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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6. 2016

06. 노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다

해답은 생각 밖에 존재할 수 있다

“놀이는 모든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하는 재미있고 위험 없는 수단이며, 압박감을 주지 않는 학습이며, 공포를 유발하지 않는 탐험 방식이다.”

- 로버트 루트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



“봄날 새장에 갇힌 새는 자신도 쓸모 있는 존재라고 확신하지. 자기가 할 일이 있을 거라고 믿는 거지. 하지만 그 일을 하지 못하지.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막연한 생각만 계속되거든. ‘다른 새들은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구나.’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새장 창살에 대가리를 박지. 그래도 새장은 그대로고 새는 고통에 미쳐버리지. ‘저것 좀 봐. 게으른 녀석이네.’ 지나가던 새가 한마디 하지. ‘놀고먹는 녀석이군.’ 그래도 게으른 새는 죽지 않고 살아가. 그 내면은 무엇 하나 드러내지 않은 채.”

  

이 글은 스물일곱의 고흐(Vincent van Gogh)가 동생 태오에게 1880년에 보낸 편지 일부다. 새장에 갇힌 새로 자신을 표현하는 고흐의 인생에 대한 짙은 고민이 묻어나는 편지다. 이때만 해도 고흐는 자신의 정체성, 그러니까 무엇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살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고흐는 이 편지를 쓰고 나서 평생 예술가로 살겠다고 결심한다. 이때는 이미 화랑에서 일하다가 쫓겨난 다음이었는데도 말이다.

  

고흐는 이처럼 놀던 시기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했다. 나이도 스물일곱이나 되었으니 어쩌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될 나이였다. 하지만 이때 고흐가 고민의 시기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의 위대한 발자취가 지금 남아있을까? 사실 논다는 것은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의 반대가 아니다. 노는 것은 고흐처럼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고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것일 수도 있다.

  

고흐는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터득하고 독학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사는 동안 고흐의 예술세계는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그림으로 생계를 해결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항상 가난과 싸워야 했고 동생 태오가 건네주는 약간의 돈으로 근근이 살아야 했다. 하지만 고흐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원망하거나 그림 그리는 일을 놓는 법이 없었다. 지극히 소수만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줬지만, 자신의 꿈을 그리는 일에 행복해했다. 그에게 불행이라면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생긴 고통으로 정신병원을 오간 일과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앞에서 리처드 바크와 「갈매기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리처드 바크에게 조나단 리빙스턴과 똑 닮은 아들이 하나 있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바크(James Marcus Bach)다. 리처드 바크의 둘째 아들인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니, 중졸이 학력 전부다. 그는 참 열심히 놀았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14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애플컴퓨터를 선물해 그를 더욱 놀게 하였다. 놀라운 점은 아버지는 컴퓨터를 보내기 전에 사용설명서만 먼저 보냈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컴퓨터 사용법을 이미 다 배운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30일 동안 계속 학교에 나가지 않다가 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할지 아버지와 전화로 상의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런 문제를 아직도 결정하지 못 했느냐고 하면서, 학교에서 말썽만 피우지 말고 학교를 그만두고 나름대로 공부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제임스 바크에게는 당황스러운 조언이었다. “학교를 그만두라고?” 훗날 제임스 바크는 아버지에게 그 일에 관해 물었다. 어찌 될 줄 알고 학교를 그만두라고 하셨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돌아온 대답이 “내가 언제 그랬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머릿속도 아들에 대한 걱정과 믿음 사이에서 복잡했던 모양이다.

  

그 후로 제임스 바크는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웠다. 방법은 단 하나 ‘어떻게든’이었다. 재미없는 컴퓨터 게임 대신 밤새워 놀만 한 게임을 만들어 배포했고,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더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그는 유명해졌다. 학력은 중졸이었지만, 그의 능력은 출중해졌고 프로그래밍 테스트 분야에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능력을 입증해갔다. 유명해져 가던 그는 애플에 입사하게 되고 그 분야에서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

  

그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공부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하는 진짜 공부 말이다. 그의 공부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하는 공부는 누군가 가르치는 것을 어떻게 잘 받아들일지에 집중되지만, 그의 공부는 자신이 궁금한 것을 어떻게 스스로 알아갈지에 집중된다. 그러니 목적, 방법, 도구가 전부 다르다.

  

그의 ‘어떻게든 공부하는 공부법’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무엇이 필요한지 공부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필요한 자원과 도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아마 학교였다면 공부의 목적도 불분명했겠지만, 자원과 도구마저 다 주어졌을 것이다. 교과서, 참고서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제임스 바크는 새로운 자원과 도구를 항상 찾으려고 했다. 똑같은 것으로는 똑같은 결과나 그보다 못한 결과만 나오기 때문이다.

  

둘째는 진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에서 해결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되는 도미노 조각 하나를 넘어뜨리는 그림이다. 넘어진 조각은 또 다른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며 결국 돌아와 자신을 둘러싼 담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무너지는 담에 깔리는 그림이다. 그래서 제임스 바크는 눈에 보이는 문제가 아니라 숨어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 해결하라는 조언한다.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항상 유의해야 한다.

  

셋째는 공부를 해나가면서 내 의식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내가 진짜 이해에 이르고 있는지를 의식하면서 공부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공부가 본질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를 알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다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길을 잘못 들었거나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의식의 흐름을 의식함으로 설정한 목표를 향해 명확하게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다른 조언도 많은데, 특별한 몇 가지가 있다. 노는 것과 관련된 것이 그것이다. ‘진짜로 그런 것인지 실험해보라.’는 것이 있다. 과학자가 아니면 잘 하지 않는 것이 실험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능하다면 직접 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말이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알 방법은 없으며, 이것은 지식을 갖고 노는 것이다. 더불어 시간만 나면 ‘새로운 시도를 해라.’라고 조언한다. 딴짓이나 다른 실험도 해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더 신나는 놀이일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조언은 ‘자신의 사고를 단련시키고 진심으로 성과를 응원하는 똑똑한 친구를 곁에 두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고를 단련시켜줄 친구는 편들어주는 친구와는 다르다. 사고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조언하는, 다른 사고를 하는 친구는 어쩌면 반대편에 설 수도 있는 사람이다. 보통 이런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적이다. 거기에 진심으로 성과를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친구를 한둘은 둘 수 있다. 물론 자신도 상대방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친구와 노는 일은 항상 행복하다.

  

어떻게 하면 노는 것이 배움으로 연결될까? 그 방법을 제임스 바크에게 배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리처드 바크와 같은 ‘꿈’을 말하는 아버지에게 그도 모르는 사이에 큰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그렇다. 제임스 바크를 움직인 것은 분명히 ‘꿈’이다.


# 본 콘텐츠는 더굿북(http://www.thegoodbook.co.kr)과 동시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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