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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5. 2018

05. 화, 중독되기 전에 끊어라. (마지막 회)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화를 상대하는 3가지 방식

화를 품고 살아가면 삶을 지속적으로 한계 안에 가두게 된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까지 자신을 위한 더 나은 선택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기회비용’이라고 일컫는다. 우리가 시간이나 열정, 마음을 무언가에 투자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이익을 말한다.
화를 고착시키는 방식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래 세 가지 경우로 나뉜다.
  
· 물러서기
· 복수하기
· 희생자인 척하기
  
누군가 발등에 벽돌을 떨어뜨리면 고통에 이어 화가 급격히 치솟는다. 무엇보다 타인이 나를 다치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실제로 격하게 내뱉는 욕설은 일시적으로 기분전환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생겨난 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내 발은 이미 상처를 입었고 이를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오래 화가 난 상태로 머무르는지와 어떻게 이를 다스리는지가 나머지 인생에서 얼마의 비용을 지불할지 결정한다. 나는 화를 자기연민으로 돌릴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훨씬 더 행복했을 텐데.’ 아니면 길거나 짧은 기간 동안 대외활동을 취소하는 핑계로 사용할 수 있다.
  
아니면 복수에 집중할 수도 있다. “똑같이 갚아줄 때만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 멜빌의 『모비딕』에 이런 어리석은 모습의 전형이 나온다. 다른 일에는 이성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고래에 복수하는 데 바친다. 그의 고집스런 집착은 고통과 자신의 죽음으로만 돌아온다. 불행한 선장 에이허브는 아마도 “잘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듯하다.
  
희생자인 척하는 자세는 화를 표현하는 간접적이고 의뭉스런 방법이다. 희생자 연기를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주거나 복종하게 만들어 본인 의도에 따라 조정하려 한다. “네가 도착해서 전화를 하지 않은 건 괜찮아. 하지만 나는 너무 걱정돼서 밤새 한숨도 못 잤어.” 희생자 코스프레를 택하면 인생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다. “내가 이렇게 선한 사람인데, 사람들은 내게 왜 이렇게 못되게 굴지” 이런 관점은 좋은 의도로 보내는 몸짓도 악의적인 행동으로 색칠한다. 희생자 연기를 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가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어느 시점에서든지 우리는 거의 무한대의 선택 방향을 가진다. 우울하거나 들뜬 기분일 수도 있고 그 중간 정도의 상태일 수도 있다. 의식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열정적으로 일할 수도 있고 일하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로지 화를 내며 행동한다면 화려한 선택의 만찬은 거지의 밥그릇으로 줄어든다.
  
도로 위에서 항상 화가 나 있다면 더 많은 사고 위기를 겪거나 실제 사고가 난다. 자연히 더 많은 화를 내게 된다. 만약 사장에게 분한 마음을 품고 일을 엉성하게 처리한다면 해고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많은 화와 분노의 원인이 된다. 인간관계에서도 항상 주도적인 위치만을 차지하려 강변하면 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을 의아해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상황들이 이어지고 계속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박탈당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화가 우리 선택의 폭을 좁히도록 놓아둘 수도 있고 화에 지배받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 만약 직장에서 누군가 아니면 어떤 일 때문에 정말 화가 났다면 집에 도착해서도 화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때 집을 들어서면서 행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존재한다. 아내에게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한 후, 침묵 속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직장에서의 일을 되씹고 소파에 몸을 파묻고 축구경기를 시청한다. 아니면 아내에게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지만 당신과 함께 있으니 좋다고 말한다. 
  

선택은 내가 한다.

우리는 화가 날 때 무엇을 할지, 화를 표현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라는 감정 자체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화가 나 아닌 타인 때문에 생겨나고 그래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아, 그 여자 때문에 열 받네!” 우리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본인을 건드렸고 그래서 자신은 죄 없는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화가 났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만약 우연히 소행성과 충돌했다거나 테러 현장에서 다친 경우라면 단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본인이 화가 난 원인이 방어본능(아픈 곳을 찔려서)의 발동이거나 어떤 상황에 잘못된 방식으로 개입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하는 경고음이다. 
  
내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그가 심각한 재정상 곤란을 겪고 있을 때 아내가 기세 좋게 주말 쇼핑을 나가 2만 달러의 계산서를 들고 들어왔다. 처음에 그는 너무 화가 나서 이혼하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아내에게 최근의 재정상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가 상황을 설명하자 그녀는 즉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환불을 청구했다. 다행히 구매 물건에 대한 환불 요청이 모두 자동적으로 처리됐다. 남편이 화를 표현하지 않고 대신 상황을 설명한 덕분에 아내와 무사히 일을 처리할 수 있었고 그들의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우주 전체를 상대하지 마라.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해 무섭게 화를 낼 때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첫째는 일어난 일이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째는 이를 바꿀 수가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논의의 핵심은 일어난 일을 우리가 좋아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듯이 우리가 생각과 행동, 말을 어떻게 할지 선택하는 것 역시 전체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방금 일어난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본인 인생 드라마의 다음 장면을 결정적으로든 미세하게든 변화시킬 기회가 있다. 인간의 지능은 본능이나 습성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반응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지능은 선택할 수 있는 힘이다. 화는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그리고 선택의 폭을 줄인다. 그러나 이성의 힘을 총동원해 화나 습관에 따라 행동하지 않기로 선택하면 미래에는 좋아하는 일들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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