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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4. 2018

02. 아마존은 왜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을 론칭했을까?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인플루언서>



지금 이 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뽑으라면 어떤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 사람의 머릿속에는 ‘아마존’이라는 세 글자가 떠오를 것이다.

세계 최대의 유통 업체, 아마존(Amazon.com)이 미국에서 불리는 별명은 ‘The United States of Amazon(아마존 연합)’이다.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의 패러디로 나온 이 별명은 미국 시장에서의 아마존의 위상을 말해준다. 이는 미국이 아마존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덮여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에서 나왔다. 온라인 유통 시장을 제압한 아마존은 2017년 6월, 1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오프라인 유통 마켓인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을 약 137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5조 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 지역에 있는 홀푸드 마켓 460개 점포를 이용해 오프라인 유통 시장 역시 제압하겠다는 전략적인 선포로 보인다. 이러다 보니 미국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놓인 택배들을 자세히 보면 열에 아홉은 아마존에서 배달된 것 같다”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도 나온다.

이처럼 온라인 유통 시장을 제압한 아마존은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을 인수하고 오프라인 시장도 제압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만 키우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혁신시켜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산대가 없는 무인 식품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 론칭이다. 매장에서 쇼핑을 끝내고 난 뒤, 조바심을 내며 계산대 앞에 줄 서게 되는 경험은 아마존으로 인해 이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유통뿐만 아니라 콘텐츠 사업에서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라임비디오(PrimeVidio.com)’라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다. 아마존이 웬 영상 산업이냐고? 사실 아마존이 영상 산업에 뛰어든 이유 역시, 물건을 팔기 위해서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보쉬(Bocsh)>란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이 영화에서 쓴 노래가 궁금해지면 먼저 화면을 한 번 클릭하면 된다. 엑스레이(X-Ray, 특정 단어로 필요한 정보를 찾게 해주는 기능) 서비스를 통해 해당 노래를 부른 가수의 정보를 얻고, 다시 몇 번의 클릭으로 아마존에서 OST CD를 주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사이트 IMDb(아마존 소유)와 X-Ray를 연결해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실시간으로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다.

아마존은 콘텐츠 사업 부문에서도 미국 전체 오프라인 비디오 체인점을 몰락시키고, 영화 시장마저 위협하고 있는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Netflix)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다. 인공지능(AI) 부분 역시 ‘알렉사(Alexa)’라는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로 일찌감치 진출해서 구글과 같은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상태다. 영역을 넘나들며 아마존 생태계를 확산시켜나가다 보니, 수많은 경쟁사가 만들어졌다. 뉴스 웹사이트 《비즈니스인사이드(Business Insider)》는 “2018년은 아마존 대 그 외의 모든 기업의 대결이 본격화될 것(Next year will be all about Amazon versus everyone else)”이라 전망했을 정도다. 아마존과 아마존에게 위협을 느끼는 구글과 월마트 같은 기업 연합체들의 사활을 건 경쟁이 펼쳐질 거라고 전망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우리를 언제나 궁금하게 만드는 브랜드가 애플에서 아마존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어디인지 물어보면, 아마존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IT 전문 잡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2017년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로 아마존을 선정했다.

이런 아마존이 최근 들어 가장 공을 들여서 만들고 있는 것은 디지털 세상의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 프로그램이다. 2017년 초, 아마존은 ‘인플루언서 프로그램(Influencer Program)’을 론칭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수많은 팔로어, 즉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이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면, 아마존이 신청자들의 팬 규모, 콘텐츠의 질적 수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와의 연관도(Fit) 등을 따져서 함께 일할 인플루언서들을 선발한다. 그리고 선발된 이들은 아마존으로부터 독립된 자신만의 도메인 주소를 받게 되며 이 도메인 주소를 통해 본인의 콘텐츠 안에서 소개되는 제품을 직접 구매 장려할 수 있다. 2017년 9월 현재 베타 테스팅이 되고 있는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선정된 인플루언서들은 아마존 내부에서 스스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할 수 있는 페이지를 부여받게 되고, 페이지를 꾸민 후 제품들을 선정하여 배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페이지로 연결된 도메일 URL 주소를 통해 다양한 제품들을 그들의 콘텐츠를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엘르 워커(Elle Walker), 메그 레스니코프(Meg Resnikoff), 브룩 머핸(Brooke Mahan)이라는 미국의 가정 주부 세 명이 중심이 되어 유명한 육아(Parenting) 관련 콘텐츠를 주로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What’s Up Moms’이 아마존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에 선정된 바 있다. 그들은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을 이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있다.

What’s Up Moms


요리 분야의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아보카도 튀김 고로케’ 레시피를 공개하고 만드는 과정을 팬들에게 보여준다면, 고로케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해당 크리에이터가 아마존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이 콘텐츠를 볼 때 자연스럽게 고로케 재료들에 대한 정보와 가격 등이 아마존 마켓 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형식으로 소개된다. 영상을 보다가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영상 하단의 링크를 누르고,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아마존 내의 페이지로 연결이 된다. 클릭 한두 번에, 고로케 재료를 집으로 배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들이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자신의 아마존 도메인을 소개해 소비자들을 아마존으로 끌어오는 한편, 자신이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자연스럽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개별 인플루언서들의 아마존 도메인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아마존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커미션 형태로 보상을 한다.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아마존은 인플루언서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사이트 안에서 원하는 대로 페이지를 꾸미고 활동하도록 하지만, 그들의 개성이나 독특한 콘텐츠 운영 노하우가 아마존이라는 기업 안에서 충분히 발휘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개개인에게 독립된 페이지를 부여하여 그들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운영하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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