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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8. 2018

06. 빨리 가려면 다음 지하철을 타라.

<창의력에 미쳐라>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액(2017년)은,
48억 3,700만 원이었다.
그 대가는 큼직한 머리를 소유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머리를 창의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환승객이 가장 많은 지하철역은?

이 역의 승강장에는 종종 이상한(?) 안내 방송이 들린다.
“다음 열차를 이용하시면 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이 역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안내 멘트다. 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2호선 신도림역이다.

왜 하필 바쁜 출퇴근 시간대에 그런 모순되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는 걸까? 뒤따라오는 열차가 어떻게 앞서 가는 열차보다 빨리 갈 수 있단 말인가! 자동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라면 얼마든 추월이 가능하기에 설득력이 있지만, 철로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그 때문인지 공공장소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임에도 좀체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안내 방송을 내보내는 데는 분명 그 나름의 까닭이 있을 법하다.

사실 알고 보면 그 안내 방송 내용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결코 모순되거나 잘못된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 모습을 떠올려보라. 이미 승객이 가득 차서 발 디딜 곳조차 없는 지하철에 무리하게 올라타려는 사람이 제법 있다. 이들에게 “뒤에 후속열차가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은 들리지 않는다. 다들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무심하게도 문만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한다.

그로 인해 지하철은 짧게는 수십 초에서 길게는 수 분 늦게 출발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실제로 승객들이 다음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뒤따라오는 지하철이 앞서 가는 지하철을 추월하는 것이 아니라 앞뒤의 열차 속도가 동시에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안내멘트와 같은 논리가 성립된다.

이러한 원리가 가능해지는 이유는 일반 기차와 지하철의 정차역 거리에 있다고 한다. 지하철은 기차와 달리 정차역 사이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속도를 내더라도 전체 구간의 평균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게다가 지하철의 정차역은 일반 기차의 정차역보다 훨씬 많다.


욕속부달이라고?

가급적 지하철이 해당 역에 정차하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다.

한국철도연구원이 측정한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 어떤 과정으로 지연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잠시 짚어보자.

일단 한 번 지연된 지하철은 역마다 지연 시간이 늘어나 정차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15개 정차 역을 지나면 최대 7분까지 늦어진다. 그 여파는 뒤따라오는 15개 지하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도미노 현상처럼 말이다.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정차 구간에서는 혼잡한 지하철을 빨리 보내고 다음 차량을 이용하면 승객은 지하철 한 대당 운행 간격 시간인 2분만 늦을 뿐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지하철에 올라탄 승객은 숨도 쉬기 어려운 콩나물시루 안에서 연신 고통스러워하다 직장과 학교에 무려 7분이나 늦게 도착하게 된다.

알고 보니 빨리 타려는 것이 결코 빨리 가는 길이 아니었다. 바빠서 시간을 절약하려고 빨리 먹으려다 오히려 체해 시간과 약값만 더 낭비한 꼴이다. 그러고 보면 옛적 어른들의 말씀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欲速不達(욕속부달)”
‘일을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하는 법,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지혜가 듬뿍 담긴 말이다. 무엇이든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빨리 처리하는 것보다는 가급적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혁신적으로 마무리 짓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붐비는 출퇴근길, 당신부터 먼저 다음 번 열차를 이용해보지 않겠는가?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머리와 마음의 여유를 되찾길 권한다.


Think
Critically

1. 이상하다거나 모순이라 생각되는 순간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
2. 급할수록 생각이 우회하는 여유를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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