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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8. 2018

01. 시간을 고용하라.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수전 케인(Susan Cain)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 목록에 무려 4년이 넘게 이름을 올린 책이 있다. 《콰이어트(Quiet)》다. 40개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을 쓴 수전 케인(Susan Cain)은 콰이어트 레볼루션(Quiet Revolution)의 공동 설립자이자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쌓았다.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그녀를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로 선정했다. 그녀의 TED 강연은 1,7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빌 게이츠(Bill Gates)가 가장 좋아하는 강연으로 꼽기도 했다.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
  
수전 케인은 잘나가던 대기업 사내변호사였다. 법과대학과 연방법원,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며 그녀는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 쏟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전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던 파트너(임원) 승진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고 만다.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상사 앞에서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앞으로 절대 임원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승진이 한동안 지연된다는 뜻인지는 잘 몰랐다. 다만 그녀는 약 10년 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즉각 휴직 신청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전은 그날 오후 멍한 상태로 회사를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를 타고 뉴욕 센트럴파크를 돌고 또 돌았다. 여행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동시에 한동안 꼼짝 않고 벽만 바라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일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영화처럼 일어나는 바람에 무슨 생각이 들어도 믿기가 힘들었다. 문득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이 변호사 일을 해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러자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는 생각 또한 그녀를 찾아왔다.
  
수전은 자전거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부터 그녀는 곧장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튿날에는 뉴욕대학교의 논픽션 글쓰기 강좌에 등록했다. 일주일 후 첫 수업에 참석한 그녀는 자신이 ‘길’을 찾았음을 깨달았다.
  
수전은 말했다.
“오래전부터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기 때문도 아니고, 승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날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뉴욕을 쏘다녔기 때문에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을 발견하려면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날 내가 임원 승진에 성공했다면, 나는 지금도 하루 16시간씩 법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삶을 임원이 됐다는 이유로 기꺼이 감수하며 살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 원하는 삶이 아니라 ‘감수하는 삶’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그저 감수나 하면서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다면 바깥으로 나올 시간과 공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바깥에 대해 숙고할 시간과 공간이 생기기 전에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탁월한 결과를 얻는 지혜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주어진 환경이 좀 더 나았더라면….’

시간만 좀 더 있었더라도, 뒷받침만 넉넉했더라도 우리는 더 나은 결과와 성과를 분명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수전은 이처럼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반문한다.
  
‘그렇다면 왜 더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는가?’
  
그녀는 첫 책 《콰이어트》를 쓰는 데 7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데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요구될지는 그녀도 몰랐다. 아울러 수전 또한 우리처럼 생계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형편이 아니었다. 먹고사느라 바쁜 와중에 《콰이어트》의 초고를 출판사에 보내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며칠 후 해당 출판사 편집자에게서 글이 너무 형편없다는 답신이 왔다. 하지만 그 편집자의 메일 한 통이 그녀의 생각 모두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수전은 말했다.
“메일의 맨 마지막 한 줄이 나를 흔들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제대로 써보기 바랍니다.’”
  
시. 간. 을. 들. 여. 제. 대. 로. 써. 라.
  
수전은 편집자에게 답신을 보냈다.
‘정말 제대로 써서 보내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제 글을 다시 봐주실 건가요?’
  
편집자는 흔쾌히 그러겠노라 말했다. 수전은 편집자가 시간을 줬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한 번도 책을 펴낸 적 없는 햇병아리 작가에게 얼마든지 기다려주겠다는 편집자가 생겼으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로부터 5년 후 글로벌 베스트셀러 《콰이어트》가 마침내 베일을 벗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수전은 말했다.
“글을 잘 쓰는 데는 재능과 작문 기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 있다면, 누구나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생각과 철학을 글에 풀어놓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시간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코치이자 편집자다.”
  
수전의 이 말은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반문하도록 이끈다.
‘나는 결과에 상관없이 시간을 투자한 적 있는가?’
  
  
인생은 수입과 지출로 나뉜다.
  
작가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까?
  
수전은 슬픈 느낌의 단조 음악을 꼽았다. 기분이 고양되면서 초월적인 느낌이 들지만 아주 슬프지는 않은 음악. 그런 음악은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전달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의 〈페이머스 블루 레인코트(Famous Blue Raincoat)〉를 강력 추천한다.글쓰기에 분명 도움을 얻을 것이다. 또 다른 그의 노래 〈할렐루야(Hallelujah)〉도 훌륭하다. 사실 그의 노래는 아무거나 들어도 모두 좋다. 이단 라헬(Idan Raichel)의 〈히나크 야파(Hinach Yafah: 당신은 아름다워요)〉도 틀어놓으면 영감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갈망하는, 아름다운 그리움에 관한 노래다. 마드르데우스(Madredeus)나 세자리아 에보라(Cesária Évora)의 음악을 들어보라. 뭔가 당신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수전은 완벽함을 향한 충동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가장 창의적인 작품이 완성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와 완전히 반대다. 가능한 한 편안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일상의 규칙과 습관을 정비하고, 그것이 창조적인 작업을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앞에서 소개한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그녀의 조언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다. 창의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전은 인생을 크게 ‘수입’과 ‘지출’의 시기로 나눈다.
  
“내겐 월스트리트에서 하루 24시간 일에 매달려 있던 때가 수입의 시기다. 전업 작가가 된 지금도 종종 나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승진에서 탈락했던 그 시기가 시간 낭비는 아니었는지 자문한다. 결론은 매번 ‘아니다’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지출의 시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기댈 수 있는 ‘재정적 쿠션’을 만드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모든 것이 불안해진다. 나는 월스트리트에서 열심히 돈을 벌면서 수많은 흥미로운 인간상들을 만났고, 이는 현재 내 글쓰기의 좋은 재료가 되어주고 있다. 치열한 협상과 음모, 협잡이 난무했던 월스트리트야말로 인간 심리를 탐구하는 데 가장 적격인 곳이었다. 젊은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하나다. 수입이 있어야 창조적인 삶을 꿈꾸고 시도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나처럼 글 쓰는 삶을 살기 위해 10년을 돈 버는 데 쏟으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삶의 대부분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알려주고자 한다. 지출을 하려면 수입이 있어야 한다. 돈은, 아끼면 되고, 없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삶과 일의 밸런스 맞추기에 애를 먹고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다. 여기에 수전의 조언은 매우 유용하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최선을 다해 돈을 벌고 인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배운다는 태도를 갖는다면 한결 수입의 시기를 견디기가 쉬워질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수입도 아니도 지출도 아닌 삶을 계속 사는 것이다.
  
인생을 명료하게 나누고, 그에 따른 계획들을 세워보라. 일정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수전이 그러했던 것처럼 시간에게 맡겨라.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더 나은 삶, 더 창의적인 결과를 선물하는 지혜로운 코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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