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07. 2018

09. 부정부패는 절대 눈감아주지 않는다.

<징둥닷컴 이야기>



류창둥은 이렇게 말한다. “만일 회사에서 10만 위안을 빼돌린 직원이 있다고 하자. 설령 1,000만 위안의 비용이 들더라도 이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고 증거를 확보해 발본색원하고 그 직원을 해고해야 마땅하다. 내가 무자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볼일이 아니다. 그 직원은 내 가치관을 위배한 사람이고 내 꿈을 짓밟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정부패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평등한 권리를 묵살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으로도 평생 부정부패는 절대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나는 부패를 용납할 수 없으며,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묵인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 한 말이다.”



거의 모든 기업의 구매영업부서는 예전부터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다.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 권한과 결산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서의 직원은 가격 결정권을 지니고 있어서 시스템에서 숫자만 바꾸면 얼마든지 쉽게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회사는 매출과 이익 두 가지 지표로만 관리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류창둥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식은땀을 흘릴 만한 허점이었다고 말한다. 다행히 징둥의 기업문화는 잘 관리되어왔고 불미스러운 큰 사건은 없었다. 류창둥은 월간 회의 때마다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직원들도 류창둥 사장을 믿고 따르며 열심히만 하면 앞날이 창창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굳이 부당한 방법으로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아도, 착실히 일해 가치를 창조하면 더욱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 확신했다.
  
류창둥도 진심으로 모든 사람과 성과를 나누고 싶어 했다. 실제로 초창기 원로들은 모두 무상주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엔 주식이 뭔지 아무런 개념도 없었고 솔직히 쓸모없는 휴짓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직원들은 류창둥 사장을 믿고 따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라 여겼다. 초창기 기업을 일굴 때 이들 원로들의 믿음 하나로 어려움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회사의 앞날이 어떤 모습일지 과연 누가 예측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의 구매영업 절차는 상당히 엄격해져서 모든 절차가 감독과 통제를 받는다. 구매가격도 심사·비준을 거치며 반드시 공급업체의 공문을 통해 확정된다. 판매가격도 공급업체의 확인을 거치며, 중간 이익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가격변동이 필요하면 공급업체가 공문을 통해 징둥에 요청하고 시스템에 가격을 반영한 후, 해당 부서 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장부를 대조하고 결산처리를 할 때, 구매영업팀이 직접 주문서를 작성해 재무팀에 제출했다. 그러면 재무팀은 주문서만 보고 금액을 결제했다. 관련서류를 첨부하지 않고 일 처리를 했기 때문에 결산이 마감되면 문제가 생겨도 어디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장부대조 절차를 정비하면서 공급업체에게 확인공문을 발송하도록 요청했다. 결산보고서에 공급업체가 관인을 날인해 징둥에 보내면 그 서류를 근거로 금액을 결산했다. 시스템이 더욱 완비되자, 계약내용 자체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시스템을 통해 결산처리를 한 후 최종 결재라인을 통해 승인을 받는 구조로 변경되었다. 절차를 완비하고 관리감독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일은 사실 형식에 불과하다. 가장 핵심은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류창둥은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합법적으로 부를 창조하는 공동 가치관을 수립한다. 둘째는 직원과 부를 향유하는 제도를 마련한다. 징둥에서 5년 정도 근무하면 고향인 현(縣) 소재지에서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셋째는 인위적인 권력은 크든 작든 부패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과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방지토록 한다. 일례로 차트와 순위를 공개했다. 직원은 공을 줍는 서비스 사원이 되어야지 심판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 관리자가 솔선수범하여 청렴결백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에 경종을 울리는 체제가 정착되고 업무 중에도 늘 경각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리자도 구매영업업무를 10여 년 하고 나면 그 부문에서 나와 다른 부서의 업무상황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회사도 우수한 인력배양 프로그램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구매영업팀의 핵심 직원들은 대부분 졸업하자마자 바로 입사해 백지상태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징둥은 이들에게 지름길로 가지 않아도 정정당당하게 집과 차를 마련하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금전의 유혹에 빠지면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며 떳떳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공짜 밥이 없으므로 탐욕을 버려야 한다. 공급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으면 공정하게 제품과 가격을 평가할 수 없고 알게 모르게 압력을 받는다. 공급업체가 과연 뒷돈을 얼마나 찔러주겠는가? 몇만 위안 또는 몇 십만 위안? 만일 이 돈을 위해 자신의 직업과 삶을 송두리째 잃게 된다면 투자대비 수익률이 너무나 낮
은 비즈니스인 셈이다. 첫 직장을 징둥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이런 가치관이 이미 머릿속에 박혀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회사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징둥은 아무리 사소한 부정부패라도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어 있다. 이 선을 넘어서면 징둥에서의 삶은 끝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10위안 때문에 해고된 사례가 있었다. 류창둥은 모든 사기·기만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출퇴근카드를 대신 찍거나 카드를 찍은 뒤 다시 외출해서 개인용무를 보는 직원들도 발견 즉시 해고 대상이 되었다.
  
커미션 수수는 사회통념상 용납되는 관례처럼 행해졌다. 하지만 류창둥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대형가전부문에서 심각한 부정부패 사안이 발생하자 그는 해당 직원을 가차 없이 해고했는데, 이때도 매출실적에 미칠 영향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설령 매출실적에 악영향이 생겨 다른 부문에서 이를 메우는 한이 있더라도 전체 부서를 깨끗이 정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징둥은 모든 협력파트너와 반부패 협약을 맺었다. 또 반부패수첩에 신고 연락처를 명시해서 배포했다. 직원이 공급업체와 식사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행정부서 또는 상사에게 미리 보고해야 한다. 한 대형가전 공급업체로부터 신고 한 건이 접수된 적 있었다.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창고관리 직원과 모 공급업체 사람들이 식사를 했다는 신고 건이었다. 실사 결과 실제로 포장마차에서 몇십 위안짜리 게살죽을 대접받았다. 금액과 상관없이 해당 직원은 규정대로 해고됐다. 또한 해당 부서는 벌금으로 5만 위안을 토해냈는데 이는 신고인의 포상금으로 사용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08. 대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세계로 나아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