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인플루언서>
Z세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한 여러 자료를 보면,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더욱 늘어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0대 이상의 세대에게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란, 보통 일기장 같은 수첩에 쓰거나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형태일 것이다.
반면 더 젊은 세대는 매우 다른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들어서 10~20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놀이 중 하나는 자신의 일상을 한 편의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는 일이다. 이러한 형태의 행위를 ‘브이로그(Vlog)’라고 한다.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가 합쳐진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브이로그’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옷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날그날 자신이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찍고,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기록을 남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남학생들은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매일 기록하는 영상을 찍는다. 실제로 고등학교 교실에 가보면 서로의 브이로그를 찍어주는 여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은 본인이 운영 중인 블로그나 유튜브 계정에 올린다.
영상의 퀄리티를 좀 더 신경 써서 공유하기를 원하는 친구들은, 인터넷에서 구하기 쉽고 조작도 간편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배경 음악을 깔거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용하고 자막을 넣기도 한다. 과거에는 텍스트나 사진 위주의 간단한 일기장 형태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 일이, 이제는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을 더 이끌어낼 콘텐츠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요하다. 한마디로 지금 10~20대는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을 어린 나이부터 길러오고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일반인 인플루언서가 생겨날 가능성 역시 높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어떻게 검색을 하나?’ 단순한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세대가 구분될 수 있다. 아마 30~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네이버를 떠올릴 것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검색 창에 본인이 궁금한 내용을 상징하는 키워드를 타이핑해보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이 2만 3,000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2017년 11월 앱(App) 사용 관련 실태 조사’에서 3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채널은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1, 2위를 다투었다. 30대 이상의 소비자들은 본인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네이버 검색을 통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10~20대로 가면 정반대 양상을 보인다.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채널 1위는 유튜브였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본다. 10대들의 경우,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이 무려 1억 2,900만 시간으로, 페이스북(3,300만), 카카오톡(4,300만), 네이버 관련 앱(2,300만)의 전체 사용 시간을 합한 것보다 훨씬 길었다. 그만큼 유튜브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의 10대들은 화장 잘하는 법을 네이버 검색으로 찾는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유명한 메이크업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찾아보는 것에 더 익숙하다. 구글이 2015년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How-to)”와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로 검색하는 양이 매년 70%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변기 빨리 뚫는 법’, ‘영어 단어 빨리 외우는 법’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찾아보는 모든 질문과 연관된 영상들이 유튜브에 존재하고, 그러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 예로 자동차와 관련된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A라는 일반인이 재미로 ‘차 키를 잃어버렸을 때 문을 열 방법’, ‘추운 날씨, 앞 유리에 낀 얼음 빨리 녹이는 법’과 같은 일반인들이 관심 있을 법한 내용을 계속해서 영상 콘텐츠화해서 올린다. 그러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일반인들이 검색을 통해 A가 올려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게 된다. 흥미로운 영상이 쌓이고 A의 영상을 지속해서 시청하는 구독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구독자가 동영상을 올리는 A와 좀 더 다른 형태로(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 교류하다가 끝내 팬이 된다. 이게 바로 자동차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탄생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인플루언서의 탄생이 여러 분야에서 매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 콘텐츠 형태의 정보를 선호하는 Z세대가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인플루언서들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왜 대중은 디지털 인플루언서들에게 열광하게 되었을까?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도 ‘영향력자’라고 불리는 개인들이 존재했다. 따라서, 디지털 세상 속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확대는 인터넷이 개인의 힘을 어떻게 키워주었는지를 살펴봐야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디지털 인플루언서인 퓨디파이, 대도서관, 여행에 미치다, 띵굴 시장의 성공 케이스를 보면, 그들이 만든 콘텐츠에 대중이 열광하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그들은 ‘소통’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콘텐츠라는 건 일방적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중들은 좀 더 높은 참여도(Engagement)와 높은 친숙감(Similarity)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