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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8. 2018

04. 국내 최초 택시대학을 만들다.

<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맥도널드 햄버거대학이 시드니, 뮌헨, 런던, 홍콩, 상파울루, 도쿄, 시카고 등 7개 지역에 설립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경기도 이천에 치킨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대학들이 정식으로 인가를 받고 학위를 수여받을 수 있느냐를 떠나 나에게는 뒤늦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햄버거와 치킨이 나를 각성하는 촉매가 된 것이다.

항공대학, 해양대학, 철도대학에서 이름이 바뀐 한국교통대학교는 누구나 이미 존재를 알고 있었고 필요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전문성을 살리는 특이한 대학이다.

‘파일럿, 항해사, 기관사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같은 운수종사자인 택시기사에게 필요한 택시대학은 왜 없단 말인가’

다른 대학은 다 있는데 왜 택시대학은 없을까? 물론 아무나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택시기사를 하는데 무슨 대학이 필요하냐는 비아냥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세상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졌다. 택시기사라면 반드시 해야 될 당위적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뒤늦게 생각한 것이 부끄러웠다. 택시기사는 기계를 조작하는 기능공이 아니다. 승객을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면서 최상의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맨이다. 나아가 신이 만든 창조물 중에서 가장 오묘한 인간을 직접 상대해야 하니까 더욱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부실한 대학도 퇴출되는 마당에 택시기사가 어떻게 대학을 만들 것인가? 복잡한 인가절차와 넓은 캠퍼스, 멋진 건물과 우수한 커리큘럼과 교수진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달력만 쳐다보고 있던 중에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대학의 본질과 사명에 충실할 수 있다면 천막을 치고 시작해도 되고 부족한 것은 서서히 채워가면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꼭 정부 의 인가를 받아 학위를 주는 공식적인 교육기관일 필요도 없었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왔다. 대학의 명칭은 ‘비전택시대학’으로 정했다. 대학을 수료하고 일정 조건을 갖추면 차량 외부에 ‘V’자 마크를 붙여줄 예정이었다. 비전택시는 일본의 MK택시나 영국의 블랙캡을 능가하는 명품택시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중요한 걸림돌이 있었다. 택시대학 운영을 위해서는 택시운전과 외부 강연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었다. 가족들이 받을 고통과 피해가 상당했다. 

“여보, 미안해. 택시대학을 운영하는 동안은 생활비를 못줄 것 같아. 빚도 조금 내야 될 것 같고.”

택시대학은 학비를 받지 않을 것이고, 외부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밑 빠진 독에 거금을 쏟아 부어야 하고 오래 유지하고 운영할수록 빚은 늘어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경제적으로 다시 파산을 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어떤 가족이 그 일에 찬성할 것인가.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멋져요. 최대한 절약하고 아껴쓸게요.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요? 저도 일하는 시간을 늘려볼게요.”

아내의 이해와 도움이 없었다면 택시대학은 세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왜 택시대학은 없단 말인가’라는 당위적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택시대학을 만들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모든 질문에는 답이 반드시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밤에만 꾼다. 그런데 주변에 꿈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낮에 꿈을 꾼다. 꿈을 한밤중의 꿈속에서 만나지 않고 자신이 꾼 꿈을 분명하게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몸으로 실천에 옮긴다.

‘꿈만 꾸는 사람은 꿈을 머리로 꾸지만 진짜 꿈을 실현하는 사람은 꿈을 몸으로 꾼다.’ <유영만의 청춘경영>에 나오는 글이다. 머리로 꾸는 꿈은 다른 사람의 꿈일 경우가 많다. 남의 꿈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수준이다. 진짜 꿈이 실현되려면 온몸을 던져 꿈을 이루기 위한 실천을 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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