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13. 2018

05. 시간 되돌리기 실험의 '놀라운 결과'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얼마 전 엘렌 랭어 교수의 《마음의 시계》라는 책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유명한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심리학 개론을 듣고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꾼 엘렌 랭어 교수는 아마도 20세기에 가장 극적인 실험 연구들을 한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녀의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꽤 알려져 있는 실험을 하나 들어보자.

1979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엘렌 랭어 교수는 오하이오 주의 한 신문에 광고를 실었다. 6박 7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기 위한 광고로서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활기찬 노년을 보내자는 게 골자였다. 지원 자격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 남성이고 모든 경비는 무료다. 면접을 거쳐 선발된 사람들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검버섯 가득한 노인들이었다. 바로 그 유명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노인들은 시골의 외딴 수도원으로 이동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규칙은 단 두 가지다. 첫째, 20년 전인 1959년이 마치 현재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밤 1959년에 개봉한 영화와 뉴스 등이 실제로 TV에서 방송됐다. 노인들의 반응은 “이런 거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군” 혹은 “할 일도 별로 없었는데 재미있겠네” 등이었다. 두 번째 규칙은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직접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소 반감을 보였지만 거부하면 퇴소해야 하므로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느릿느릿 걸음을 떼며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설거지를 하고 서로 도와가며 빨래를 하기도 했다.

노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에 슬슬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1959년 야구 잡지를 보면서 “2년 전인 57년에 다저스(미국 메이저리그 팀)가 브루클린에서 LA로 옮겼잖아”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가 하면, 1959년 개봉작 마를린 먼로 주연의 《뜨거운 것이 좋아》를 보면서 “올해 영화 중 단연 최고야”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면서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시력, 청력, 기억력, 지능, 악력 등이 신체나이 50대 수준으로 향상됐다. 체중도 1.5kg 정도 늘어났다.

이 연구는 마음을 젊은 시절로 되돌리면 신체도 그에 따라 놀라우리만큼 젊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연구로 손꼽힌다. 그런데 20년 뒤로 마음을 되돌린 것이 왜 신체에도 영향을 준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자발성과 늘어난 대화의 양에 있다. 50대로 생각을 되돌렸더니 어떤 일을 남의 일이 아닌 자기의 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그리고 대화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협동의 양이 증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이 나이에도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