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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25. 2018

02. 경매가 만만해지는 '3가지 기본기'

<365 월세 통장>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나만의 투자 원칙

부동산 경매 재테크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투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관련 서류의 숫자 하나를 잘못보는 사소한 실수로도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투자에 돌입하기 전에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나는 부동산 경매 공부를 시작하면서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나만의 기본 원칙’을 정했다. 이 원칙을 모니터 옆에 크게 써 붙여놓고 투자 물건을 찾을 때마다 늘 상기한다.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위기가 찾아와도 빠르게 대처하며 꾸준히 투자 내공을 쌓아갈 수 있다. 이번 장에서는 ‘나만의 단단한 기본기를 만드는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하겠다.


1. 권리분석이 명확한 것부터 도전하라.

권리분석이란 쉽게 말해 그 집에 어떤 사연이 얽혀 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은 대부분 이런저런 사연과 문제를 안고 있다. 등기부등본이나 법원의 매각물건명세서(경매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에 대한 정보를 작성한 문서로 입찰자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서류)를 보면 대략 어떤 문제가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권리분석이 경매의 첫 단계인 만큼 여기에서부터 애먹지 말아야 한다.

관련 서류를 보고 ‘이 물건에는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하는 수준에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실전에서 웬만한 권리분석에는 지장이 없다. 게다가 아파트나 빌라 등 주거용 부동산은 권리가 복잡한 경우가 많지 않다. 경매를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권리분석이 어렵고 복잡하다고 말한다. 다각도로 따져보는 것이 귀찮거나 실수할까 봐 두려워서 주저하게 되는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권리분석을 할 때의 기준은 간단하다. 자신이 원하는 집을 골라 나열한 다음,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어렵거나 위험해 보이는 것들만 피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투자해야 할 집이 대강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원하는 집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과정 속에서 단순하고 명쾌한 자신만의 권리분석 방법을 찾으면 앞으로의 경매는 더 즐겁고 쉬워질 것이다.

처음부터 권리분석이 복잡한 특수물건에 도전하기는 어렵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의욕이 넘쳐서 운동을 시작한 첫날부터 무리를 하는 바람에 금세 지쳐 포기하게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경매도 마찬가지다. 몸풀기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운동 강도를 높이듯 서서히 경매 근육을 만들고 점차 투자 강도를 높여가야 한다.

유치권, 법정지상권, 지분경매 등이 얽혀 있는 특수물건은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런 물건들은 중급자라도 섣부르게 투자해서는 안 된다. 상대에 따라 소송이 길어져서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세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30채의 꼬마 아파트를 갖는 과정에서 딱 세 번 특수물건을 만났고 그중 단 한 건에만 입찰을 했는데, 앞 장에서 소개한 군산의 아파트였다. 현장조사를 하면서 별로 어렵지 않은 유치권임을 알게 되었고, 유치권자와 협상까지 완료한 다음 입찰을 한 경우였다.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고서는 실전에서 특수물건을 만날 일은 별로 없다. 만일 당신이 경매 초보자라면 권리분석이 어렵지 않고 해결하기 쉬운 물건부터 찾아보기 바란다.


2. 경매의 기본은 ‘현미경 현장조사’다.

물건을 선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그 지역의 ‘수요와 공급’이다. 보통은 인터넷을 통해 사전조사를 마친 다음 현장으로 가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 ‘임장’이라고 부르는 바로 이 현장조사가 경매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발품을 팔아 고생 끝에 경매로 집을 샀는데 임대나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매의 권리분석과 시세조사보다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무조건 수요가 많고 상대적으로 공급이 적은 곳’을 찾아 확인하는 현장조사다.

