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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8. 2018

09. 우아한 거절의 기술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이런 멋진 기회를 거절한 내 엉덩이를
힘껏 차주고 싶은 기분이 들 거예요.

웬디 맥노튼(Wendy MacNaughton)


웬디 맥노튼(Wendy MacNaughton)은 〈뉴욕 타임스〉 최고의 삽화가 겸 그래픽 저널리스트다. 그녀의 삽화가 담긴 베스트셀러는 수없이 많다. 작가와 편집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캘리포니아 선데이 매거진(California Sunday Magazine)〉에 아름답고 통찰 깊은 칼럼을 쓰고, 뛰어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커뮤니티 ‘위민 후 드로(Women Who Draw)’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팀 페리스의 주석: 아름다운 독자 모두가 알아차렸겠지만(아름다울 뿐 아니라 똑똑하기도 하니까), 나는 이 책을 통해 ‘멋지게 거절하는 법’에 대해 여러분에게 지혜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만나는 거의 모든 멘토에게 우아하고 세련된 거절의 기술에 대한 경험을 부탁했다. 그러던 중 웬디에게도 연락을 취해 이 책에 참여해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자 그녀는 오랜 생각 끝에 ‘거절’의 답신을 보내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웬디의 메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는 다시 ‘이 사려 깊고 완벽한 거절 메일의 내용을 책에 실어도 괜찮을지?’ 부탁했다. 이번에는 천하의 웬디도 거절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동의를 얻어 그녀가 이 책에 참여하는 걸 거절하기 위해 보낸 답신 내용을 소개한다. 누군가의 부탁을 정중하고 위트 있게 거절할 수 있는 지혜를 이 안에서 찾아내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팀.

메일을 받고 계속 고민했는데,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그걸 홍보하고, 개인적인 여행이나 아이디어 출처에 대한 인터뷰도 하고, 고생해서 겨우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면 이튿날 바로 다른 프로젝트 홍보에 뛰어드는 생활을 5년 내내 하면서 치열하게 산 끝에… 이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전력을 다해 열심히 일했기에 오늘부터는 내 작품을 위해서라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지난 한 달 동안 조율했던 계약도 끝내 취소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나 인터뷰 또한 사절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걸 탐구하고 뭔가를 구상하고 스케치할 수 있는 공간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하루를 낭비하는 사치도 누리면서요. 그리고 5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그리는 모든 그림에 마감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이디어 제출 기한도 없다 보니 이게 정말 제대로 된 삶이구나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이 일에 참여하고 싶고, 당신과 당신의 책을 존경합니다. 무엇보다 내게 참여 제안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제 경력 포트폴리오 상으로 봐도 이 일을 하지 않는 게 정말 어리석다는 걸 알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이 빠져야겠네요. 지금은 나 그리고 내 일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어린애들이나 하는 미친 소리지요.) 언젠가 함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 당신과 공유할 수 있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통찰력이 담긴 생각을 전할 수 있을 겁니다.

내 부재 탓에 생긴 빈 페이지가 나보다 더 훌륭한 분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중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책이 나오면 이런 멋진 기회를 거절한 내 엉덩이를 힘껏 차주고 싶은 기분이 들 거예요.

_웬디 맥노튼

나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지만, 이 책에 넣을 수 있는 좋은 원고를 얻었다.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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