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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2. 2018

02. 언젠가부터 내 인생인데 내가 빠져 있다.

<엄마 말고 나로 살기>



우리는 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여고생일 때나, 여대생일 때나, 엄마가 됐을 때나 하나같이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 놓고 카페에 모여 있는 엄마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 있자면 거기엔 자기들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5분만 지나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로의 아이들 이야기부터 서로의 남편들 이야기를 넘어 자기들 반의 다른 엄마, 남의 반의 다른 엄마 이야기까지, 대화의 당사자들만 쏙 뺀 빈껍데기 이야기들만이 난무한다.

내 인생을 제대로 살아 본 적이 없어서 남의 이야기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온통의 관심은 나에게 있지 않고 오직 다른 사람에게만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엄마가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어쩌면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보지 않는 삶을 살게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엄마들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조차도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들이 다 떠나간 후 ‘빈 둥지 증후군’에 시달리면서 내게 남은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걸 느낄 땐 인생의 의미 같은 건 좀처럼 떠오르지 않게 될 것이다.

나를 잃어버린 내 삶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엄마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가지의 일도 하지 못하고 내 삶의 주파수를 오직 남편과 아이들에게만 맞추게 되면 엄마의 정체성은 기어이 흔들리게 된다. 분명한 것은 나를 잃어버린 엄마는 외롭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은 껍데기뿐인 엄마의 삶은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 뻔하다. 

우리는 우리를 포함한 삶을 살아야 한다. 나 자신의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잃어버린 나만의 삶을 나에게 돌려주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가족들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자기계발 작가 윌리스 R. 휘트니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앞에서 그 일을 할 수 없는 수천 가지 이유를 찾고 있는데, 정작 그들에게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유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믿고 행동하는 데 있고, 실패의 기회조차도 갖지 못한 채 우물쭈물 허송세월만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없는 수십 가지의 이유를 대기에 바쁘다는 데 있다.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자기 인생이 그냥 이렇게 흘러가 버릴까 봐 두렵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왜 일을 하고 싶은지, 자기가 왜 일을 해야 되는지에는 집중하지 않고, 지금 일을 할 수 없는 갖가지 이유들을 나열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만약 내가 진짜로 일을 하고 싶고,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고, 내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그것이 일할 수 없는 여러 조건을 덮어 버려야 한다. 그런데 나의 삶과 의지는 이미 현실에 안주하기로 작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변화를 극도로 꺼린다. 변화하기를 희망하면서도 변화 앞에서 저항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뇌가 현실에 안주함으로써 안전함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력하지만 마치 뇌가 우리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이 뇌의 저항감을 이겨 내려면 정해진 시간에 똑같은 행동을 하거나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뇌의 의지를 꺾어 놔야 한다. ‘이 사람이 정말로 이걸 원하고 있구나, 그만 포기하자’ 하게 만들어야 한다. 즉, 경험을 통해 그것을 나에게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뇌로부터 전파되는, 우리의 내면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저항감을 충분히 극복하고 이겨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만은 않기에 중도에 포기하거나 아예 이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힘들고 피곤한 과정을 겪어 내는 것보다 그냥 주저앉고 마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냥 주저앉고 말았던 자신을 보며 실망해 왔던가.

나의 중년과 노후를 험난한 과정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내가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만 집중해야 한다. 당신의 최적화된 무기력과 변명에 이제는 안녕을 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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