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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2. 2018

04. 부모님께 편지 쓰기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



당신이 부모님을 사랑하든 미워하든, 부모님과 함께 살든 멀리 떨어져 살든, 아니면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셨더라도 부모님과 당신의 관계는 오늘날의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았든 나빴든 간에 그 관계를 처리하지 않는 한 당신은 인생의 반려자를 찾을 때 부모님이 했던 대로 따라 하게 될 것이다.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누구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편지로 써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부모님께 편지 쓰기라니, 아마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만큼 어색하기도 하겠지만, 부모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편지 쓰기에는 다음과 같은 4단계가 있다.

1단계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 슬픔을 주었던 모든 것, 당신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쓴다.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해 마음에 품고 있던 점들을 모두 쏟아내고, 당신이 말할 수 없었거나 물어보기 두려웠던 것들에 대해 진실을 구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 편지는 그동안 당신이 부모에게 숨겨왔던 것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다 꺼내놓을 기회다. 1단계에서 적는 편지의 초안은 당신의 머릿속과 마음속 깊이 들어 있던 것, 애간장을 태우던 것 모두를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다.


2단계 초안에서 두서없이 마구 쏟아내고 나면 자기 이야기에 뭔가 어설픈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다. 2단계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모두 정리하는 단계다. 기자들이 하듯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이번 단계에서는 부모님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당신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번 단계는 당신의 숨겨진 진실을 발견할 기회다.


3단계 당신이 진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했다면, 친척들을 만나 조사 형식의 대화를 나누고 정리한다.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단편들을 연결하여 결론을 도출해낸다. 모든 이들의 관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자매나 형제, 숙모, 삼촌 등의 관점은 어땠는지도 알아낸다.

당신의 상위 자아와 내면의 기자가 힘을 합쳐 당신이 몰랐던 사실을 모두 찾아내는 단계가 여기다. 일단 단서를 찾아내고 나면 당신을 화나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일에 대해 공정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단계 초안이 아니라 진짜 편지를 쓴다. 이 단계는 설사 부모가 당신에게 안 좋은 일을 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당신 역시 마찬가지의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볼 수 있게 해준다. 당신이 모든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얼마나 용서에 인색하고 그와 동떨어진 생활을 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과정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구상이라 할 수 있다. 부모와 최대한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우리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다. 사랑과 솔직함을 담은 행동을 통해서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자기가 그동안 자신만의 기억에 얼마나 매몰돼 있었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자기가 저지른 범죄 현장에 남은 지문을 볼 수 없다. 부모님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자기가 어떤 이론을 세워놓고 살아왔는지 알 수 없다. 자신이 부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도록 부모를 안내할 수는 없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편지를 쓸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를 알려주겠다.

1. 무작정 들이대지 않기 
편지를 쓸 때는 처음에 편지 전체의 맥락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앞으로 나올 내용에 대한 예고편을 보여주는 셈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편지는 제가 그동안 부모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부모님을 탓했던 것들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하기 위한 거예요. 또한 특정한 일들에 대해 내가 느꼈던 점을 말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고, 자라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2. 치장하지 않기
고통의 감정을 피하려고 어떤 일을 왜곡하거나 겉치장하지 마라.

3.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기 
병 주고 약 주는 게 아닌지 조심하라. 이는 상대방을 칭찬했다가 바로 다음 순간에 깎아내리는 걸 말한다. 만약 칭찬을 한다면 자신이 진심으로 칭찬한다는 걸 분명하게 드러내라. 확실치 않다면 아예 적지 마라.

4. 뒤섞지 않기 
긍정적인 내용과 부정적인 내용을 서로 다른 부분에 적어라. 이렇게 해야 편지를 읽는 부모가 내용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5. 쑤셔 넣지 않기 
때로는 할 말이 많을 때가 있다. 그래도 사건마다 되돌아가서 살펴야 한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마라. 각각의 감정, 생각, 경험을 구분해서 적어라.

6. 거짓말하지 않기 
적는 내용에 모순이 있는지 항상 살펴라. 사실이 아닌 듯한 점이 있는가? 어린아이가 말하듯 들리는 부분이 있는가? 사실에 대한 오해가 있는지 밝혀낸다.

7. 배척하지 않기
편지에는 자신이 받은 상처만이 아니라 그 관계에서 자신이 했던 역할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하나의 진실에 대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만약 한쪽이 너무 거북하게 느낀다면 균형이 틀어졌다는 뜻이다.

8. 없는 얘기 지어내지 않기 
부모님의 인생 이야기에 대한 지식을 얻어라. 그 내용을 적어라. 부모님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내라. 당신이 부모님을 이해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님이 지금에 이르게 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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