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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3. 2018

07. 자신의 능력에 대한 예측이 가장 어렵다.

<예측, 일단 의심하라>

  

우리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실적이 좋을지 혹은 시험에서 성적이 좋을지 예상하기 마련이다. 다음 주의 역사시험에서 내가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을까? 무사히 통과할까, 아니면 낙제할까? 내가 확실하게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은 있는 걸까?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내가 얼마나 잘해낼까? 내 점수가 평균 이상일까? 혹시 상위 10%에 속하는 점수를 딸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가 어느 정도로 실력을 발휘할지 예측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면 어쩌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 기회들을 아예 잡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본인의 역량에 확신이 서지 않는 바람에 어쩌면 상당히 성공한 직장인이 될 수도 있었을 직장에서 근무할 기회를 아예 단념해버릴 수도 있다. 한편 우리가 앞으로 거둘 성과를 과대평가한다면 타인의 도움이나 충고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모두 다 거절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업무나 시험에서 
성과가 어떨지 더 잘 예측할 수 있을까?
  
훌륭한 성과를 내고서도 앞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또 이와는 반대로 여태까지 거둔 실적이 변변찮은데도 본인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이럴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으로는 더닝-크루거 효과가 있다. 이 명칭은 코넬대학교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의 이름에서 따왔다. 두 학자는 이 이론을 1999년에 학계에 발표한 바 있다. 이 이론의 주안점은 실력이 남들보다 안 좋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국 시인 매슈 프라이어(Matthew Prior)는 ‘무식하면 마음이 편하다’라고 썼다.

더닝-크루거 효과에 의하면 실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은 태평하게도 자신이 실제 모습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착각한다.

반면에 실력자들은 자신이 일을 맡아 쉽게 해낼 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그러리라고 잘못 판단한다. 따라서 그들은 본인의 능력이 중간치 정도라고 평가하면서 이에 맞추어 예측한다. 실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증명하는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다. 어떤 연구에서는 운전자의 80%가 본인이 평균보다 훨씬 실력이 좋다고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운전대를 잡은 자신의 운전실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뒤처짐을 전혀 깨닫지 못하기 쉽다. 사람들에게 본인의 축구 실력, 사업체 운영실력, 그리고 리더십이 어느 정도라고 인지하는지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더닝과 크루거가 발표한 논문에서는 무능력한 범죄자였던 맥아더 휠러(McArthur Wheeler)의 사연이 소개된다.

1995년 어느 날 아침, 44세인 휠러는 아무런 변장도 하지 않고 피츠버그의 은행 두 곳을 털려고 마음먹었다. 그가 은행 수납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현금을 요구할 때 웃고 있는 그의 맨얼굴이 CCTV 카메라에 녹화되었다. 그날 밤 감시용 녹화테이프에 담긴 영상이 밤 11시 뉴스에 방영되었다. 그날을 넘기기 직전에 한 시청자가 휠러를 경찰에 신고해 결국 그는 체포되고야 말았다. 후에 경찰이 그에게 당시의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자 그는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강도질을 하기 전에 그는 미리 얼굴에 레몬주스를 발라두었다. 레몬주스를 얼굴에 바르면 잉크를 바른 때처럼 얼굴이 가려져 보이지 않을 거라는 말을 믿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데요, 제가 주스를 발랐거든요”하고 중얼거렸다고 전해진다.
  
《뉴욕타임스》 지가 언급하기를 ‘휠러는 너무 아둔하여 은행 강도가 될 수 없었고 아마도 그는 너무 아둔하여 자신이 은행 강도가 되기에는 너무 아둔하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휠러가 보여준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 즉 자신이 은행을 털 수 있으리라는 예측을 하는 바람에 결국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나는 한때 바스대학교에서 동료 두 사람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업 중에 치르는 여러 시험에서 자신이 거둘 성적을 예상해보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이 내놓은 예측값들은 그들의 실제 성적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로써 학생들은 실제로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름 통찰하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아울러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이 되레 점수가 매우 낮으리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다분했으며 반면에 점수가 낮았던 학생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이 학생들은 학급 전체 평균이 얼마일지를 먼저 가늠해 보았음이 증명되었다. 자신이 받을 예상 점수를 내기 위해 학생들은 예상한 평균값에 점수를 더 보태거나 빼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전체 학급의 예상 평균점수로 학생들이 매긴 값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붙박이 노릇을 했다. 2장에서 밝혔듯이 사람들은 추산값을 낼 때 미리 점찍어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일쑤다. 그 결과 상위권 학생들은 자신의 실제 실력을 반영하겠다는 목적으로 반 평균에서 점수를 훨씬 더 높게 잡아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이로써 그들이 자신의 진짜 실력이 상당히 낮다고 예상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편 시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학생들은 반평균점수에서 훨씬 더 낮게 잡아야 본인의 점수가 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물론 이렇게 우리 자신의 능력에 대해 오판하는 이유를 정말로 제대로 설명하려면 더닝–크루거 효과, 정박 효과, 그리고 기타 여러 요소들을 모두 다 취합해야 한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스스로에 대해 틀리게 예측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는 상당히 놀랍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신의 앞날에 대한 예언을 듣기 위해 들르던 성소인 델파이의 아폴로 신전 앞마당에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을 알기란 그야말로 녹록잖은 일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상에는 상당히 강도 높은 세 가지가 있다. 강철, 다이아몬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라고 썼다. 우리 자신을 알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뜻하는 바는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할지 미리 제대로 알 수는 없다. 앞으로 우리가 물건들을 사놓고 얼마나 즐길지, 그리고 그 즐거움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틀리게 판단한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능력도 오판한다.
  
그러므로 업무와 시험들로 얼마나 고심하게 될지에 대해 예상해봤자 대체로 빗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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