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03. 2018

02. 화를 내면 바보같이 행동하는 이유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화나는 대로 행동하면 바보가 된다.

가끔은 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고 치자. 그러나 화가 나면 즉시 이성은 사라진다. 화로 인해 바보처럼 행동하는 것은 학습된 반응이 아니라 뇌가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뉴욕대학교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Joseph Le Doux)는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화가 편도체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편도체는 뇌 속의 원시적인 작은 부분이다.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을 주관한다. 
  
편도체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자동적이다. 너무 빨라서 논리와 이성을 주관하는 전전두엽이 강렬한 감정을 제어할 틈을 주지 않는다. 원시시대의 생존 측면에서는 편도체의 반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대한 마스토돈(코끼리 조상격인 고대생물)과 마주쳤다면 더 빠르게 반응할수록 살아날 확률도 더 커진다. 그러나 화 측면에서 보면 편도체의 반응은 너무 빠르고, 너무 강해서 이성적인 뇌를 뒤꽁무니의 먼지 속으로 따돌려버린다. 달리 표현하면, 화의 불길 속에 허덕일 때는 이성적 기능에 접근할 수가 없다. 이런 뇌의 작용은 우리가 화가 나서 행동하면 왜 종종 바보짓을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분노의 폭풍이 지나간 후에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지’ 글쎄, 문제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와 관련해서 전전두엽의 기능이 제한되는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과학자 매슈 리버먼(Matthew Lieberman)의 연구로 밝혀졌다. 그는 뇌의 두 부분인 전전두엽과 편도체의 기능이 서로 반비례 관계라는 것을 증명했다. 산소와 혈액이 편도체로 몰려가 분노의 화염을 위한 연료가 될 때 전전두엽은 특히 더 게을러진다. 말하자면, 편도체와 전전두엽이 전투를 벌이면 전전두엽이 총알을 장전하고 있을 때 편도체의 총알은 벌써 발사되고 있는 셈이다.
  
이성이 감정의 분출을 위한 압박으로 뒷자리로 물러나 앉으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확률은 혹독하게 줄어든다. 치솟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들을 배우지 않는다면 어느 상황에서나 최선의 해결방안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은 위협받게 된다.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화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에서 화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컴퓨터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생활의 많은 부분을 컴퓨터에 의지한다. 그런데 컴퓨터는 아무 이유 없이 멈춰 서고 명령에 반응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면 일단 꺼야 한다. 

컴퓨터는 다시 부팅되면서 책망하는 듯한 메시지를 화면에 띄운다. “컴퓨터를 적절히 종료하지 않았습니다. 손상된 파일이 있는지 스캔을 시작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나는 씩씩거리며 기다린다. 컴퓨터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른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일을 하던 중에 컴퓨터가 다시 멈추고 말았다. 친구는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켰다. 그리고 그 기분 나쁜 메시지가 출력되자 키보드의 ‘X’키를 눌렀다. 그러자 부팅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순간 나는 금속깡통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성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사물에 대고 화를 내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쓸모없는 짓이다. 화를 내며 그 사물을 다루고 뜻대로 잘 안 되면 이를 걷어차거나 주먹질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신만 다치게 될 확률이 높다. 화의 원인이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사물에게 화를 내더라도 다시 공격받지 않겠지만 만약 사람에게 본인 말을 잘 듣지 않는다거나 일을 잘못한다고 화를 내면 곧장 반격당할 수 있다. 그러면 대체로 더 높은 강도의 화로 보복한다. 아마도 아래와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A: “너는 정말 이번에 엉망진창이야.”
B: “내가 엉망진창이라고? 네가 제때에 알려주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A: “나보고 알려달라고? 이 바보야. 그건 네 책임이라고.”
B: “절대 너는 잘못하는 법이 없지. 항상 남 탓만 하고 잘난 체 으스대기만 하지.”
A: “너는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다시는 너랑 얘기도 안 할 거야.”
  
특정 행동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해서 인격을 비롯해 서로의 가치를 완전히 깎아내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최소한 미래에 서로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화는 단순히 화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 불만을 가진 채 끝난다. 두 사람 모두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실제 벌어진 결과는 모두 패자다. 그들은 적어도 일시적으로 관계가 단절됐을 뿐 아니라 이를 회복하기에도 어려운 장벽을 만들고 말았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어느 날 내가 자동차에 주유를 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에서 나왔다. 아이는 울고 있었고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울어도 소용없어. 엄마는 차 타고 집에 간다.” 

아마 아이가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엄마는 사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이는 계속 울면서도 뒷좌석에 올라 안전벨트를 맸다. 엄마는 차에 시동을 걸고 아이를 바라보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차는 출발하더니 그만 신호등을 들이받고 말았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여자가 소리를 빽 질렀다. 화로 인해 그 여자는 본인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를 여러 번 했다. 뒤를 바라보면서 앞으로 운전을 했다. 이는 분명해 보이는 실수다. 그녀는 자신의 잘못인데도 아이를 탓했다. 불행이 닥쳤을 때, 자신의 잘못을 파악하지 못하면 불행으로 이끈 행동을 고칠 수가 없다. 분명히 불행은 다시 찾아오게 마련이다. 나아가 그녀는 자신의 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존감에 상처를 주어 앞으로 닥쳐올 인생의 시련을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잘못된 예를 보여줬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문제 해결에 있어 화의 역할은 서류를 쌓아서 정리하는 데 선풍기가 하는 역할과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00.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 연재 예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