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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1. 2018

05. 절대 뭉툭해지지 않는 지우개 디자인

<행위 디자인 씽킹>



원래부터 있었던 기능이 어떠한 조건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퇴화에서 비롯된 버그(bug)이다.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하더라도, 제품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까지 미리 내다본 디자인과 설계라면 좋겠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경우라면 목적했던 기능까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지우개의 모서리 부분을 돌려가며 사용하다 보면 모서리 부분이 모두 뭉툭해져서 원하는 부분만을 섬세하게 지울 수 없다. 나선형으로 디자인된 지우개는 칼로 잘라 모서리를 만들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원하는 부분을 섬세하게 지울 수 있다.

지우개를 처음 샀을 때는 뾰족한 각이 살아있어서, 그 부분으로 작은 글씨를 지울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어느새 뭉툭해져서 처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지우개의 퇴화를 인해 생겨나는 버그이다. 뭉툭해지면 커터 칼로 잘라내서 각을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제품 자체의 스타일링 즉 형태의 변형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이러한 버그를 해소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 ‘Viss’와 ‘Gum’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사와 껌의 기능적인 형태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제품이다. 어떻게 사용하더라도 작은 글씨를 지울 수 있도록 반드시 각이 살아있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작은 글씨를 지우는 기능은 살리면서도 동시에 넓은 면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본 개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직육면체라는 형태를 응용할 것. 얇은 껌과 같은 디자인은 모서리가 뭉툭해져도 커다란 곡면으로 변하지 않으므로, 기능이 퇴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직육면체라는 형태 자체를 바꿀 것. 나선형으로 디자인한 덕분에 늘 뾰족한 부분이 이어지는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진출처: www.metaphys.jp


사진출처: www.metaphys.jp


행위 디자인을 거치게 되면, 어떤 조건 때문에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게 되는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조건이 생겨나지 않도록’ 디자인을 사전에 고안할 수 있다면, 사용자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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