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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4. 2018

03. 화나지 않았는데 화났냐고 물어봐서 진짜 화났어요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왜 화를 인정하지 않는가?

많은 힘들이 화를 억누르고 자각하지 못하게 작용한다. 심리치료가 시작되면 치료사는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그런 것들 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나요” 환자는 대답한다. “절대 아닌데요, 나는 화가 나지 않았어요.” 결국 환자가 인정할 때까지 질문은 계속된다.

우리 중 일부는 화를 표현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집안 환경에서 성장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화를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교육을 받았을 수 있고 그래서 수치심이 이를 인정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들은 또 화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면 본인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두렵거나 같은 방식으로 반격을 당할까봐 두려워할 수도 있다. 필 박사 Dr. Phil(미국 AFKN 인생상담쇼 <닥터 필 쇼>의 호스트이자 인생 전략가)에 의해 대중화된 표현에 따르면, 그들은 자신의 화나 그 속에 잠재된 요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본인이 온전히 이타적이라는 환상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저급한 감정에 굴복하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행동한다고 믿는다.
   
화를 인정하는 것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은 혹시 화를 주체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공포다.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다.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화를 속에 품고 있으면 빈번하게 ‘내가 뭐에 씌었었나봐, 왜 그런 짓을 했지’라고 말하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화를 부정하는 것은 화를 다스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앨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의사소통마저 불가능하게 만든다. 
   

폭발하는 것만이 화가 아니다.

화는 간접적으로 나타나거나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상황 1 
의사와 데이트를 하면서 한 여자가 자기도 모르게 과거에 다른 남자들이 얼마나 자기를 잘 대해주었는지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했다. 나중에 그녀는 허리통증으로 침술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말했다. “침술은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왜 교회에 나가지 않으세요? 가격도 싸고 훨씬 효과적일 거예요.”
  
상황 2 
여자친구와 이제 막 헤어진 남자에게 이런저런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그는 무쇠냄비를 발에 떨어뜨리고, 못을 박다가 손가락을 망치로 때리고, 주차장을 나서다가 시멘트 분리대를 타고 넘는다.
   
상황 3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 여자가 고향의 친구와 한 달 뒤 어느 토요일 밤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녀는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토요일 대신에 금요일에 만날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친구는 승낙했다. 금요일 아침에 그녀는 다시 전화를 걸어 약속시간을 30분 앞당겨 오후 6시에 보자고 제안했다. 고향 친구는 새로운 약속시간에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런데 다시 그녀에게서 출발이 늦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6시 45분에 도착했을 때, 고향 친구는 말했다. “우리 6시에 만나기로 했잖아.” 그러자 엉뚱하게도 그녀가 폭발했다. “그렇게 성질낼 거면 없던 일로 하자”라며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렸다.
   
상황 4 
한 남자가 자신이 접하는 모든 것에 대해 비난하며 자신의 취향과 분별력의 수준을 드러낸다. “그 책 내용은 별로야”, “그 영화는 더 잘 찍을 수 있었어”, “그 식당은 너무 비싸”, “그 친구의 새 여자친구가 그렇게 예쁘지는 않아.”
  
혹시 위에 나오는 상황 중에 자신의 모습이 있지는 않은가? 이 모든 행동은 화의 표현들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관이 없다. ‘수동 공격성(passive aggression)’이라는 잘 알려진 현상이다.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의도적으로 게으름을 피우며 일하는 것과 같이 수동적인 방법으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늦게 나타난 뒤 친구에게 죄책감을 씌우려는 여자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적대감이나 그에 따르는 피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공격적으로 들리는 큰 소음을 내며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들도 본인의 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때때로 잠재된 화가 무의식적으로 솟구쳐 나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프로이트적 실수(Freudian Slip, 프로이트가 창안한 심리학 용어로 무의식에서 나온 콤플렉스에서 기원한 말실수)라고 한다. 이에 대한 유명한 농담이 있다. “나는 ‘소금 좀 건네줘’라는 뜻으로 말했는데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어, ‘나쁜 년,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화를 인식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 

인식하지 못한 내면의 화는 때때로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으로 나타난다. 불규칙적으로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 무언가를 떨어뜨린다거나 국을 엎지른다. 주변에 이런저런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만성적인 우울감도 내면의 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화는 끊임없이 내면을 파고들고 자신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만성적으로 화를 내는데, 이는 곧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비판의 형태로 나타난다. 비판은 사회적으로 금지된 표현방식은 아니다. 그들은 타인에 비해 자신의 취향과 판단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것에 대해 냉소하며 빈정거린다. 습관적인 비판은 틀림없이 결혼생활이나 친구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십상이다. 만약 자녀들에게 비판의 화살이 향하면, 그들의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주게 된다. 그리고 매사에 냉담하고 소극적이며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몰고 간다. 일부는 이런 냉소적 경향이 지나치게 강해서 그들의 기본적 인격의 색깔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 성향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만 자신의 성향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본인의 화와 이를 어떤 방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인식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화의 인식이 필수다. 그리고 때때로 단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의 몇몇 순간에서 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음식 일기를 적는다. 단순히 무엇을 먹는지 적는 행위만으로도 몸무게를 줄이는 효과를 본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담뱃갑에 종이를 한 번 더 포장한 뒤에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시간과 느낌을 적는다. 이를 통해 흡연 횟수를 줄여 금연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를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다. 스스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당신이 하루에 얼마나 많이 화가 나는지 그 누구도 이를 살펴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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