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디자인 씽킹>
왜 ‘행위 디자인’인가?
‘디자인’이라고 하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형태나 색상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시대이든 트렌드에 맞는 색과 형태가 존재하고, 디자이너를 ‘유행의 본질을 외형적인 부분에 반영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줄로 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각적인 센스와 조형적인 능력만 있으면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우리는 지금 유행이나 정보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인간 본연의 행동 가치를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야말로 복합적인 지혜를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조형적인 능력을 갈고닦은 디자이너가 아닐지라도 누구나 디자인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만이 고민하는 디자인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다. 행위 디자인 과정을 거치면 여러 관계자 개개인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과제 및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으며, 동시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개발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행위 디자인’이라는 발상법
‘행위 디자인’이란 디자인 개발과정에 있어서 인간의 행동에 주목하여 개선점을 발견하고, 이를 더욱 새롭고 나은 형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기법이다. 또한, 사용자가 목표로 하는 행위를 막힘없이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 정의하고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다.
나는 제품 디자이너이지만 평소 ‘사물’만을 관찰하기보다는, 사물을 둘러싼 환경과 관련된 사람들의 ‘행동’에 주목한다. 사용자의 행동이 자연스러울수록 사물이 장소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행위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무심코 이뤄지는 사용자의 행위를 철저히 분석하고 발상을 끌어내어 좋은 디자인으로 만들어 가는 것, 이를 위해 어떤 순서로 사고하고 구체화할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다양한 요소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의 방식이 바뀐다.
행위 디자인이라는 기법을 익히게 되면, 자신을 둘러싼 사람과 사물, 정보 등이 지금과는 달리 보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으며, 그 상관관계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술병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따르는 방법을 디자인’한다는 식의 발상 전환이 가능해진다면, 주어진 상황마다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게 되므로 일상이 완전히 달리 보이게 된다. 특정한 사물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자기 자신, 그리고 환경 모두를 포함한 상호 작용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 자신 또한 행위 디자인을 실천하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상황 속에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요소’가 무수히 잠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매일 하는 디자인 업무에도 이 같은 발견을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여러분들도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 그리고 상황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