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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2. 2018

05. 타인의 편지 엿보기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



관계를 성장시키는 편지 쓰기

부모는 물론이고 누군가에게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일은 나이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제다. 어쩌면 이제는 관계가 괜찮아져서, 또는 이 정도면 참을 만해서, 아니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 모두 과거지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이들은 부모님이 최선을 다했다고 믿기도 한다. 진심으로. 그런데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는 말은 진심으로 부모님을 용서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원래 뭔가 부족하니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뜻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진정으로 부모님을 용서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대화를 피하고 싶기 때문인가?

다시 부모와 지내던 시절로 돌아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은 새로운 상태로 넘어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식이다. 그 통과 의례를 거침으로써 당신과 부모님은 당신의 삶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부모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설명하고 받아들이고 용서하자는 것이다.


스테파니의 편지

스테파니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보자. 다음 내용은 스테파니의 편지를 요약한 것인데 지극히 불완전하고 정말 스테파니다운 편지라 할 수 있다. 요약했음에도 굉장히 길다. 하지만 여러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자기 엄마처럼 냉담하고 비판적인 그녀의 성격이 한눈에 보인다. 정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고백하는 내용으로, 이 편지에는 많은 고백과 사과가 담겨 있다. 이런 편지를 쓰는 과정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엄마에게

우리의 과거를 치유하기 위해 엄마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는 내가 내 행동, 내 두려움, 부족한 연민에 대한 책임을 느끼면서 앞으로는 엄마를 더 신경 쓰고, 더 사랑하고, 더 많이 알아가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에요. 오랫동안 엄마 주위에서 느꼈던, 그리고 내 몸에 지니고 있던, 그래서 엄마도 느꼈을 제 긴장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에요.

엄마는 늘 저와 좀 더 가까워지기를 원했지만 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미안해요. 이 편지는 제가 그 일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밝히고 그런 분위기를 더 일찍 만들어내지 못한 데 대해 사과드리는 공간이 되겠네요.

이제는 모든 걸 말씀드릴 시간이에요.

제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하면 할수록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되고 엄마의 사랑을 더 잘 알게 됐어요. 이제는 저도 제 사랑을 마음에 담아두고만 있지는 않으려고요. 예전에 엄마가 병원에서 쓰러지신 적이 있었죠. 제가 엄마를 부축하고 있었고 엄마는 일어날 기운은 없었지만 (제 생각에)의식은 온전한 상태로 제 눈을 바라보았어요. 정말 이대로 모든 게 끝나나 싶은 순간이었죠. 저도 엄마를 바라봤어요. 그때 엄마의 사랑과 엄마의 연약한 모습을 보았어요. 그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나는 엄마가 내 사랑을, 내가 그날 엄마에게 느낀 사랑을, 그리고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는 이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엄마와 성인 대 성인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완전하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열린 마음으로 시작해야겠죠. 이 편지에 내가 그동안 엄마를 멋대로 재단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드리려 해요. 그리고 고마웠던 일에 대해서도요.

이 편지에 쓴 어떤 내용도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려거나 엄마 탓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세요. 사실 이 편지는,그동안 냉담하게 굴고 친밀감을 회피하면서 그런 태도조차 오히려 엄마 탓으로 돌렸던 내 행동을 끝내기 위해 쓰고 있어요.

먼저 내가 품고 있던 비판적인 생각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와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 잘못이 커요. 그럼에도 저는 뒤로 물러서서 엄마 탓만 했어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제가 제 맘대로 판단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고백할게요.

