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직도 머릿니가 유행하고 있다고?

<기생충 콘서트>

by 더굿북

머릿니의 선택은 옳았다


머릿니는 사람의 머리 피부에 붙어살면서 피를 빨아 먹는, 그래서 변 색깔도 검붉은, 길이 3밀리미터 정도의 곤충을 말한다. 원래 동물의 털에 붙어살았지만, 동물이 사람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옮겨 간 것으로 추정된다. 10만 년 이상 사람과 더불어 살아온 탓에, 이제 사람에게서 떨어져서는 살 수 없게 됐다. 날개가 없어서날지 못하며, 다리도 짧고 뭉툭해서 높이 뛰는 건 고사하고 머리 위에서는 머리카락을 붙잡고만 움직일 수 있다. 머릿니가 하는 일이라곤 머리카락을 붙잡고 매달려 있다가 가끔씩 피를 빨아 먹는 게 고작이다. 기생충의 정의가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다른 동물에게 빌붙는 존재’이니, 머릿니는 기생충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4-3.jpg?type=w1200 사발면니(Phthirus Pubis)


사람에게 기생하는 이는 머릿니 말고도 두 종류가 더 있다. 몸니(Pediculus)와 사면발니(Phthirus Pubis)가 그것인데, 사면발니는 형태학적으로 완전히 다르지만, 머릿니와 몸니는 얼핏 봐서는 구별이 잘 안 될 정도로 닮았다. 아마도 원래 같은 종이었는데 사람에게 건너오면서 일부는 머리를 택했고 일부는 몸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종을 같이 붙여 놓으면 서로 짝짓기도 하고 알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이 두 종이 완전히 다른 종이라고 하기 힘든 이유다. 그렇긴 해도 이 두 종의 운명은 너무도 달랐다. 처음 사람 몸으로 건너와서 서식지를 택할 때만 해도 몸을 택한 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씻어도 문화인 대접을 받았던 과거, 몸니는 몸 전체를 오가며 마음껏 피를 빨았으리라. 우리나라에서도 40년 전만 해도 난롯가 옆에서 이를 잡아 터뜨리는 게 겨울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런 몸니가 보기엔 머리에 들러붙어 숨어 사는 친척 머릿니가 답답해 보였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은 매일같이 샤워를 하고, 샤워가 끝난 후면 속옷을 새로 갈아입는다. 결국 몸니는 멸종의 길을 걸었고, 여전히 번창하는 머릿니를 부러워하고 있다.

다리가 짧아서 슬픈 짐승, 머릿니의 전파는 머리와 머리가 아주 가까이 접근해야 가능하다. 소싯적에 가끔 하던 머리를 맞대고 밀어내는 시합은 머릿니가 전파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 밖에 빗을 같이 쓰거나 모자를 같이 쓰거나, 수건을 같이 써도 옮을 수 있다. 또 침대를 같이 쓰는 것도 머릿니가 옮겨 가는 한 방법이다. 어떤 분이 머릿니 관련 기사에 이런 댓글을 다셨다.

“머리 매일 감고 밥만 잘 챙겨 먹어도 안 생겨.”

샴푸로 머리를 자주 감는다고 머릿니가 예방되는 건 아니다. 심지어 빗질을 자주 하는 것도 그게 그냥 빗이라면, 머릿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릿니의 빈도

머릿니는 주로 어린이의 머리에 있고, 전 세계적으로 있다. 위생이 안 좋은 나라들에서 유행하는 게 맞지만, 선진국에서도 머릿니는 제법 발생한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600~1200만 명의 아이들이 머릿니 치료를 받고 있고, 영국이나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에서도 머릿니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단다. 갑자기 머릿니가 더 발생하는 이유는 아마도 머릿니가 치료제에 대해 저항성이 생긴 탓으로 추측된다. 요즘엔 IT로 인해 머릿니 발생이 더 증가하고 있다. 무슨 말일까? 미국 위스콘신 주의 소아과 의사 샤론 링크(Sharon Rink) 박사에 의하면 셀카를 찍을 때 서로 머리를 접촉함으로써 머릿니가 전파될 수 있단다.

4-4.jpg?type=w1200


셀카의 왕국인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절 머릿니가 굉장히 유행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06. 비련의 여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