선물한 목걸이며, 아내나 여자 친구가 선물한 넥타이를 자랑스럽게 어루만진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치를 끌어올리듯이 말이다. 왜 우리는 그토록 ‘인정’에 연연하는 것일까? 내가 만족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거기에 맞춰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좋은 면만을 보여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합리화하고자 좋은 면들을 더욱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하려면 스스로의 인생에 자신이 없기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줄 만한 것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힘들게 찾아낸 것이 바로 다른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들이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안전한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에 맞는 가면을 제작한 것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말했다.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가면을 쓰고 안전함을 선택할 순 있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외롭고 고독해진다.”

얼마나 숨 막히는 삶이겠는가! 내게 맞지 않는 가면을 뒤집어쓴 채 살아간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이라도 숨이 막힐 것 같지 않은가? 내가 그러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럴듯한 가면을 뒤집어쓴 채 살아간다. 그들의 모습이 부러운가? 이제는 타인으로 무장한 가면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자신의 실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 삶의 모습은 어떤가? 마음에 드는 부분들을 찾으려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훨씬 자신에게 관대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0. <내가 만난 1%의 사람들> 연재 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