아버지를 과소평가했던 것 제가 어렸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저는 엄마를 심판하는 태도로 바라봤어요. 엄마가 아버지를 과소평가했듯이 말이지요. 성인이 되어서 보니, 아버지도 잘못을 하셨다는 점, 저 또한 결혼 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네요. 하지만 평생 저는 뒤로 물러서서 엄마가 몰래 또는 공개적으로 아버지에게 눈을 흘기고 인상 쓰고 구박하고 중얼거리고 업신여기는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기만 했어요. 엄마는 아버지를 ‘멍청이’, ‘뚱보’라고 불렀어요. 아버지가 살을 빼려고 노력할 때도 지지와 응원을 보내기보다 도리어 그런 행동을 우습게 여기고 불평만 하셨죠. 당시에는 도저히 민망해서 못 봐주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최근에 와서야 나도 엄마와 똑같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살면서 내가 선택했던 남자들이 보이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버지가 엄마를 실망시켰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어요. 엄마가 아버지에게 그랬듯 나도 그 남자들에게 무능하고 비논리적이고 멍청하다는 소리를 머릿속으로 해댔죠. 엄마의 행동을 멋대로 판단하고 엄마의 행동 때문에 내가 피해자가 된 듯 여기며 살다 보니 나도 엄마와 같은 삶을 살게 됐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그리고 이제 그 문제에 대해 라이프 코칭을 받으면서 보니, 나 스스로 그런 문제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알게 됐고요.

결혼 생활을 유지했던 것 나는 엄마와 아버지가 이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멋대로 판단했어요. 두 분 모두 이웃에게 잘 보이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고 돈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 때문에, 즉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같이 산다고 생각했어요. 가족이 외출하면 사람들 앞에서는 정말 가깝고 잘 통하는 사이처럼 굴다가 우리끼리만 있게 되면 찬바람이 부는 것처럼 느껴진 적이 몇 번 있었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전혀 그렇게 행동하지 않다가 차에 타기만 하면 두 분 중 한 분이 아까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말했느냐고 소리를 치곤 했어요.

그런 소동이 다시 일어나는 건 생각도 하기 싫었어요. 제가 그런 싸움이 일어나는 데 원인을 제공한 게 있다면 미안해요. 내가 문제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그저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냉담하게 굴고 진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걸 배우면서, 나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더는 피해자인 척 굴지 않는 나를 새로이 만들었다고 엄마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친절하고 다정스럽게 대하지 않는 것 나는 엄마가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을 엄마 탓이라고 판단했어요. 엄마가 아버지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거나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엄마에게 죄를 뒤집어씌웠죠. 엄마에게 전혀 동정심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더 관심을 받으려 할 때마다 그런 엄마를 비난하기에 급급했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선택한 남자들이 내게 사랑을 주지 않더군요. 아버지가 엄마에게 냉담하게 대했던 것처럼요. 그래서 이 편지에서 그 사실을 고백하면서 이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해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엄마와 아버지, 엄마와 내 관계가 틀어진 모든 원인을 엄마 잘못으로 돌렸다는 거예요. 이제는 나도 똑같다는 걸 알아요. 내가 만족할 수 없는 남자를 선택해놓고 내 마음대로 판단하거나, 아니면 내게 만족하지 못하는 남자를 선택해놓고 그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일을 반복한다는 걸요.

더 많은 관심을 원했던 것 나는 더 많은 관심을 원하는 엄마를 안 좋게 봤어요. 이건 중요한 문제예요. 나는 엄마가 말하는 모든 것이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고 항상 차갑게 바라봤어요.

그러다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누구와 있든 어디에 있든 말이에요. 정말 웃긴 게 뭐냐면, 나는 직업조차 주목의 대상이 되는 일을 선택했다는 거죠. 엄마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관심을 원하고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걸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고 동정심도 느끼지 못했어요. 대신에 엄마를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 점에 대해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묻지도 않았어요.

미안해요. 그 때문에 우리가 나눈 대화나 함께 있던 시간이 온전하지 못했어요. 그냥 엄마가 원하는 자신의 방식대로 하세요. 이제 저는 그런 엄마를 사랑하려고 해요.

나와 더 친해지고 가까워지려 했던 것 나는 나와 더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엄마를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어요. 아주 예전에 내가 친밀함을 원하는 것처럼 행동한 적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엄마가 아버지에게 못되게 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엄마와 친해지고 가까워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아버지에게 못되게 구니까 나도 엄마에게 냉담하게 구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아버지에 대해 속상해하거나 불만을 터뜨릴 때도 엄마를 안아드리지 않았고요.