내 이야기를 듣고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외관이 번듯한 물건이 권리분석까지 어렵지 않으면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이 현장조사를 꼼꼼히 하지 않고 섣불리 낙찰을 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몇 년 전 지방의 오피스텔 한 동이 50퍼센트까지 유찰되어 경매에 나왔다. 좋은 가격에 낙찰을 받으면 내 자본금을 들이지 않고도 대출금과 임차인의 보증금만으로 월세를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찰이 3일 뒤라 급하게 그 지역을 방문했고, 현장조사에만 꼬박 하루를 투자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일일이 따져보고 점검하는 ‘현미경 현장조사’는 내가 경매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타협하지 않은 나만의 절대 기준이다.

나처럼 물건을 보러 온 것 같은 사람도 몇 명 눈에 띄었다. 그들은 한 시간 정도 이리저리 건물 외부를 살피더니 집 안에는 들어가보지도 않고 관리실만 들른 채 사라졌다. 관리실에서는 집 내부를 볼 수 없다며 딱 잘라 이야기했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한 집씩 모두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몇 집이나 돌았을까? 갑자기 어느 집 문이 스르륵 열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문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외관은 분명 멀쩡한 오피스텔이었는데 집 안은 살짝 훑어만 봐도 문제투성이였다. 사람이 오래 살지 않았는지 쓰레기와 곰팡이가 가득했고, 누수가 있는 듯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사실 누수는 공사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아주 저렴하게 낙찰을 받는다면 전부 수리를 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수요였다. 인근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가 문의를 해보았는데 “거긴 사람 못 사는 곳이에요. 건물에 하자가 많아서 대부분 빈집일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임대가 잘 안 되자 일부러 임차인이 사는 것처럼 꾸며서 경매로 넘긴 물건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집중되는 지방의 물건들은 더 꼼꼼히 시세와 수요를 조사해야 한다. 되도록 현장에서 세입자는 꼭 만나고 돌아와야 한다.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만 파악한다면 큰 수확이다. 임장을 꼼꼼히 하지 않고 입찰을 했더라면 큰 손해를 볼 뻔했다.

며칠 후, 다른 물건의 입찰 때문에 그 지역 법원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오피스텔 현장조사 때 봤던 낯익은 얼굴들이 몇몇 있었다. 나는 ‘잘 알아보셨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뒤 내가 입찰할 다른 물건의 낙찰가를 신중히 계산하고 있었다. 입찰이 모두 끝나고 법원을 나오는데 그분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분은 내가 입찰장에 있어서 당연히 그 오피스텔에 입찰할 거라 생각하고 계획보다 높은 가격을 적었는데, 단독으로 낙찰받아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매 초보인데 현관문을 두드릴 용기는 나지 않고, 권리분석과 건물 외관에 큰 문제가 없어서 입찰을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근심 가득한 얼굴을 외면할 수 없어서 여러 방안을 알려드리긴 했지만,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서 걱정이 들었다. 이렇듯 방심하고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치밀하게 관찰하고 끈질기게 들여다보는 현미경 현장조사가 실수하지 않는 경매 투자의 기본임을 꼭 명심해야 한다.


3. 절대 로또를 찾지 않는다.

나는 처음 경매를 공부할 때, 하루 날을 잡고 온종일 경매 정보지의 물건을 살펴보곤 했다. 그렇게 들여다보아도 물건을 다 확인하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그만큼 경매 물건은 최저 입찰 가격이 100만 원 이하인 것부터 수백억 원이 넘는 물건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그 수도 많다.

이렇게 드넓은 경매 시장에서 대체로 경매 하수들은 자신만의 원칙 없이 ‘한몫 단단히 챙겨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로지 큰 한 방만을 바라는 것이다. 부동산에서 로또를 찾아 헤매며 작은 물건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반면 경매 고수들은 자신만의 확실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들은 결코 허황되거나 허무맹랑한 목표를 좇지 않는다.

나는 경매에 익숙해진 지금도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자에 뛰어들지 않는다. 처음 경매를 시작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매달 월급처럼 고정 수입이 들어오는 시스템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 크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임대가 잘되는 꼬마 아파트처럼 작지만 실속 있는 물건들에 정성을 쏟는다. 실패하지 않고 계속 즐겁게 경매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큰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작은 알토란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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