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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1. 2016

06. 책임감과 의리의 아이콘 시모토아 엑시구아

<기생충 콘서트>

                                                                            

시모토아 엑시구아(Cymothoa exigua)라는 이름의 이 기생충은 멕시코 등 중남미의 해안에 서식한다. 이 기생충의 특징은 숙주인 도미류 물고기(구체적으로 스포티드 로즈 스내퍼, spotted rose snapper, 이하 물고기로 통일)의 혀를 없앤다는 것이다. 원래 시모토아는 물고기의 아가미로 들어와 거기서 살다가, 암컷이 성숙해 짝짓기를 하고 나면 물고기의 입안으로 기어올라 간다. 튼튼한 뒷다리를 이용해 자리를 잡은 시모토아 암컷은 강력한 앞발로 혀에 구멍을 뚫고 피를 빨아 먹기 시작한다. 혀는 피가 부족해서 썩어 버리고, 결국 떨어져 나간다. 한 연구자가 멕시코 인근에서 도미 37마리를 잡은 결과 두 마리에서 시모토아가 발견됐는데, 혀의 90퍼센트 이상이 없어졌단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모토아는 오마토코이타와 다를 바 없는, 나쁜 기생충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지 않은가? 착한 사람이라고 해서 실수하지 말란 법은 없다. 착한 이와 나쁜 이가 나뉘는 것은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가 여부다. 오마토코이타가 나쁜 기생충인 건 상어한테 “어차피 넌 시력이 필요 없잖아.”라고 변명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모토아는 그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일단 시모토아는 가슴에 있는 일곱 쌍의 다리를 이용해 남은 혀 조각과 입 바닥에 달라붙는데, 그 모습이 꼭 혀처럼 보인다. 이걸 본 어느 학자는 “얘가 지금 물고기 혀를 대신하는 거 아니야”라고 의심했는데, 실제로 시모토아는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사실 물고기의 혀는 사람의 것처럼 근육으로 된 것도 아니고 내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먹이를 잡아먹을 때 입안에 가둬 두는 정도의 역할만 하면 되는지라 시모토아가 대신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물고기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본 결과 혀가 아예 없는 것보다 시모토아가 있는 게 먹이를 먹는 데 있어서 훨씬 유리하고, 그 경우 건강상의 문제도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이쯤 되면 시모토아가 자기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숙주가 자라도록 성장호르몬 비슷한 물질을 대신 분비해 주는 노세마(Nosema)란 기생충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숙주의 한 기관을 대신해 주는 ‘몸 바치는 기생충’은 시모토아가 유일하다.

언젠가 시모토아에 대해 얘기했더니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혀 노릇을 하는 동안 시모토아는 뭘 먹고 사나요”

물고기의 피를 빨아 먹고 산다고 했더니 그가 되묻는다.

“그렇다면 시모토아는 나쁜 놈 아닙니까”

시모토아 대신 혀가 있었다고 해 보자. 어차피 물고기는 혀에 혈액 공급을 해야 하니, 새로운 혀에게 피를 나눠 주는 게 물고기로선 많이 아까울 것 같진 않다. 또 다른 이가 질문을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하나요? 잠깐 하다 마는 건 아닙니까”

기생충의 선행이 힘든 건, 이렇듯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리라. 답은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이다. 숙주인 물고기가 죽으면 시모토아는 입을 빠져나와 머리나 몸 바깥에 매달린단다. 사람이 죽었을 때 옆에 매달려 “아이고, 아이고” 하는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모토아가 애도를 하고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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