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마법 같은 단어를 갖고 있다. ‘쉽게!’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는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 촬영감독, 편집자, 뮤지션이다. 기존의 장르를 뒤엎는 새로운 케이블 방송 채널 엘 레이 네트워크(El Rey Network)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다. 그 네트워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형식의 프로그램 〈디렉터스 체어(The Director’s Chair)〉를 진행하고 있다.
로버트는 텍사스 대학교 재학 시절, 약품연구소의 임상실험에 참여하면서 첫 장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임상 실험에 참여해 받은 돈으로 만든 영화 〈엘 마리아치〉가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메이저 영화사를 통해 개봉된 역대 최저예산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후에도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스파이 키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씬 시티〉 〈마셰티〉 등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다수의 성공작을 내놓았다.
프리맥 원리를 활용하라.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집중하는 방법을 마침내 찾아냈기 때문이다.
별로 열정이 느껴지지 않지만 중요한 과제를 수행할 때는 그보다 훨씬 재미있고 자극적인 일이 머릿속에 떠올라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일에는 아니지만 다른 일을 할 때 필요한 영감이 섬광처럼 스쳐갈 때가 많다. 그토록 원했던 답이 원했을 때는 잘 안 떠오르고 전혀 뜬금없을 때 ‘짠!’ 하고 순간적으로 나타날 때가 많지 않은가?
로버트는 그래서 우리에게 노트를 준비하라고 주문한다.
편안한 장소에 앉아 노트 두 권을 옆에 놓아둔다. 노트 한 권에는 덜 선호하는 중요 과제 2~3가지를 적고 맨 위에 ‘과제’라고 쓴다. 그리고 두 번째 노트에는 ‘방해물’이라고 제목을 적는다. 그리고 휴대폰 타이머를 20분으로 맞춰놓는다. 20분 동안 덜 선호하는 중요 과제를 실행한다. 옆길로 새면 안 된다. 그러면 20분 동안 방해물이 튀어나올 것이다. 그런 생각과 유혹은 떠오르자마자 빨리 해치우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만든다. 노랫가락일 수도 있고, 그림이 떠오를 수도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하!’ 하는 깨달음일 수도 있고, 당신이 어젯밤 찾아 헤맸던 답일 수도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뇌가 어떤 특정한 과제에 착수할 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구 발사된다. 물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쓰잘 데 없는 생각도 불꽃처럼 튀어 오른다.
그럴 때는 미사일처럼 떠오르는 생각들을 ‘방해물’ 노트에 적고 난 다음 곧바로 덜 선호하는 중요 과제로 돌아간다. 기록을 통해 잠시 미뤄두는 것이다. 아무리 기발한 생각이라도 중요한 과제를 하는 동안은 방해물이기 때문이다. 20분이 지난 후 방해물 노트를 펼쳐 다시 살펴보면, 기발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들이 쓰잘 데 없고, 쓰잘 데 없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들이 새삼 다시 보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어쨌든이 같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0분을 더해 총 30분을 타이머로 맞춰놓는다. 하지만 30분이 한계치다. 자주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뇌가 반란을 일으킨다. 최대 30분까지 작업을 하고 난 후에는 10~15분간의 ‘보상 휴식’을 실시한다.
30분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다. 방해물 노트를 보면서(이때쯤이면 몇 가지가 적혀 있을 것이다) 10~15분 동안 그 중 한 가지만 골라서 한다. 이때도 타이머를 맞춰놓는다.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는 일을 택한다. 중요 과제로 돌아가야 하니까. 방해물을 한 번에 끝내지 않아도 된다. 10~15분 안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 보상 휴식 시간에 이어서 한다. 다시 20분 동안 타이머를 맞춰놓고 중요 과제로 돌아간다.
모든 일은 과제와 방해물로 나뉜다. 이를 효율적으로 다루면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로버트는 말한다.
