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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8. 2016

04. 무기력의 비밀

<삼삼한 책수다>

북큐레이션 : KBS 오수진 캐스터


                                                                                                     

“나 안 한다고요. 안 해!” 
“지겹고 지쳤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선생님, 애가 이래서 마음 편히 잔 날이 없어요.”
“남들 다 하는데, 너는 도대체 왜 못 하겠다는 거야?”
   
<삼삼한 책수다>로 여러분을 만나는 오수진입니다. 3분 33초 동안 오늘 여러분과 나눌 책수다의 주인공은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기력하고 회피하고 거부하는 그런 아이들입니다. 사실 어른인 우리도 어떤 일은 회피하고 싶고 거부하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할 때도 있죠. 하지만, 모든 일에 호기심 가득하고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야 할 아이들이 무기력하고 회피한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기력의 비밀>을 지은 서남의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그 원인을 아이가 아닌 어른에서 찾아야 한다고 진단합니다. 김 교수는 오랜 기간 학교 폭력, 가출, 왕따나 인터넷 중독과 같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두고 예방과 치유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가 만나는 사람이 무기력한 저 아이들이고 그 부모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표현하지는 않지만, 모두 저런 상태인지 모릅니다.
     
생기로 넘쳐야 할 나이에 무기력하게 지내는 아이들, 집에 가도 틈만 나면 자거나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온종일 게임에 빠져 지내는 아이들, 예능 프로그램만 반복해 보며 깔깔거리는 아이들.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한심하게 여기며 그걸 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입만 열면 내뱉는 “아무 생각 없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만 좀 해. 포기했어.”와 같은 말을 들으면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김현수 교수는 아이들의 무기력 원인을 어른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만든 승자와 패자의 이분법적 사회 구조, 획일적인 평가, 끝없는 서열화가 그것이지요. 이런 시스템에서 대부분이 무력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불행해지는 것이지요. 중학교 수학을 풀어야만 하는 초등학생, 여행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보내는 사춘기, 숨 쉴 틈도 없이 돌아가는 학교. 이것이 정상은 아니지요.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은 어떤가요? 혹시 아이는 사라지고 없는 강박적이며 독점적인 애정은 아닌가요? 다르게 해서 인정받고 싶은 아이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칭찬하지는 않았나요? 아이의 숙제를 대신해주며 아이가 잘한다고 착각하지는 않았나요? 한심한 녀석이라고 말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로 만들지는 않았나요? 못하는 아이가 되기 싫어서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강요한 것은 누구인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설까요? 어른의 생각에 거꾸로 접근하세요. 집에서 편히 쉬게 해주고, 학교에 잘 다니는 것을 칭찬하며, 무엇보다 잔소리를 멈추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말합니다. “좀 편해졌어요.” “그냥 견딜만해요.”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집에 오는 것을 환영하세요. 자신이 필요한 자리라고 느낍니다. 사소한 일에도 참여시키세요.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아이가 필요하다는 의미겠지요. 그리고 존중해주세요. 부모와 선생님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느끼게 함으로써 자신을 싫어하고 증오하게 하고, 고통 속에서 무기력해진 아이를 이번에는 게으르다고 혼내면서 이 또한 사랑이라고 한다.” 김현수 교수의 진단을 다시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본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큐레이션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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