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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1. 2018

05. 내가 중국어 통번역사가 되다니! (마지막 회)

<1년 만에 중국어 통역사가 된 비법>



대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3학년 2학기 때 진로를 고민했다. 1학년 때 은사인 루 선생님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학에 소질이 있으니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면 좋겠다며 대학원을 추천했다. 나도 중국어를 시작한 김에 더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무턱대고 정보를 찾았다. 네이버에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가는 대학원’이라고 검색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이 나왔다.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학교라는 설명이 보였다. 여기라면 자부심을 갖고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열정에 불타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어를 제일 잘하겠다는 포부를 되새겼다. 3학년 겨울 방학 한국에 돌아왔다.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 을지로 입구에 위치한 코리아 헤럴드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강현주 선생님이 가르치는 실전 입시반에서 공부했다. 첫 주는 통번역 수업이 적응되지 않아 어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쌓아둔 중국어 실력으로 충분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한국어 개선이 필요했다. 

여기서는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어느 정도 공부를 했는지, 높은 수준의 외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싶다. 내 사례가 모든 상황에 통용되지 않겠지만 참고가 되면 좋겠다. 

입시 준비를 시작하고 1~2월은 학원에서 통번역에 대한 흐름을 파악했다. 3~7월은 4학년 2학기를 마치기 위해 중국에 돌아가서 온라인으로 녹화된 수업을 들었다. 졸업 후 귀국해 7~10월까지 다시 오프라인 수업을 수강했다. 대략 10개월 정도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했다. 매일 10시간 넘게 공부했다. 보통 오전 7시 30분~8시 사이에 일어나 저녁 11~12시에 잠이 들었다. 중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는 주로 기숙사에서 공부했다.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했다. 오후 4~6시에는 통번역 대학원 입시 실전반을 온라인으로 청강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학교 복사집에 가서 수업 자료를 출력해 왔다. 매일 A4 용지로 10장 가까이 되었다. 오후 6~7시는 저녁 식사를 했다. 1가지 메뉴만 3~4개월을 먹었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식단을 단순화했다. 식사하며 CCTV와 중국 시사 프로그램을 보았다. 혼자 밥을 먹을 때는 항상 중 국 영상을 틀어놓고 먹었다. 시험에 맞춰서 외교, 국외 정치, 사회 이슈 등을 다룬 프로그램을 의식적으로 보았다. 

오후 7~9시에는 온라인 강의를 다시 들었는데, 9시쯤이면 모든 수업 자료를 1회 공부할 수 있었다. 1번으론 전체를 이해할 수 없기에 자기 전에 복습하거나 다음 날 아침에 간단히 훑어보았다. 오후 9~10시에는 운동을 했다. 저녁 10~11시 30분까지는 수업 자료를 다시 훑어봤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환구(环球)> 등 외교 정치 잡지를 보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7월에 귀국하여 학원에서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최종 시험이 다가오자 운동 시간을 20분 정도로 줄이고 모든 시간을 공부에 할애했다. 그렇게 학원에서 선생님이 주는 자료를 전부 소화했고, 선생님 앞에서 통역을 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강점을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었다. 

입시 준비도 중요하지만, 회화 실력도 유지하고 싶었다. 회화는 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모든 수업 자료를 5회 정도 큰소리로 낭독했다. 모든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낭독은 사실 시험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부 방법이었고 마지막까지 이런 방식을 고수했다. 각자에게 맞는 리듬과 공부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한국어와 작문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작문은 2달 전부터 하루 1편씩 작성했다. 우선 그해 이슈를 총 60개 정도 뽑아 하루 1편씩 작성해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작문하는 과정에서 중국어와 한국어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했다. 단순히 통역뿐만 아니라 글쓰기 능력도 더불어 향상됐다. 

통번역이 매력적인 이유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아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4년간 중국에서 치열하게 공부했지만 깊숙하게는 몰랐다.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중국이란 사회를 더 깊게 공부하게 되었다. 항상 시간을 쪼개 신문, 잡지, 독서, 중국 뉴스 등을 추가로 공부했다. 한국에 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외교 프로그램을 켜놓고 들었다. 

고대하던 시험이 다가왔다. 오래 준비했지만 여전히 떨렸다. 당일 새벽 5시에 기상해 1시간 30분 정도 몸을 풀었다. 이때는 새로운 문장이 아니라 몇 번 풀어서 가장 익숙한 문제로 준비를 했다.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다. 외우다시피 한 문제라 바로 요약해냈다. 

시험은 한중 · 중중 · 중한 요약, 중국어 · 한국어 에세이로 이뤄졌다. 한중 요약이란 한국어 텍스트를 듣고 중국어로 요약해서 쓰는 것을 말한다. 나는 그해 나온 대부분 이슈를 공부해둔 덕분에 잘 볼 수 있었다. 독서량이 받쳐줬기 때문에 잘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중 시험은 프랑스 자동차 푸조에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 중한 시험은 중국이 일본 상품을 불매 운동한 사건에 대해서 나왔다. 중중은 “중국에는 왜 스티븐 잡스가 나올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내용이 나왔다. 중국어 에세이는 다문화 가정 차별에 대한 문제가 나왔다. 주제는 평이했다. 한국어 에세이는 문화 주권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런 주제는 자율성이 크다. 해석의 여지가 커서 주제를 좁혀 작성했던 기억난다. 

2차 시험은 구두시험과 면접이라 예상 문제를 가득 준비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시험을 준비했다. 내 차례가 오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큰 소리로 인사하며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A4 용지 1장이 있었다. 뒤집어서 시역을 하라고 시켰다. 시역이란 한국어 문장을 보고 중국어로 말하기, 중국어 문장을 보고 한국어로 말하기를 뜻한다. 중국어 문장 수준은 평소 학원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한국에서 커피 붐이 일고 단순한 음료에서 문화가 되었다는 평 이한 내용이었다. 다음은 묻지마 범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 국어로 말해보라고 했다. 이것도 당시 자주 다루던 문제로 1분 정도 무난하게 발표했다. 질문이 끝나고 통역사가 갖춰야 할 자질과 중국 어를 공부한 시간에 대해 물어왔다. 2차 시험을 모두 마치고시험장을 나오며 합격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10개월 만에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던 이유는 치열한 유학 생활과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아서이다. 나는 중국어를 높은 수준으로 구사하겠다는 열망이 있었고 바로 뛰어들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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