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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4. 2018

10. 숫자 중심의 자산보다 다양한 자원 발굴하라.

<가정경제 재구성>



한 생명보험사에서 ‘전 국민 자산 진단 캠페인’으로 TV 광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행복한 인생은 자산 체크로부터 시작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가정의 자산을 4가지 영역(보장 자산, 은퇴 자산, 금융 자산, 상속 재산)으로 나누어 점검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위험 요인을 탐색하고 대비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굳이 전통적인 보험 마케팅인 보장 자산 등 금융과 보험상품을 중심으로 자산을 4가지로만 구분했는지 못마땅했습니다. 숫자로 금융자산을 진단하는 것보다 ‘가정 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로 측정하기는 어려워도 가정 자원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회를 정의하는 키워드가 여러 개 있습니다. 시간 부족 사회, 피로 사회, 분노 사회, 부채를 부채질하는 사회 등. 돈을 벌고, 쓰고, 모아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쓰고, 벌고, 갚는 시대라고 합니다. 신용카드를 통한 지출로 급여통장은 저축을 해보기도 전에 텅 빈 통장이 되고, 다음 한 달은 또 신용카드로 살아야 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누구나 감당해야 할(?) 지출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집집마다 휴대용 통신비가 30만 원이 넘어가고, 중형급 자동차 정도는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게다가 월세나 담보대출 원리금 등 주거비가 높은 상황에서 자녀의 사교육비,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의 노후가 겹치고 있습니다. 돈을 쓰는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된 의사결정이 아니라 누구나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감당해야 할 지출 수준만 높아진 가운데, 가정경제에 비상이 울리고 있습니다.

엄청난 전셋값과 전세대출 이자의 부담, 물가 상승 등 빠듯한 생활이 현실이지만, 가정경제의 공동 목표를 세워 다양한 ‘자원’을 적극 찾아내고 활용해 재정적인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가정의 인적자원, 경제자원, 시간자원, 주거환경 자원을 각 10개 이상씩 적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많이?” 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어떤 자원이 있는지 그동안 발굴할 생각조차 못해왔을 뿐입니다.

인적자원이란 가족 구성원 각자가 가진 재능, 가능성, 잠재력, 성품, 생활 태도, 가치관, 친밀도 등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역할 분담 차원에서 서로 어떤 부분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볼 수 있죠. 지금 당장은 드러나지 않아도 앞으로 성장 가능한 자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제자원은 순자산은 물론이고, 돈을 버는 데 유용하거나 돈을 아낄 수 있는 습관이나 체력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적자원과 경제자원이 겹칠 수도 있지만, 활용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겹치더라도 생략하지 말고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자원은 측정이 가능하고 다른 자원과 함께 사용되는 자원을 의미합니다. 즉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는 모든 활동 시간을 말하죠. 맞벌이로 인해 가사노동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들을 많이 합니다. 빨래건조기, 로봇청소기, 설거지 기계와 같은 사용자산을 구매하여 활용하거나 빨래, 청소 횟수를 줄이거나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등 가사활동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시간의 효율성만 높이려는 시도는 가정의 전체적인 자원 측면에서 보면 합리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하거나 가사 활동 횟수를 줄임으로써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주거환경자원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효율성의 측면으로 따지기보다(돈으로 환산한 가치) ‘가족애’와 ‘삶의 가치’를 높이는 소중한 자원으로서 아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관계 중심 시간 경영》의 저자 황병구 한빛누리재단 본부장은 ‘시간’을 합리적으로 쪼개 쓰는 ‘관리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한 ‘주도성’의 차원으로 이해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저자는 시간을 물리적인 시계시간과 사건시간으로 구분합니다. 시계시간은 60분, 1시간, 1일 등과 같이 물리적으로 셀 수 있는 개념의 시간을 말합니다. 서구의 시계 중심 사고는 산업사회의 단위 시간당 생산량을 측정하기 위한 산물, 즉 도구화된 시간입니다.

반면 사건시간은 자연적인 시간으로 활동 자체의 자발적인 흐름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는 시간을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파악하는 데 익숙해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장엄한 시간의 흐름(사건 시간)에서 나의 위치를 점검하고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변화를 시도하려는 사건은 밋밋하고 관계는 항상 소홀했습니다.

그렇다면 ‘사건 중심’으로 살펴보는 시간자원은 무엇이 있을까요? 육아휴직을 물리적 시간으로만 따지면 아주 골치 아픈 ‘헬육아’ 기간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건시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육아휴직은 ‘멈추면 보이는 것들’의 잔상처럼 육아의 기쁨을 맛보는 시간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인 시간이지만, 삶에 있어서 자녀와 애착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시간자원을 재구성하면 어떨까요?

주거환경자원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여건,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인프라(생산이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물)를 말합니다. 주민자체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공유경제나 마을 공동체가 활발해지는 시점에, 특히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한 육아 용품 지원은 젊은 부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육아 용품을 거의 무상으로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드시 나의 소유가 아니어도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나 공공시설, 마을 도서관, 사회복지 프로그램, 회사 지원제도 등을 찾아 적극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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