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감정을 수용하고 미뤄라
어느 기업에 근무하는 35세의 사무직 여성 K는 자신감 없기로는 일인자라고 자부할 만큼 소심한 사람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과거의 일까지 떠오르면서 ‘어차피 나는 해봐야 안 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게 좋겠어.’라고 생각하며 미리 체념하곤 했다. 예를 들어, 이직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프로그래밍 자격증을 따려고 생각하다가도 ‘과연 내가 이 어려운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 ‘자격증을 따도 정말 이직에 도움이 될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금세 포기하곤 했다.
업무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향이 있었다. 사원이 4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여서 장래성은 전혀 없고, 이대로 정년까지 근무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게 좋다고 충고했지만, 이직할 자신이 없어서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했다.
Y는 비관사고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데, 뜻밖에도 주위 사람은 Y의 내면에 있는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다. 자신의 감정에 뚜껑을 덮어서 표정이나 태도에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 공포, 염려와 같은 비관사고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감정은 뚜껑을 덮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을 억압하기만 할 뿐이다. 감정을 숨기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표정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감정을 너무 억제해서 표정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즐거운 일이 있어도 별로 웃지 않는다. 괴로운 일이 있어도 표정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한 결과 표정이 마비된 것처럼 보인다.
직업상 감정을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손님을 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호텔 종업원이나 비행기 승무원은 어떤 손님에게나 친절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하면 환자나 가족이 백의의 천사처럼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친절한 태도를 보이리라 기대한다. 또한, 직장 상사라면 리더다운 행동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무리하게 감정을 억제하면 심리적으로 피폐해지고 탈진 증후군이나 공감 피로증후군에 빠질 위험이 있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감정의 뚜껑을 닫는 성향이 강한데, 이처럼 부정적 감정을 억압하여 내면에 숨기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불안, 공포, 염려와 같은 비관적 사고에서 생기는 부정적 감정은 일단 뒤로 미루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것은 심리요법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감정을 억제하고 숨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뒤로 미루어 생각하자.’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자. 감정은 자꾸 억제하면 끈질기게 반복된다. 차라리 그런 감정을 한 번쯤은 편안하게 수용한 다음, 뒤로 미뤄버리자.
그렇게 하고 나면 불안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염려했던 일을 떠올리려고 해도 잘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비관사고가 강한 사람은 꼭 이 방법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생각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쉽게 떨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