그리고 나 자신도 화를 잘 내고 불만 많은 거짓말쟁이였으면서도 엄마의 분노와 불만은 내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더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내가 친근함을 원하지 않았던 이유는 엄마와 거리를 두고 지내면서 내 분노를 엄마에게 향하는 것이, 그러면서 엄마에게 잘못을 돌리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에요. 엄마와 나의 공통점을 마주하기보다는 그게 더 쉬웠기 때문이에요. 또는 불신하기, 트집 잡기, 거리 두기에 익숙한 내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엄마를 탓하는 게 더 쉬웠기 때문이겠죠. 게다가 내 본심이나 감정을 찾아내기보다는 엄마가 좋은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어요.

남 얘기 하는 것 내가 엄마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었어요.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요. 엄마가 어떤 친구에 대해서 험담 비슷한 말을 늘어놓았는데, 5분 있다가 그 친구한테 전화가 오니까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너무 친절하게 통화를 했지요. 그런 엄마 모습이 너무 가식적이었고 내가 지금까지도 엄마를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예요. 하지만 그러면서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따라 했던 것 같아요.

내 인생에서 비밀을 갖는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뭔가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내가 때로는 가식적이었다는 걸 알아요. 엄마에 대해 멋대로 판단해서 미안해요. 엄마를 비판하면서 내 잘못은 보지 못했어요.

 내가 엄마에 대해서 비판하는 점이 또 있는데, 엄마가 돈을 관리하는 방식이에요. 나는 엄마 얘기를 듣고 우리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럼에도 나는 호화로운 여행과 캠프와 아이비리그 대학을 원했고 또 그 모두를 엄마로부터 얻어내 즐겼어요. 마음속으로는 여유가 없으면서도 호화스러운 환경을 즐긴다는 것에 대해 늘 갈등을 느끼면서도 그 부끄러운 마음을 털어놓기보다는 오히려 엄마를 탓하는 이유로 삼았어요.

머릿속으로는 엄마를 가식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더 가식적이었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게, 엄마가 힘들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엄마가 해주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거예요. 사치를 즐기면서 그 사치를 비판했던 거죠. 그러니까 내가 이중인격자였던 셈이에요. 엄마가 내게 모든 걸 해주는 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이제는 엄마에게 오래전에 사과했어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할게요.

좀 더 친절하게 굴지 못한 것 좀 더 친절하게 굴지 못한 것, 그리고 엄마의 말을 더 잘, 더 기꺼운 마음으로 듣지 않았던 것에 대해 사과드려요. 엄마가 생각하는 나는 최근까지도 기대만 많고 독설을 쏟아내는 딸이었겠죠. 미안해요. 엄마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던 부분 때문에 복수심으로 이상한 행동을 했어요. 엄마가 여전히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제가 아직도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감추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지만 앞으로는 더 성장한 모습으로 엄마와 사랑을 주고받겠다고 약속해요.

다른 사람에게는 주는 ‘나’를 엄마에겐 주지 않은 것 나는 속으로 엄마에게 정말 이해받고 싶었는데 엄마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미안해요. 엄마가 내게 조언을 해줄 때 엄마가 말하는 방식을 싫어한 것도 미안하게 생각해요. 나는 엄마에게 충고를 듣기보다 박수를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조언을 해줄 때면 늘 무례하게 굴었어요.

나는 엄마가 내 인생에 질투심을 느낀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고, 그 때문에 내 감정을 얘기하기보다 엄마와 거리를 두면서 거만하게 굴었어요. 그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해요.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해왔던 것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엄마가 아픈 언니를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당시에 내가 받은 느낌은 그랬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엄마가 나와 좀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실 때, 나는 엄마가 내게 필요한 공간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특히 내가 20대 때 엄마가 좀 더 가까이 지내자고, 전화 좀 자주 하라고, 더 자주 집에 오라고 계속 말할 때 엄마가 마음대로 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엄마가 한심할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멋대로 생각하면서, 이제 와서 우리 관계를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단정 지었어요. 그렇게 못되게 굴고, 냉담하게 비웃으며 말하고, 대들듯 행동해서 미안해요.

