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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5. 2018

09. 킬러 애플리케이션, 세상을 뒤집다.

<창의력을 씹어라>



ⓒ Kim Kwang Hee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생사가 달린 전장(戰場)의 싸움 도구로,
인간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음식으로
인간과 관계를 맺은 말.
말의 등자(발걸이)는 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사진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혁명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혁명은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Killer App.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

종이, 금속활자, 컴퍼스, 화약, 나침반, 도르래, 증기기관, 엘리베이터, TV, 자동차, 원자폭탄,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위에 나열한 물건들이 공유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모두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거나 미치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다른 말로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라 부르는데, 줄여서 ‘킬러 앱(Killer App)’이라고도 한다.

이는 원래 미국의 주식 투자가들 사이에서 쓰이던 말이다. 실리콘밸리나 보스턴의 테크놀로지 센터 같은 곳에서 만든 소프트웨어 ‘둠’이나 ‘스타크래프트’ 따위의 발명품들을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 부른다. 그러던 것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래리 다운즈(Larry Downes)와 비즈니스 전문지 편집장인 춘카 무이(Chunka Mui)가 함께 펴낸 책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상에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는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매력을 향유케 함으로써 다른 경쟁 제품이나 기술을 퇴출시키고 애초의 사용 목적을 훨씬 뛰어넘어 시장과 산업, 사회, 정치, 국가를 재편하는 강력한 힘을 지닌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들을 지칭하게 되었다. 이는 해당 제품(기술)의 발명자조차도 전혀 예기치 못한 엄청난 파급 효과가 일어나면서 특정 산업의 성장에 원동력이 되는 걸 말한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가 돌멩이를 하나 던졌는데 고요했던 연못에 순간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난다면 그 돌멩이가 바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특정 기술이나 제품 등의 분야에서 어떤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평소 우리들이 꿈꿔온 미래 방향성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요동치게 될 것이다.

사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오래전부터 존재하면서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나열한 제품들이 대표적인 예다.



잠시 앞부분에 등장하는 말의 사진을 보라. 사람이 말 위에 올랐을 때 두 발을 지탱하게 도와주는 낯익은 도구가 보인다. 그렇다. 그 도구는 바로 ‘발걸이’다. 정확한 명칭은 말을 타고 달릴 때 필요한 ‘등자(Stirrup)’다. 등자는 중세 유럽의 역사를 바꿔놓았을 정도로 폭발적 힘을 과시했다.

인류가 말을 타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500년경이라 전해진다. 하지만 유럽에 등자가 보급된 건 한참 지난 8세기경이다.


Stirrup
등자가 바꾼 유럽 역사!

등자가 개발된 이후 사람들이 말에서 떨어지는 일도 줄어들고 방향을 조절하는 능력도 탁월해졌다. 뿐만 아니라 두 발에 힘을 주고 긴 창으로 적(敵)의 심장을 단숨에 깊은 곳까지 찌를 수 있게 되었다. 두세 번 찔러야 했던 것이 단 한 번으로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게 된 거다. 덕분에 싸움은 이전과 달리 단시간에 승패가 갈렸으며 등자를 구비한 기마 군단이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연전연승을 거듭하게 되었다.

등자로 인한 기마 군단의 전투력 증강은 말의 수요도 함께 불러와 결국엔 초지(草地)가 말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영주 계급이 쇠퇴하고 중세가 몰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중세 유럽은 북쪽 바이킹의 침략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러나 등자는 당시 기사들이 크게 활약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바이킹이 유럽 전역을 정복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별 볼일 없어 보였던 등자 하나가 결국엔 발명자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 사회와 국가의 재편까지 초래한 것이다. 역사학자인 린 화이트 주니어(Lynn White Jr.)는 그런 등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자처럼 간단한 발명품도 없으나 역사에서 그처럼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도 없었다.”

당시 말은 불가결한 교통수단이자 전투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등자의 발명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정도로 대단한 사건이었다. 등자는 그에 걸맞은 파괴력도 지니고 있었다.

이제는 쉬워 보인다고, 하찮게 보인다고 얕잡아보지 마라. 그랬다가는 “당신은 아직 멀었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해 당신 삶에 갑자기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부지런히 자극함과 동시에 이를 긍정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창의력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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