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왜 성희롱은
당한 사람만 수치심을 느끼고
한 사람은 거들먹거릴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그 무지로
자신의 인생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입
닥치시오.
내가 아는 여성 가운데 가장 아는 게 많고 가장 당차고 멋진 사람이 있다.
그녀가 당한 성희롱 스토리를 전한다. 기대해도 좋다.
남자는 그녀의 거래처에서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 남자의 한마디, 그 남자의 사인 하나에 많은 사람들의 밥줄이 달려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이 가진 파워를 잘 알고 있었고, 십분 활용하기를 원했다.그녀 또한 그 남자의 사인에 밥줄이 걸린 터였다. 어느 날 저녁 그녀가 작업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남자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사랑모텔 1003호’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사랑모텔 1003호로 치킨과 맥주를 배달시켰다. 심지어 어떤 브랜드의 치킨을 주문할까 진지하게 고민해서 당시 가장 핫한 브랜드로 배달시켰다. 숨은 뜻은 “닥치고 닭이나 먹어라!”였다. 그리고 치킨을 받은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하하, 내가 졌어요.”
뭘 졌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사랑모텔에서 치킨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지금보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더 낙후되어 있던 시절 일이라 피해자 여성이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하면 2차, 3차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녹록지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그녀는 자기만의 생존방식을 찾으며 고군분투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희롱을 하고, 당한다.
“딸 같아서 그래.”
(집에는 아버지의 보살핌을 기다리는 진짜 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너랑 연애하는 건데.”
(우리는 당신과 연애할 생각이 없습니다.)
“남자들은 뚱뚱한 것도 싫어하고 마른 것도 싫어해. 적당한 게 좋아.”
(거울을 보십시오. 당신도 적당하지 않습니다.)
“오~ 몸매가 끝내줘.”
(당신을 위한 몸매가 아닙니다.)
“얼굴이 하얀 것이 참 좋네.”
(당신도 얼굴에 분칠을 하십시오.)
인사말과 칭찬의 말을 빙자한 성희롱이 난무한다. 나도 몇 번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성희롱을 당하면 피가 차가워지고, 몸이 굳고, 입이 안 떨어지고, 눈물이 나려고 하고, 대처하기가 쉽지가 않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성희롱 문제가 많이 공론화되고 있어 다행이다. 계속되는 공론화와 인식 개선으로 언젠가 성희롱을 하는 자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손에
손잡고
그런 사회가 조금이라도 빨리 오려면 무엇보다 연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 안에서 누군가 성희롱을 당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한 명, 그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한 명, 또 그 사람을 지지하는 한 명만 있어도 좋겠다. 이런 식의 연대는 힘을 형성하고 적어도 피해자가 권력에 의해 두 번 상처받는 일은 막아준다.
반대로 한 사람이 그 사람을 비난하고 또 한 사람이 또 그 사람을 외면하며 자기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 만들 여다 본다면 결국, 우리는 모두 정글에서 각자 고독한 싸움을 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