엄마를 믿지 못했던 것 엄마를 믿지 못할 사람으로 오해했어요. 그리고 믿지 못할 사람이니까 차갑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했죠. 엄마가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엄마가 내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 훨씬 이전부터도 아버지 때문에 불행해하고 속에 슬픔을 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난 느낄 수 있었어요.

핵심은 엄마가 어떻게 해도 내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고 사람들 앞에서만 잘하는 척했어요. 좋지 않은 일이 있는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내가 밖에서 엄마에게 다정하게 군 이유는 좋은 관계를 갖는 게 ‘좋아 보이기’ 때문이었어요. 내가 그렇게 엄마를 믿지 못했고, 사람들 앞에서는 잘하다가 둘이 있을 때면 못되게 굴었던 것에 대해 미안해요.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요. 이건 중요한 문제예요. 나는 이 부분을 고쳐가고 있어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냉담했고 사랑을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는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내 약점을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피하기만 했어요. 그러면서 그 사람들의 구차한 점, 약점, 안 좋은 점만 지적했어요. 진실 위에서만 친밀감이 존재할 수 있으니 이제는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하려고 해요.

나는 엄마한테만이 아니라 예전 남자 친구들에게도 그랬어요. 모든 사람을 상대로 비밀을 갖고 있었죠. 진심으로 가까워지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았어요.

이제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엄마와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엄마와 가까워지기를 원해요. 이제는 사랑을 가둬두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행동을 그만두려 해요.

진짜 내 모습, 약한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날 좀 도와달라고 엄마에게 한 번도 기대지 않았던 것이 미안해요. 나는 엄마보다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먹었어요.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엄마를 도와주면서 내게 뭔가 비밀스러운 이상한 힘 같은 게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내 내가 엄마보다 더 강해졌다는, 내가 우위를 점했다는 느낌 같은 거요. 이건 말하기가 좀 뭣하지만 사실이에요. 내가 병원에 간 건 내 진심이었고, 무의식적으로 엄마를 도와주고 만지고 치료를 도와주면서 과거의 모든 순간을 치유하려 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그리고 내가 일 때문에 자리를 뜨거나 병원에서 가끔 딴짓을 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려요. 그때는 정말 일이 너무나 많아서 정신이 없었거나 엄마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그랬던 거예요.

이 모든 점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요. 이제 나는 내 마음을 나누고, 비판하는 마음을 놓아버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장점과 능력, 경험, 행동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기에 있어요.

그동안 엄마와 거리를 두고 엄마를 알아가는 데 거부감을 느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요. 내가 엄마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렇게 나를 키워준 데 대한 고마움을 당연히 표현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때로 엄마가 어떤 말을 할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해서 미안해요. 엄마가 나를 안아주려고 하는데 못 하게 해서, 나를 먹여주려고 하는데 못 하게 해서,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아서 미안해요. 엄마가 내게 주는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서 단지 엄마의 방식에 대해서만 비판해서 미안해요. 이제 엄마와 함께 성인이 되고, 진심을 표현하고, 모든 것을 물어보고, 엄마 곁에 있을 준비가 됐어요.

엄마,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요. 내게 멋진 인생을 선사해줘서, 엄마가 일하고 노력하고 울고 잘 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줘서.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를 자랑하고 나와 함께하고 용서해줘서 고마워요. 나를 알아주고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내가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점을 늘 깨우쳐줘서 고마워요.

엄마를 사랑하는 딸




다음은 스테파니가 어머니에게 편지를 읽어주면서 얻은 새로운 경험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엄마에게 편지를 읽어주면서. 마치 어린 시절에 차에 탄 채로 세차기계를 통과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의 온 세계가 깨끗하게 청소됐다. 용서와 사과의 한계, 마지막 먼지 한 톨, 오랫동안 담고 있던 유치한 원한들이 모두 씻겨 사라졌다.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말했는지 고백할 때 엄마 얼굴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걸 보는 건 잊을 수 없는 영광이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에게 편지를 쓰고 읽어준 이후에 스테파니는 커다란 변화를 이뤘다. 30년 이상을 함께하던 내면의 속삭임과 결별하고, 진정한 사랑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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