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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4. 2016

01. 최고가 되고 싶은 남자, 동등해지고 싶은 여자

우위와 전유, 공감과 공유

자주 경험하게 되는 예를 살펴보자. 친한 친구끼리 맛있는 라면을 선택하는 경우의 대화이다.

  

“지난주에 정말 맛있는 돈코츠(豚骨) 라면집을 찾았어!”

“우리 집 근처에도 옛날 맛 그대로의 쇼유(간장) 라면을 하는 가게가 있어.”

  

이 대화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같은 남자 뇌나 여자 뇌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남자 뇌를 가진 사람들의 대화는 이런 느낌이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요즘 대세는 돈코츠 라면이야.”

“대세는 무슨……,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쇼유 라면이 더 맛있어.”

“글쎄, 내가 말한 돈코츠 라면집은 문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대.”

  

이들은 어느 가게가 더 맛있는지, 어느 쪽이 대세인지 결정하려고 한다. ‘내가 추천한 집’이 더 맛있고 대세라고 주장하며 상대보다도 우위(優位)에 서고자 한다. 그런데 같은 대화를 여자 뇌를 가진 사람들이 한다면 아마도 이런 대화가 될 것이다.

  

“어머! 좋아. 난 쇼유 라면도 좋아하는데.”

“그럼 이번 주말에 같이 먹으러 갈까?”

“좋아, 그러자. 조윤서도 같이 가자고 말해보자.”

  

이들은 상대의 정보에도 공감하면서 함께 먹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우열(優劣)보다는 동등해지길 원하고,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서 인간관계를 추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자 뇌는 자신이 먼저 내린 평가에 연연한다. “난 말이야, 이렇게 근사한 곳을 알고 있어.”라고 과시하고 싶고, 으스대고,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그러니 정보도 독점하고 싶어 하고 공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반면, 여자 뇌는 정보를 얻으면 “나 이렇게 굉장한 정보를 알아냈어.”라고 하며 모두에게 알려 그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공감을 얻고 싶어 한다. 결론적으로 남자 뇌는 우위에 서고 싶어 하지만, 여자 뇌는 공감하기를 원한다. 이런 경향이 양쪽의 커다란 차이점이다.

  

더욱이 여자 뇌에는 ‘공유하고 싶다.’는 심리도 있다. 예를 들어, 세 명의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다고 가정하자. 그 음식점의 ‘오늘의 추천 요리’는 페페론치니 파스타(Peperoncini Pasta), 카르보나라(Carbonara), 미트 소스(Meat Sauce)의 세 종류의 파스타였다. 세 사람은 어떻게 주문할까?

  


남자 뇌 3인방인 경우는 이렇다.

  

“난, 페페론치니.”

“그럼, 나도 같은 걸로.”

“난, 카르보나라로 할래.”

  

이들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고 각자 먹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자 뇌를 가진 3인방이라면 주문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 하나씩 시켜서 같이 나눠 먹자.”

“좋아. 그렇게 하면 세 가지 다 먹을 수 있잖아.”

“(점원에게) 죄송하지만, 개인 접시를 각각 주시겠어요?”

  

이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모두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여자 뇌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아는 여자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부가 함께 식사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녀가 남편이 주문한 요리를 가리키며, “나 한 젓가락만 먹어 볼게.”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이랬다고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알아? ‘한 젓가락만 줘봐.’하는 말이야.”

“뭐 어때서? 딱 한 젓가락만 달라는데.”

“그럼 당신도 내 것과 똑같은 걸 주문하면 되잖아.” 

  

남편의 음식이 많든 적든, 이런 대화 역시 남자 뇌와 여자 뇌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남자 뇌는 ‘혼자만 먹고 싶다,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고, 여자 뇌는 ‘서로 맛보게 하고 싶다,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발상의 차이에는 이유가 있다. 아득히 먼 옛날, 원시시대에 남자가 주로 하는 일은 수렵이었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앞다투어 다른 사람보다 빨리, 많은 먹이를 가져오는 것이 최대의 사명이었다. 반면 그 시대의 여자들은 아이를 낳아 길러 부족사회를 키우는 일이 임무였다. 부족이라는 공동체 사회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서로 알고 지내며,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일이 필수적이었다.

  

과일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발견하면 ‘저 나무에 열매가 풍성하게 달려있다.’는 정보를 공유하여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것이 여자들이 맡은 사명이었다. 이와 같은 진화의 과정이 남녀의 뇌 구조에 ‘우위(優位)와 전유(專有)’ 그리고 ‘공감(共感)과 공유(共有)’라는 발상을 초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뇌의 차이로 인한 발상의 차이는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뇌 기억이기도 하다.


※ <남자뇌 여자뇌>는 심리학자 다이고의 '뇌가 섹시한 남자, 마음이 섹시한 여자' 도서에서 발췌하여 출판사 허가를 받아 연재합니다. 본 내용은 www.thegoodbook.co.kr 과 동시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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