“프리맥 원리(premack principle)를 아는가? 이는 선호하는 일이 덜 선호하는 일을 강화시킬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덜 선호하는 일을 한 다음 선호하는 일을 하게끔 하면 덜 선호하는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 방해물 노트를 작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트로 작성하지 않으면 우리는 작업과 방해물이 엉켜 있는 채로 뭐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매일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
쉽고 유쾌하게!
‘쉽게!’
이는 로버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그는 케이블 방송 채널을 설립한 후 이 단어를 하나의 슬로건으로 만들어냈다. 끊임없이 콘텐츠를 채워 넣어야 하는 24시간 TV 채널을 운영하려면 모두가 엄청난 압박을 감당해야 한다. 다른 방송국에서는 몇 년이 걸릴 일을 엘 레이 네트워크는 몇 달 안에 해치워야 했다. 그래야만 견고한 기존 방송국의 진입장벽을 허물 수가 있다.
그는 말한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마다 저가항공을 타고 우주정거장까지 가장 빠르게 도착하라는 지시를 받기로 한 듯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지고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그는 모든 과제 목록의 끄트머리에 ‘쉽게(FACIL)!’라는 스페인어를 적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웃으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스페인어 facile은 ‘쉽게’라는 뜻이지만 ‘별 것 아니야!’라는 유쾌한 뉘앙스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자꾸 쉽게,라는 단어를 쓰는 거야?’ ‘뭐가 쉽다는 거야?’라고 의아해하면서도, 이 단어를 듣고 보는 순간 편안함을 느꼈다. 리더가 두려움이 없는 모습인데, 당연히 그들도 두려움이 없을 수밖에.
‘쉽게!’는 모두에게 큰 힘을 주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이것, 이것, 이것, 이것, 이것, 이것을 해야 되고 거기에 저것과 저것도 해야 합니다. 쉽게!’
다들 처음에는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지만 문장의 맨 끝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실제로 해낸다! 촉박한 상황 속에서 어떤 과제나 프로그램, 기획을 무사히 끝마치면 로버트는 곧바로 직원들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축하한다.
“잘했어요! 거봐요, 쉬웠죠?”
물론 ‘쉽게!’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로버트도 잘 몰랐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에는 스트레스나 압박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는 있다. ‘쉽게!’는 이걸 꺼내는 마법이다.
로버트는 말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것이다. 하루가 24시간인 건 팩트다. 하지만 이 같은 팩트가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낸다.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음에도 우리는 두려움, 공포, 능력 부족, 시간 부족 등을 습관적으로 맨 앞에 배치한다.”
로버트의 말에 따르면, 불가능한 도전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하나의 단어를 갖는 것이 성공의 첫 걸음이다. 그 단어가 있으면 무슨 일이든 비교적 쉽고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태도에 달려 있다.
‘쉽게!’는 로버트의 상징이 되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메일을 받았는데, 맨 마지막에 ‘쉽게!’라는 단어가 붙어 있기도 했다. 즉 그의 ‘쉽게!’가 많은 사람들의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쉽게!’가 유용한 도움을 주기를 로버트는 바란다.
“꾸준히 방해물 목록을 만들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언젠가 회의에 늦어서 2분 안으로 사무실을 뛰쳐나가야 할 때가 있었다. 2분 내에 식사도 마저 해야 했고, 화장실에도 가야 했다. 선택이 필요했다. 먹을 것인가, 화장실에 갈 것인가? 내 선택은 둘 다였다. 나는 변기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사실 모든 할 일이 한꺼번에 닥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 일들이 다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건들을 이동시켜준다. 저절로 말이다! 내일 세 건의 약속이 동시에 잡혀 있는가? 누군가가 취소하거나 미루거나 갑자기 필요 없는 약속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의 목록을 만들고 방해물 목록을 만들어 이를 적절하게 배치하면 ‘너무 바빠서…’ 대신에 ‘쉽게!’로 삶의 초점이 옮겨갈 것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과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해주겠다. 그것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노트 두 권을 펼쳐놓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지워나가라. 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