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y 02. 2018

01. 같은 내용의 편지를 3년 동안 적은 남자.

<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택시운전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단순하게 교통사고 없이 택시미터기 수입을 많이 올리는 것이 잘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었다. 보다 높은 차원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 여기를 넘어서야 한계 너머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은가. ‘한계는 한 게 없는 사람들의 핑계’라는 말처럼 뭔가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과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한계는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아니다. 오히려 도전하고 싶은 열정으로 뭉쳐진 사람에게 한계는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고 심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내가 일하는 공간인 서울, 대한민국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 세계로 눈을 돌려보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MK택시’와 런던의 ‘블랙캡(BLACK CAB)’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들이 내가 하고 있는 택시운전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넘버원이라고 했다. 모두가 찬사를 보냈고 심지어는 존경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서비스 기업인 일본의 MK택시. 말도 안 되는 것을 그들은 해냈다. 어떻게 친절의 대명사인 항공사와 호텔을 누르고 택시회사가 최고의 서비스 기업에 선정되었단 말인가? 왜 우리나라의 택시는 그렇지 못한가? 다른 나라가 해냈으면 우리도 해낼 수 있고, 어떤 단체나 개인이 해냈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왜 배우려고 하지 않고 따라하지 않으려 하는가?


“우리 MK택시는 교육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특히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의 택시기사가 탄생합니다.”


창업주의 말 한마디로 구체적인 목적지가 정해졌다. 매월 오백 명씩, 해마다 육천 명이나 되는 한국인들이 MK택시를 견학가고 있었다. 우리나라 TV에서도 MK택시의 성공을 주제로 한 <교토 25시>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내 목표는 단순 견학이 아닌 일본인과 똑같은 입장에서 정식으로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외국인에게는 한 번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기에 전례 또한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나의 시도는 처음부터 무모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일단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그것이 아무 연고도 없는 일개 택시 기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계속 편지를 보냈다. 그들의 성공 요인도 궁금했지만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대한민국 택시기사 30만 명(지금은 줄어서 27만 2천 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택시기사는 약 3,000만 명이나 존재한다. 그중에서 나는 몇 등인지? 세계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위치에 서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것 같았다.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모르면 표류(漂流)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반드시 목적지뿐만이 아닌 출발지가 입력되어야 작동되는 ‘내비게이션’과 인생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꿈이 흐릿해 지거나 목표로 가는 지향점이 사라지는 순간을 종종 경험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어 포기하려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위치를 다시 확인하면 다시 목표가 선명하게 나타날 때가 있다. 한두 번에 꿈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없이 도전해 보고 좌절과 절망을 밥 먹듯이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문이 열린다.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이 있다. 양적으로 축적되면 질적으로 반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변화는 99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물이 단 1도 차이로 100도에서 폭발적으로 끓듯 우리가 원하는 변화도 지루한 반복 끝에 때가 되면 질적 반전이 일어난다. 이런 변화를 위해 내가 할 일은 거절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기본을 갖춰 제대로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것이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꿈꾸는 대로(大路)도 열리지 않는다. 수많은 졸작이 축적되면 모두가 꿈꾸는 대작도 나오지 않겠는가.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일은 마음을 가다듬고 제대로 처음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1. 12가지 갈등이 계속 반복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