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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1. 2018

09. 평범한 성공보다 눈부신 실패가 낫다.

<고수의 질문법>




순수한 영혼을 가진 중소기업 오너를 도와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기술 개발을 좋아해서 기술만으로 꽤 괜찮은 기업을 만들었는데 운영상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지만 개인적으로 거의 돈을 가져가지 않고 대부분 직원을 위해 투자했다. 월급도 많이 주고, 복지에도 많은 돈을 썼다. 그럼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기대는 어긋났다. 운영을 책임진 부사장이 팀장들과 짜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어느 날 갑자기 팀장들이 퇴사를 해 경쟁사를 차렸고, 일부 직원들도 동요를 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급기야 이런 소문이 고객에게까지 퍼져 그 회사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회사에 들어가 직원들 면담을 하고 현황을 파악해보니 문제는 의외로 간단했다. 회사에 맞지 않는 일부 직원들이 일은 하지 않으면서 회사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밑에 직원들도 이를 따라 하면서 회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여기에는 잘못된 평가제도도 한몫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는 뺀질뺀질한 사람들이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었다. 평가제도를 바꾸고,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퇴사를 시키거나 교육을 시키면서 몇 달 만에 안정을 되찾았다.

어느 날 점심을 하면서 사장에게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다. 답변은 간단했다. “제가 너무 세상 물정을 몰랐습니다. 순수하게 잘해주면 사람들은 다 저를 믿고 충성하면서 회사 일에 몰입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건 아니네요. 공평한 평가 기준, 이를 시행하는 엄격한 규율 같은 게 우선이란 생각입니다. 제가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자동차 회사의 지존은 뭐니 뭐니 해도 토요타다. 미국을 가건 유럽을 가건 아프리카를 가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건 바로 토요타 앰블럼을 단 차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되었을까? 아무런 실패 없이 승승장구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도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토요타는 1957년 8월 미국에 첫 진출을 했다. 1.5리터 엔진을 단 ‘크라운’이 미스 재팬의 호위를 받으며 진출한 것이다. 그런데 힘이 너무 약했다. 액셀을 아무리 밟아도 원하는 속도로 차가 가질 못했다. 포드의 한 간부는 크라운을 가리켜 고철덩어리라며 비아냥거렸다. 당연히 첫 진출은 큰 실패였다. 만약 토요타가 여기에 좌절해 해외 수출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실패는 누구나 한다. 실패를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건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토요타는 첫 해외 진출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국내에서 잘 팔리는 차가 반드시 해외에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고 니즈가 다르다. 해외 시장에서 잘 팔리기 위해서는 모든 차량을 현지 주행 조건에 맞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후 토요타는 절대로 국내용 모델을 있는 그대로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실패는 가장 좋은 교재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공유하고 학습해야 한다. “눈부신 실패에는 포상을 내립니다. 그러나 평범한 성공은 벌합니다.” 호주의 사업가 필 다니엘스의 말이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를 통해 배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패를 할 경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실패했는가?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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