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y 04. 2018

03. 승객들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택시

<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특별한 택시 승객을 모실 때를 대비해 레드카펫을 준비했다. 또 승객이 택시에 오를 때는 문도 열어주고 닫아준다. 이를 보고 주위에서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문을 열고 닫는 연습도 수천 번이나 했다. 왜냐하면 고객의 불편 없이 부드럽게, 한 번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택시 문의 연결고리에 윤활제(구리스)를 수시로 발라 부드럽게 만들었다. 또한 뒷문 상석의 반대편인 운전석 쪽 유리 창문만 5cm 정도 열어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모두 나에게 넘치면 모자란 것과 다름없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인정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눈치 보고 중간만 가려하다 중간도 못 갔던 경험이 있다. 나는 내 택시운전의 깊이에 있어서는 예리하게 벼리고 싶었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을 정도로 잘게 썰어서 택시운전의 원자, 원소, 분자까지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프로가 되고 싶었다. 프로는 전문가이고, 전문가는 남이 보지 못하는 디테일을 갖춘 사람이라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사회구조가 만들어 내지만 사회구조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은 인간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랴. 사회만 탓한들 내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나만 탓한들 하루아침에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사회를 바꿀 희망의 연대를 만들어 나갈 때 나도 사회도 바뀐다. 그래서 나는 뜻을 같이할 사람을 만나 함께 세상을 바꿀 연대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비전택시대학을 시도하려는 이유다. 그래서 나는 과유불급 대신에 ‘미쳐야 미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내 직업에 있어서 한 번은 제대로 미치고 싶었다. 남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했을 때, 내가 만족하다고 느꼈을 때조차도 부족하다 여기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다. 그곳엔 분명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오래전부터 ‘미친놈’ 소리를 많이 들었다. 더 미치고 싶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세상은 한 분야에 미친 사람이 바꿔 나간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칠 때, 몰입하고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사람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경지에 이를 수 없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충대충 해서 위업을 달성한 사람은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불굴의 의지를 갖고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은 옆에서 봐도 너무 멋진 사람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일에 미친 사람이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람, 자기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세상 어디에도 내 맘에 쏙 드는 직장 낙원은 없다. 있는 그 자리에서 온몸을 던져 보자. 거기서 배운 경험은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다. 마지막 불꽃을 살려서 1년 정도 일하면 아마도 모든 문제들이 눈 녹듯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그때 이직이나 전직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같은 상태로 일한다면 다음 직장도 현 직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메뚜기의 사고방식으로 다른 풀밭으로 뛰어 봤자 메뚜기는 메뚜기일 뿐이다.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 보자. 나는 과연 내 일에 미치도록 몰입해 본 적이 언제인지. 물론 몰입을 방해하는 수많은 환경적 요소가 많을 것이다. 동료가 경쟁의식을 느끼며 나를 왕따시킬 수도 있다. 월급이 적어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복리후생제도가 타사에 비해 현격하게 마음에 들지 않아 사기를 북돋우지 못하기도 한다. 수많은 핑계거리가 산재한다. 문제의 원인이 주로 밖에 있고 잘못의 진원지도 밖에서 찾는다. 이런 경우 내 삶은 변할 가능성이 없다. 불평불만과 자괴감만 늘어날 뿐이다. 내 삶에서 위대한 성취는 아니더라도 작은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평가기준으로 판단하는 성과라는 결과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미치도록 자신을 던져보는 것이다. 그래도 되지 않는다면 내가 갈 길이 아니다. 내가 가야 될 길인지 아닌지는 머리가 알 수 없다. 몸이 반응할 뿐이다. 몰입과 열정, 우리 모두가 사랑해야 할 단어다. 그것이 내 삶을 바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00. <나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기로 했다> 연재 예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